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조력자가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우리의 하루
남편과 나는 결혼한 지 7년 된 부부이다.
초기 3년은 신혼기였고(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못할 것이 없었던 3년이었던 것 같은데 집에서 놀며, 시간을 허비하며 보낸 것이 후회가 된다... ㅠ), 4년 전부터 지금까지는 육아와 회사일을 병행하고 있다. 부부가 모두 일을 하다 보니 아이들을 등원하고 하원하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를 알게 된다.
어린이집은 대부분 8:00부터 (이르면 7:30) 아이를 맡아 주시고, 늦으면 저녁 7시까지 돌봄이 가능하다. 하지만 연장 보육이 가능하다고 해서 적게는 1살 많게는 5살 정도 되는 아이를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보낼 것이냐? 는 또 다른 문제이다.
워킹부모의 근무 환경은 크게 아래와 같다.
1.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경우
2. 출/퇴근 시간이 유동적인 경우
3. 출/퇴근 시간이 유동적이면서 하루 필수 근무 시간이 8시간 이하여도 괜찮은 경우
4. 아이와 함께 출/퇴근하는 경우 (직장 어린이집)
5. 풀타임 재택
다행히도 남편은 2번, 나는 3번에 해당한다. 하지만 적게 일한 날이 있다는 건, 야근이 필수인 날도 있어야 한다는 것..! 복직을 앞두고, 우리는 등하원을 어떻게 배분할지 논의했다. 어떤 스케줄을 하든지 간에 우리가 고수하고 싶었던 것은 두 가지였다.
1. 저녁은 가족이 모두 함께 먹는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오롯이 부부가 감당한다면(출/퇴근하는) 거의 불가능한 시나리오임)
2. 아직 어린 둘째(2세)는 되도록이면 올해까지는 정규수업시간이 끝날 때(오후 4시) 하원하자.
이 두 가지 고수하고 싶은 사항을 지켜서 한번 등/하원 스케줄을 짜보자니...
<1안: 남편이 등원 / 아내가 하원>
-남편: 등원 후 10시~7시 근무, 퇴근하고 집에 오면 7:40
-아내: 6시에 집에서 나와 출근하여 6:30-3:30 근무, 퇴근하고 4시 하원
문제점-> 아침에 10시까지 남편이 출근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퇴근이 늦어 같이 저녁 먹는 것이 불가
<2안: 아내가 등원/남편이 하원>
-남편: 5시 15분쯤 집에서 나와 6시-3시 근무, 퇴근하고 4시 하원
-아내: 9시 20분 첫째 등원 시키고 회사로 출근, 10-7시 근무, 집에 오면 7:30
문제점-> 남편이 아침에 정말 일찍 나가야 하고, 저녁시간이 많이 늦어진다.
아무리 짱돌을 굴려도 우리 둘이서는 도저히 2가지 조건을 고수하면서 등/하원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옆 동에 사시는 부모님께 등/하원을 온전히 맡기기로 하였다.
<최종 등원/하원 스케줄>
남편: 7시-4시 근무, 퇴근하고 5시부터 둘째 담당
아내: 아침에 아이들과 아침식사하고 출근하여 8:30-5:30 근무, 퇴근하고 첫째 데리고 집에 들어옴
조부모님: 아침 8시에 집에 와서 아침 식사한 것 치우고 아이들과 놀아주시다가 첫째, 둘째 등원
오후 4시에 둘째, 오후 5시에 첫째 하원 후 놀아주심.
이리하여 부모님께서 하루에 총 2~3시간 정도 두 아이를 돌봐주신다. 아주 가끔 일이 있어서 등/하원을 못해주실 때에는 내가 재택도 하고 연차도 쓰고, 미리 저축해 둔 근무시간을 아껴서 일찍 퇴근해서 해결하고 있다.
우리 부부는 맞벌이 중에서도 아주 운이 좋은 케이스이다. 언제든 도와주실 수 있는 부모님도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시고, 둘 다 출퇴근 시간이 유동적이라. 게다가 가족이 모두 모여 저녁식사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절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잘 안다. 아이가 어릴 땐 부모가 일을 하느라 어려울 수도 있고, 아이가 컸을 땐 아이의 스케줄이 바쁘거나 부모 또한 바빠서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가능할 때까지는 이 시간을 고수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 저녁시간을 소중하게 보내기로 매번 다짐한다.
이것이 우리 집 워킹 부부의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