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승우의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를 읽었다. 올해 초에 읽은 책인데 필사를 하려고 다시 꺼냈다. 작가가 생각하는 소설에 대한 모든 것(혹은 대부분)이 쓰여있다. 소설은 어떻게 써야 하고 소설가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등등.
예비 소설가로서 두 가지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좋았던 부분은 더 많았지만 두 개만 대표로 이야기한다) 첫째로 소설에는 영재나 신동이 없다는 것이다. 작가가 살아온 삶의 총체가 소설에 반영되기 때문에 소설 쓰기에는 천재나 신동이 없다고 한다. 삼십 대 중반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지만 '전혀 늦지 않았구나. 앞으로가 더 중요하네'라는 위안을 받았다. 어딘가는 물론 천재가 있겠지만 그래도 위로가 되는 주장이었다.
두 번째는 자기가 쓸 수 있는 소설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소설 작법에도 트렌드가 있지만 보다 중요한 건 작가 고유의 글쓰기, 그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말이 좋았던 이유는 세상에는 ‘어떻게 저런 글을 썼을까’ 하는 책이 많기 때문이다. 방대한 지식, 깊은 사유, 색다른 발상이 가득한 책이 도처에 있다. 평생 글을 써도 저렇게는 못쓰겠다, 하는 책들이다. 하지만 누가 어떤 글을 쓰든 나는 나만의 글을 쓰면 된다. 더 좋은 작가가 되기위해 따로 노력은 하더라도 남과 같은 글을 쓰지 못한다고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 이건 삶의 태도와도 연결된 일이다. 세상에는 나보다 똑똑한 사람도 많고, 잘생긴 사람도 많고, 운이 좋은 사람도 많다. 모두와 일일이 비교하며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그건 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내 삶을 살듯, 나는 내 글을 쓰면 된다.
읽어보시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