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일기
마지막으로 이부자리에서 똑바로 잠이 든 지가 언제인지 세어보았다. 세탁의 종료를 기다리거나, 알람을 맞추지 못하거나, 불이 켜져있거나, 머리맡 핸드폰이 꺼질 때까지 켜져 있거나- 이 모두에 해당되거나. 바쁘다는 타이틀을 이마에 붙인 채 일상을 건너 뛰며 살았다. 내가 발 닿는 바위가 멀쩡한지 두들겨볼 생각조차 못하면서.
집에 들어온 시간이 열두시만 되어도 꽤 일찍 왔다-고 착각하던 시간이었다.
오늘은 열 시,
무려, 열 시.
방전된 지 몰랐던 맥북을 깨웠다. 변기를 닦고 향초를 켰다. 마그네슘과 밀크시슬을 삼켰다. 기부할 옷 박스를 다시 점검 했고, 현관문에 걸린 메모장을 지웠다. 2023년 8월 5일, 작년 날씨가 좋지 않아 1년 간 다시 갈 수 있는 천문대 티켓을 버렸다. 어떠한 둘이 되어 가고 싶었던 마음, 그 기간이 넉넉하다고 자부했던 그 감정까지 같이 구겨 넣었다. 자석으로 붙어 있는 네 컷의 사진들을 서랍 속으로 넣었다. 나에게 걸려 있는 기억이란 그 종이사진이 습기 머금은 세월만큼 접힐 뿐이었고, 문을 나설 때마다 내일과 모레만 떠올렸다. 친구가 내일 약속 있어? 물을 때마다 도저히 뇌에서 스스로 꺼내지 못해 캘린더 앱을 켜야지만 기억나는 일정들이,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일 년이 넘어 여기 남겨 둔 이유를 잊어먹은 엽서를 정리하다 문득, 그 뒷장에 써놓은 나의 글을 발견했다.
‘.. 그 모든 우연과 운명을 사랑하고
파도도, 바람도, 짠 맛과 모래의 거칠음까지 안을 수 있어야지.
슬프더라도 놓지는 않는 사람이길, 나는.’
슬픈 순간에 슬프다는 글자가 보였고
바다를 좋아한다고 말하려면 모든 촉감과 감정을 보듬어야 한다는 과거의 나에게
묻고 싶었다.
일 년 전에 생각한 너의 모습이 이게 맞는 거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