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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큐레이터한 Nov 06. 2024

#15 <다리미 패밀리>

이렇게 쫄깃한 주말드라마라니.. 이러면 저야 땡큐입니다


 #15 <다리미 패밀리>

   이렇게 쫄깃한 주말드라마라니.. 이러면 저야 땡큐입니다


요즘 너무나도 쫄깃하고 재밌는 주말드라마가 시작했다! 지금껏 <오작교 형제들>, <금나와라 뚝딱>, <신기생뎐(!)>, <아이가 다섯> 등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주말드라마가 꽤 있었지만, 드라마 <다리미 패밀리>는 이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주말드라마다. 주말드라마의 탈을 쓴 미니시리즈 같은 드라마랄까. 이 드라마에서는 왠지 모를 짠한.. 똘끼가 느껴진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다림이로, 청렴세탁소 막내딸이다. 다림이는 14세에 희귀병인 '퇴행성 희귀망막질환' 진단을 받고 시야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시력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셈.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고 지팡이에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다림이지만, 어딘지 또라이같은 그녀의 남다른 성격은 숨겨지지 않는다. 가족들의 역사를 설명해주는 내레이션에서도, 지팡이에 의지한 채 도착한 은행에서 옆자리 아주머니에게 말을 거는 씬에서도 말이다. 보기 드문, 말빨 좋고 유머러스한 캐릭터다.

이런 다림에게 특별한 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신약 수술을 받으면 시력을 찾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 신약 수술은 한쪽에 4억씩, 총 8억원에 달하는 수술이었다. 그러나 가난한 다림이는 이 희망고문을 받아들이지 않고 단숨에 포기하기로 결심한다. 희망고문이 독이라는 게 그녀가 태어났을 때부터 뼈저리게 깨달은 진리였기 때문이다. 다림의 아빠는 사법고시 1차에 1등을 했고, 이 때문에 온 가족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림의 아빠가 판검사 혹은 변호사가 될 거라는 희망고문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 결과 그는 사법고시 10수를 도전해 모조리 낙방했고, 결국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후 다림의 엄마, 봉희는 청렴세탁소를 운영하며 100세를 앞둔 시부모님과 삼남매를 챙겨오고 있다. 그런 엄마에게 또다른 짐이 될 수 없는 다림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극중에서 가장 크게 와 닿았던 관계성은 다림과 엄마 봉희의 관계성이었다.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지고있는 봉희라는 인물에 대한 몰입감도 좋았을 뿐더러, 시력이 없어지고 있는 막내딸에게 느끼는 안쓰러움과 의지도 덩달아 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박지영 배우님 연기 너무 최고였다. (그리고 금새록 배우님 마스크에도 반함.)




한편 또다른 주인공은 강주라는 남자다. 다림이가 시력을 다 잃기 전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려다가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 인물이다. 이 남자가 바로 우리의 남자 주인공이다. 강주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부재했던 인물이다. 대학 동문인 다림이를 도와주고 싶어서 횡단보도에서 팔을 내어주다가 매력적인 다림의 유혹에 넘어가 하룻밤을 함께 보냈다. 하지만 강주는 상처받기 싫다고 거부하던 다림에게 졸라서 번호를 얻어냈지만, 이후 그 번호로 전화를 걸지 않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렇게 둘의 인연은 끝나는 듯했다. 8년이 흘러 우연히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여자주인공과 남자주인공의 만남이 익숙한 듯 특별하게 만들어져 재미없는 장면이 없다. 클리셰를 조금씩 비트는 게 참 멋지다.

강주네 가족과 관련해 재밌는 점은, 강주의 엄마에게 상속세를 피할 목적으로 꽁꽁 숨겨진 돈 100억이 있다는 것이다. 이 돈이 곧 다림이네 가족과 얽힐 예정이니 너무 흥미진진하다.

세탁소라는 특별한 공간, 희귀망막질환을 가진 주인공, 복닥복닥한 가족들과 그들이 맺고 있는 다양한 관계들, 쫄깃하고 남다른 대사들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클리셰를 조금씩 비틀며 비집고 나오는 유머러스함과 짙은 감동은 단연 최고의 장점이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이 드라마에서 느껴지는 강점들을 고스란히 갖고있던 <질투의 화신>이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랬다. <다리미 패밀리>는 <파스타>, <질투의 화신>을 집필하신 서숙향 작가님의 작품이다. 너무 좋아서 이 주말극은 한동안 내 힐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가장 기다리게 되는 장면들은 청렴세탁소의 1세대 주인들인 길례X만득 노부부 커플의 장면이다.ㅎㅎㅎ 김영옥 선생님, 박인환 선생님이 분한 이 캐릭터들, 사랑스러워 미치겠다..! 둘은 세월을 보내며 몸이 약해진 서로를 0.5인분이라 칭하며 1인분이 되려면 붙어다녀야 한다고 말하는 사이좋은 잉꼬부부다. 심지어 연하커플이기 때문에 '누나', '여보야' 하고 서로를 부른다.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운 커플이다. 이 캐릭터들의 대사가 또 충격적으로 웃기다.

길례를 빤히 보다가 만득은 말한다. “많이 늙었다, 누나도.”

그러면 길례는 만득에게, “마찬가지야.” 한다.

“처음 만날 땐 안 이랬는데.”

“너도 마찬가지라니까?”

(_1화)

이 별 거 없어 보이는 귀여운 대사가 얼마나 별 거인지, 이 짧은 대사를 완벽하게 살려내는 두 배우님이 얼마나 대단한지 혀를 내두르게 되더랬다. 내가 아끼는 다른 장면도 있다.

계단을 올라가기가 힘들어서 주저앉은 길례의 손을 잡아 끄는 만득은 자신에게 의지하는 길례를 쓰윽 보더니 하는 대사도 일품이다. 정말 귀엽다.

“아, 옆에 잡아, 당신도!!

아이고 그냥.. 거저 가려고.”

(_2화)




만득의 대사를 듣고 우리 가족은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귀여운 노부부의 장면은 집에서도 이어진다. 길례의 검진 결과 종이를 읽던 만득은 위암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발견하고 만다. 각종 암을 초기에 발견하며 모조리 완치시켰는데도 또 다른 암을 진단받아버린 것이다. 이 장면에서 관객들도 덩달아 표정이 어두워지지만 이내 길례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대사가 나오며 순식간에 분위기가 전환된다.

"지겹다 지겨워.. 뭐 어쩌라고?”

이래도 되나 싶나 하면서 또 폭소를 터뜨리게 되는 이 레어한 드라마. 대사 센스가 장난이 아니다. 이 쫄깃한 대사들의 인상을 설명하자면, 센스있는 애드리브 같은 대사들이다. 잘 만든 드라마 중반부에 케미가 붙을대로 붙은 연기자들 사이에서 가끔가다 빵 터지게 되는 애드리브 같은 대사들 말이다.

연출은 또 어떻고..! 들여다 보면 주말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익숙한 세트장이 나온다. 그렇긴 한데, 분명 그 세트장인데 어떻게든 최대한 다른 느낌을 주려고 노력한 흔적들이 가득하다. 샷사이즈가 묘하게 다르고, Bgm도 대사도 설정도 참 특별하다. 아픈 상황들에 예상과 다른 명랑한 대사가 입혀지는 장면들이 자꾸만 기대가 돼서 요즘 가장 기다리게 되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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