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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ink aloud Nov 30. 2023

우리 집에는 TV가 없습니다

아이를 키운다면, 한 번쯤은 시도해 봐도 좋아요 1

우리 집에는 TV가 없습니다. 

아이를 키운다면, 한 번쯤은 시도해 봐도 좋아요 1 


나는 어렸을 적부터 영상 콘텐츠(주로 드라마) 소비하는 것을 좋아했다. 10대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만화, 게임, 예능프로, 가수 그 어떤 것도 덕질을 한 적이 없는데, 드라마만은 초등학교 때부터 끊임없이 본 것 같다. 심지어 스트리밍 서비스(OTT)가 없었던 2000년대 영국에 1년간 거주하면서도 해외 거주자들 대상으로 공유되는 동영상 사이트로 지붕 뚫고 하이킥을 매일 봤을 정도. (알만한 사람은 알 것이다 이게 무슨 서비스인지)

고등학교 2학년, 심각성을 느낀 우리 엄마는 딸을 위해(?) TV 선을 끊어버렸다. 그렇게 10년간 우리 집에는 TV가 없었다. 


남편과 결혼 날짜를 잡고 신혼집을 구해 이런저런 가전제품을 사러 다니던 때, 우리는 서로를 위해 신혼집에 TV를 놓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결혼 한지 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TV가 없다. 태어날 때부터 TV가 없는 집에 살았던 첫째는 3~4살 때만 해도 TV가 있는 친구 집에 놀러 가면 신기해하며 '엄마! 할아버지네에 있는 TV가 여기에도 있네요!'라고 외치며 한동안 그 앞을 떠나지 못했다. 5살이 된 지금은 TV가 있는 호텔이나 공간에 가도 크게 호들갑 떨지 않는다.  


TV가 없다고 우리 부부가 콘텐츠를 전혀 소비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다. 남편은 방송계 종사자이기 때문에 더더욱 TV를 안 볼 수는 없기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넷플릭스, 웨이브를 유료로 구독하고 있고 티빙은 멤버십을 통해 무료로 구독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여가시간(출퇴근시간)을 쪼개서 드라마를 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집 아이들은 어떨까? 

첫째는 30개월까지는 영상콘텐츠를 보여주지 않았다. 집 밖에서 타의적으로 보게 되는 영상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았고, 집에서는 영어로 된 5~10분짜리 짧은 콘텐츠를 내가 먼저 선별해서 아이패드에 담아둔 것들만 보게 했다. 반복적으로 보여주다 보니 일정 개월수가 지났을 땐 흥미가 떨어져서 전혀 찾지 않는다. 영어에 귀가 트이게 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어 영상을 보여주게 되었고, 둘째가 막 태어났을 무렵, 둘째를 돌보기 위한 수단으로 몇 개월 정도 보여주었다. 한번 볼 때 20분을 넘기지 않도록 지도했는데, 처음 몇 번은 보다가 끄면 울며 떼썼지만 이것도 여러 번 겪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영상을 끌 수 있는 자제력이 생겼다. 둘째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영상 노출이 빨랐는데, 아직 자제력이 생일 수 있는 월령이 아니라서 어느 정도 시점이 되어서는 둘 다 영상을 보여주지 않게 되었다. 


 아이가 키우는 집에 TV는 정말 백해무익일까?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이의 연령별로 좋은 콘텐츠는 너무나 많고, 이런 좋은 콘텐츠를 부모가 선별해서 정해진 시간에 보여줄 수 있다면, 그리고 부모와 아이가 정한 시청 규칙을 아이가 잘 따라와 주는 연령이 되었다면 교육적으로나 오락적으로나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모의 통제 없이 무분별한 시청, 일관성 없는 규칙을 기반으로 영상 시청이 습관처럼 시작된다면 다시 되돌리기 힘들고 아이와의 갈등만 깊어질 수 있다. 


첫째 50개월, 둘째 20개월이 된 지금, 그리고 이사를 7개월 앞둔 우리는 고민 중이다.

수시로 영어를 노출시키고, 교육적으로 필요한 콘텐츠들을 보여주기 위해 TV를 집으로 들일 것인가? 아님 원래대로 패드나 노트북으로 잠깐씩 보여주는 시스템을 유지할 것인가? 

항상 같은 자리에 있고 버튼만 누르면 원하는 콘텐츠가 나오는 TV의 존재가 우리 가족의 삶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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