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아카데미에서 볼 수 없는 주요 부문 시상
황금빛 오스카 상으로 유명한 아카데미 시상식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 시상식입니다. 매년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행사인 만큼 화려한 쇼와 퍼포먼스를 곁들이는 '별들의 전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레버넌트'로 상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과연 이번엔 남우주연상을 탈 수 있을지 내기를 하는 재미도 있었고요.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현지시간으로 2월 24일에 방영됩니다. 그런데 시작하기 전부터 잡음이 많습니다. 사회자로 낙점된 케빈 하트가 과거 트위터 발언으로 하차하고 사회자 없이 진행할 예정입니다. 게다가 시상식을 2주 앞으로 둔 지금, 아카데미는 또 한 번 논란을 만들었습니다.
올해 아카데미는 촬영과 편집, 실사 단편, 메이크업&헤어 부문의 시상을 따로 방영하지 않고 대신 시상을 하는 동안 광고를 송출한다는 괴상한 발표를 했습니다. 3시간 반이 넘던 시상식을 3시간으로 맞추기 위해서라는데, 영화와 영화인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자리에서 주객이 전도된 상황입니다. 게다가 음악 상에 노미네이트 된 모든 후보의 퍼포먼스 시간은 다 챙겨주면서 상을 받은 수상자의 짧은 소감 발표는 잘라버리는 행태는 주최 측에서 자기 잇속만 챙긴 결정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결국 시청률과 광고 수익을 위해 시상식의 진짜 주인공들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할리우드의 명감독들도 아카데미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 영화감독 ('셰이프 오브 워터'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어떤 부문을 방영에서 제외할지 제안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촬영과 편집은 우리가 하는 일의 중심이 되는 영역이다. 연극이나 문학의 전통에 기대지 않은 영화 그 자체다.
- 감독 ('그래비티' 아카데미 감독상, 편집상 수상)
영화의 역사를 보면 소리, 색, 이야기, 배우, 음악 없이도 만들어진 명작들이 있다.
(하지만) 촬영과 편집이 없는 영화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 촬영 감독 ('그래비티', '버드맨' 아카데미 촬영상 수상)
촬영과 편집은 (영화를 이루는)"기본 입자"이자 영화의 태초부터 존재한 요소이다. (아카데미의) 이런 결정은 안타까운 일.
아카데미가 시상 장면 방영을 제외한 4개의 카테고리는 모두 영화 현장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분장과 헤어는 비단 영화뿐만 아니라 연극, 뮤지컬, 발레, 현대 무용 등 모든 공연 예술에 적용되는 분야이며, 단편 영화는 모든 영화인들이 거쳐가는 활동이자 장편영화 제작의 시발점이 되는 단계입니다. 게다가 '촬영'과 '편집'은 영화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필수적인 영역입니다. TV 드라마 '핸드메이즈 테일'로 에미상을 수상한 리드 모라노 감독도 "영화 예술로 수익을 내는 작자들이 정작 예술을 푸대접한다"며 분노를 표출했습니다. 영화예술아카데미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는 영화와 영화인들을 위해 설립한 단체입니다. 시상식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스태프의 노고와 공로를 치하하는 유일한 자리인 만큼 아카데미가 이번 결정을 철회하기를 바랍니다.
PS.
수많은 영화인들의 항의 끝에 아카데미가 결국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녹화 방송으로 대체하려던 4개 부문은 다른 카테고리와 동등하게 생방송으로 방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