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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세경 Mar 06. 2024

행복과 불행 사이의 치킨

대학교 1학년 때 ‘오븐에 빠진 닭’이라는 치킨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말 저녁 타임에는 오후 6시부터 밤 12시까지 일을 했다. 두 평 정도되는 주방에서 치킨을 만들었다. 생 닭에 반죽을 묻히고 오븐에 넣는 일이었다. 날리는 반죽가루와 뜨거운 오븐의 열기가 가득했고, 노동은 쉴 새 없이 반복됐다. 12시가 되어 마감을 할 때면 사장님이 손바닥 만한 순살 패티에 양념을 발라 식빵 사이에 끼워 주셨다. 날 것의 치킨 버거였고, 어떤 햄버거 보다 맛있었다. 6시간의 노동 덕분이었다.


거기에 맛 들려 몇 번 인가 근무가 끝나기 전에, 그리고 사장님이 주방에 없을 때, 몰래 순살 패티를 하나씩 구워서 먹었다. 사장님이 언제 올지도 모르고 몸은 바빴기에 정말 삼키듯 우걱우걱 먹었다. 배 고픈 시간에 치킨은 맛있었고, 몰래 먹는 맛에 더 맛있었다. 20살이 넘어서의 치킨 도벽이었다. 그때는 그게 행복했다. 근데 그걸 먹고 있는 내 모습을 남이 봤으면 나를 불행하게 보았을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봐도 내가 불쌍해 보인다. 그때 나는 행복했는데, 그때의 나를 지금의 내가 보면 불행해 보인다. 불행한 행복인 건가, 행복한 불행인 건가, 잘 모르겠다. 아 맞다. 일단은 사장님께 죄송하다.



요새 소설을 쓰고 있어서 브런치에 게시가 없었습니다... 종종 토막글이라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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