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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책이 맺어준 인연, 첫 차를 출고하다

[첫 책이 맺어준 인연, 첫 차를 출고하다]


브로드카 상품 전략 회의. 매주 월요일 아침, 동료들이 돌아가며 판매 정보를 공유해요. 저는 한 달 내내 할 말이 없었어요. 회의 자료 속 제 이름 옆에는 ‘0’이라는 숫자가 따라다녔거든요. 선배들은 조급해하지 말라 위로했어요. 하지만 입사 동기 두 명이 2주 만에 ‘개시’를 했기에 불안감이 생겨났죠


‘그래, 올해 안에 한 대라도 팔면 다행이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마음을 다잡고, 양평에서 수원까지 1시간 30분 거리를 운전했어요. 지인들에게 딜러가 되었다고 알리자, 혹자는 “네가 어쩌다 갈 데까지 간 거냐”며 걱정하더라고요. 아직도 중고차 시장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기에, 오히려 저는 이 세계에 잘 들어왔다고 생각해요. ‘중고차 시장에서 불안한 의심을 안전한 확신으로 바꾸는 것’이 제 사명이라 믿거든요.


입사 한 달을 코앞에 둔 어느 날, 제게 구매 의뢰가 훅 들어왔어요.


“현중, 애들 아빠 탈 건데 괜찮은 차 있을까요? 우리는 차를 몰라요. 전문가에게 믿고 맡길게요.”


게다가 비대면 구매라니, 어안이 벙벙했죠. 이분은 바로 저의 ‘장성규 누님’이자 서유지 소장님이었어요. 이 인연은 5년 전, 제가 쓴 첫 책에서 시작되었어요.


2020년 12월, 저는 <서른 넘어 찾아온 다섯 가지 기회>로 온라인 북토크를 한 적이 있어요. 당시 강연 진행자였던 누님은 광주 극동방송 진행을 맡을 정도로 능숙한 분이었죠. 저는 ‘라면 먹고 잔 장성규’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남매의 인연을 맺었어요. 이후 SNS로 소통을 이어오며 내적 친밀감을 쌓았는데요. 지난 10월, 7개월 만에 SNS 활동을 재개했을 때 누님이 가장 먼저 저를 격하게 환대해줬어요. 그 따스함에 저도 모르게 깊은 개인사를 털어놓게 되더라고요.


그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한 달 후, 누님은 제 첫 고객이 되어주셨어요.


“내가 현중의 첫 고객이길 바랐어요. 남편은 원래 신차를 알아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목돈이 들어갈 일이 생겨 중고차로 방향을 틀게 되었지 뭐예요. 정말 잘됐죠?”


누님의 깊은 마음에 보답하고자 저는 정말 친누나가 탄다는 생각으로 최적의 매물을 탐색했어요. 수원의 4만 대가 넘는 차 중에, 사고가 없고 주행거리가 많지 않으며 잘 관리된 차를 찾아야 했어요. 정해진 예산 안에서 후보군을 고르고 걸러내는 작업을 반복했죠.


그러다 마침내 기존 차주에게 사랑받으며 7만 km를 달려온 ‘2018 더 뉴 K5’를 발견했어요. 숨은 정비 이력을 조회해보니 때마다 엔진 오일은 물론, 신선한 미션 오일까지 수혈한 ‘청년’인 거예요. 다만 잔기스로 걸친 옷이 조금 낡긴 했지만, 빈티지한 멋이 나는 건강한 차였죠.


비대면 구매였기에 더욱 꼼꼼한 중계가 필요했어요. 저는 실시간 영상과 사진으로 차량의 장점과 잔기스까지 투명하게 보여드렸어요. ‘어떤 부위에 스크래치가 있는지, 엔진룸의 누유나 누수는 없는지, 성능기록부와 다른 사고 흔적은 없는지’ 등 모든 정보를 가감 없이 공유하며 불안한 의심을 지워나갔어요.


지난 월요일, 저는 K5를 직접 전라도 광주로 운전하여 누님 가족을 만나러 갔어요. 첫 고객과의 첫 대면이었죠. 짧지만 깊은 만남 이후, 30만 km를 뛴 로체를 직접 정성스레 모시고 와 폐차를 도와드렸어요. 누님 가족과 정이 많이 든 차였기 때문이었어요. 장례지도사의 마음이 이럴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고마워요. 나는 김현중 믿고 다 처리한 거라 만족 100%에요”


다음날, 누님에게 이 감사한 카톡이 왔어요. 첫 책 덕분에 만난 인연이 제 중고차 딜러 인생의 첫 단추를 채워주다니, 그저 신비로울 뿐이었죠.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라는데, 이는 우연적 필연일까요, 필연적 우연일까요.


저는 누님의 그 믿음을 끝까지 지켜나갈 거예요. ‘중고차 시장에서 불안한 의심을 안전한 확신으로 바꾸는 것’이 저의 사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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