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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을 산산이 부숴버린 중국 칭다오 여행기

도파민이 필요하다면 중국 여행을 적극 추천합니다.

by 클루

5월은 가정의 달로 항상 개인적인 일정이 많은 달이다. 그렇지만 휴일도 많다. 올해도 긴 연휴에, 슬슬 인생이 재미없는 나와 내 반쪽은 해외여행을 결심했다. 지출을 아끼면서 짧게 다녀올 수 있는 먹방 여행지 어디 없나 물색하는 도중 나는 중국이 떠올랐다. 여행 난이도가 꽤 높고 칭다오는 아직은 덜 유명해서인지 연휴임에도 비행기표가 저렴했다. 더욱이 최근 중국에 무비자 방문이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는 한 시간 만에 여러 서치를 끝낸 뒤 그 자리에서 바로 비행기표와 숙소를 예약했다.



연차도 필요 없이 짧게 다녀오는 여행이니까 가까운 주변인들 몇 명에게만 알리고 우리는 연휴 시작일에 인천 공항으로 떠났다. 운 좋게 해외 출국하는 사람들에 한 해 공항에서 유심변경이 가능했고 SKT 해킹 대란으로 착잡해진 마음도 달래서 시작부터 기분이 좋았다.



나는 여행을 무척 좋아하지만 비행기 타는 것은 사실 극도로 무서워한다. 비행기 기종과 항공사 정보까지 샅샅이 찾아보고 예약할 정도로 예민하다. 폐쇄된 공간이 상공에 떠있는 공포를 이길만한 정도의 여행 충동이 와야만 공항으로 떠난다. 보다 어렸을 때는 스카이다이빙도 했었는데, 잃을게 많아진 건지 뭔지. 이번에는 대한항공 마일리지도 적립되는 중국동방항공 에어버스 A320에 몸을 맡겼다. 칭다오까지 약 2시간이 소요된다고 적혀있었고, 난기류 사이트에서 맞바람이 불기 때문에 도착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정보까지 확인했다. 그러나 출발 비행의 중국인 기장님은 아주 급한 성격의 소유자였는지, 흔들리는 비행기를 급속도로 몰아 1시간 만에 우리를 칭다오에 내려주셨다.



중국 칭다오의 첫 이미지는 의외로 깨끗함과 편리함이었다. 이틀차 관광지의 공용화장실은 와변기에 매우 더럽긴 했지만, 그 외 대부분은 깨끗했고 공항과 지하철은 완전 신식이었다. 심지어 지하철은 물품 검사 후 탑승할 수 있어서 치안까지 좋게 느껴졌고(역시 공안의 나라), 티켓도 키오스크를 통해 알리페이 앱으로 구매하면 카드 형태로 줬다. 그리고 모든 지하철 호선이 국영이라서(역시 공산주의) 환승할 때 우리나라와 달리 카드를 또 찍을 필요가 없었고, 도착지에서 나올 때는 카드를 수거해 줬고 이를 재활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환전을 한 푼도 안 했지만 야시장과 버스마저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로 결제가 가능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로 정말 놀라웠다. 중국에서는 노숙자도 알리페이로 구걸한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는데 진짜일 것 같았다.



다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중국인들의 새치기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렇지만 첫 이미지에 반해버린 우리는 14억 명이 살아남으려니 당연한 것이라며, 이들의 문화로는 새치기는 그냥 적극성인 것 같다고 포장하며 끄덕였다. 하오 하오.



우리의 일정은 1박 2일 같은 2박 3일이었고 비행기 도착시간은 늦은 오후였다.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지하철을 타고 칭다오 맥주박물관으로 서둘렀지만 주말이라 그런지 표가 매진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타이동 야시장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았지만 고등학교 때 중국어 시간에 배운 숫자 노래를 떠올리며 어찌어찌 주문을 했다. 그렇게 만두, 밀가루 반죽으로 추정되는 꼬치, 크레페, 타코 비슷한 것, 굴이 들어간 오믈렛, 양꼬치를 먹었다. 마지막으로 1 공장 원장 맥주도 마셔봤는데, 끝 맛이 부드럽고 맛있었다. 맥주를 한 병 더 시키려고 "one more please"라고 했는데 이마저도 소통이 안되어 그냥 손짓으로 한 병 더 달라고 했다. 교환학생 때 만났던 중국인 플랫메이트는 한국보다 중국의 교육열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었는데, 영어에 이렇게 약하다니 싶었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찾아보니 중국 수능에서 영어를 대부분 선택해서 시험을 보긴 하지만, 몇 년 전까지도 고졸 비율이 28%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조금 이해가 갔다.



다음날 아침 눈 뜨자마자 우리는 도파민 천국 하이디라오로 향했다. 한국에서 2주 동안 예습한 대로 탕 4개와 상당히 많은 재료를 시키고 건희 소스를 만들어 준비했다. 두세 명의 직원분들이 돌아가면서 우리를 케어해 주셨다. 슬슬 배가 차올랐지만 재료의 오버쿡을 참지 못하는 한 직원 분은 끊임없이 우리의 앞 접시에 재료들을 건져주셨다. 그리고 우리가 과일을 거의 다 먹자 수북이 쌓은 새로운 과일 더미도 갖다주셨다. 역시 중국의 스케일인가. 한국에서 먹어봤던 훠궈와 차원이 달랐다. 하이디라오에서는 재료를 탕에 잠깐만 담갔다가 빼도 그 탕의 맛이 깊이 있게 스며들어서 묵직하고 깊은 맛이 났다. 정말 맛있게 먹었고 내 반쪽은 한국에서 꼭 다시 가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날 저녁 마트에서 하이디라오 소스를 6개나 사서 한국에 가져왔다.



위장이 만족스러운 상태로 잔교 구경도 하고 소어산 공원 산책도 했다. 택시비도 지하철비도 한국의 절반 가격 정도로 싸서 신나게 돌아다녔다. 그리고는 대망의 농어찜인 카오위를 먹으러 갔다. 점심에 그렇게 많이 먹었지만 마늘맛 농어찜을 한 입 먹는 순간 또 한 번 도파민이 싹 돌았다. 오이무침까지 곁들이니 금상첨화였다. 배부르게 먹고 한국의 반값으로 헤이티 포도 음료를 먹었다. 그렇게 나와 내 반쪽은 도파민에 절여졌다. 중국, 너무 짜릿하네.









다음날 아침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새벽 5시에 호텔을 나왔다. 호텔 직원도 면세점 직원도 영어를 못하는 신기한 나라지만 그래도 일단 웃는 얼굴로 승부 보는 우리에게 대부분은 친절하게 대해줬다. 돌아오는 내내 아쉽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중국 후유증으로 하루 종일 중국 지도를 살폈다. 다음번에 중국 어디를 갈지 샅샅이 찾아보느라.



도파민 연휴가 끝나고 겨우 회사에 돌아왔다. 동료들에게 중국 여행 정말 추천한다고 여기저기 소문을 냈다. 그리고 은근히 깨끗하고 편리하다고 빼놓지 않고 몇 번 더 강조했다. 얘기를 듣던 어떤 선배님께서 혹시 중국 공안한테 끌려가서 정신교육을 받고 온 건 아니냐고 농담을 하셨다. 아, 내가 그 정도로 중국을 칭찬했다니. 저도 칭다오를 가보기 전까지는 그랬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합니다. 아무튼 인생이 지루하고 도파민이 필요한 분이 계시다면 중국 여행도 후보에 넣어보시길.


(+ 다만 여행 다녀온 후 중국 본토 번호로 스팸 전화가 왔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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