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일주일간 수족구 열감기 콤보 대잔치
다행히 올해도 두 아이의 여름 방학이 겹쳤다. 나와 남편 모두 일주일 휴가를 쓰고 2박 3일은 강원도 여행, 나머지 시간들은 근교에 놀러 가거나 즉흥 여행을 떠나기도 계획했다.
휴가를 며칠 앞둔 주중의 어느 날, 새벽부터 둘째가 열이 났다. 너무 뒤척이면서 못 자길래 혹시나 하고 이마에 손을 댔는데, 뜨겁다. 이런 날은 잠이 오지 않는다. 아이가 아픈 것도 걱정이지만, 내일 어린이집에는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아이한테 미안하지만 워킹맘이라면 누구나, 아이가 아프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일 것이다. 내일은 과연 원에 갈 수 있을까. 나를 대체할 수 있는 친정 부모님이 바로 옆에 사셔도 이렇게 걱정이 되는데, 맞벌이 부부 오롯이 육아를 감당해내야 한다면, 예기치 못한 이벤트가 발생했을 때 얼마나 노심초사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일지… 생각만 해도 멘붕이다.
결국에는 어린이집에 못 가고 할아버지 할머니랑 하루를 보낸다는 연락을 받았다. 언제까지 우린 죄인이어야 할까. 언제까지 회사에 100%, 가정에 100%가 아닌 그 중간 어디쯤을 방황해야 하는 걸까. 이런 글을 쓰는 와중에 졸음이 쏟아진다. 새벽에 두 아이가 번갈아 가며 깨는 바람에 쪽잠을 잤다. 첫째는 기침이 심해서 자꾸 잠을 깼고, 둘째는 열이 났다. 오늘도 회사에 와서 비로소 나는 혼자가 되었다.
금요일 오후, 여름휴가가 시작되어 퇴근길이 가볍다. 집에 와서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쉬고 있는데 첫째가 자꾸 누워있는다. 몸이 뜨끈하다. 둘째의 열감기가 옮은 것일까? 입 주변에 뭐가 나기 시작했다. 아뿔싸.. 만 5세가 다되어가는데 다시 수족구에 걸린 것 같다. 다음날 둘을 데리고 병원에 갔다. 첫째는 예상대로 수족구였고 둘째는 여전히 열이 나는 열감기였다. 이대로 우리 월요일에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토-일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집에서 요양했다. 같이 장을 봐서 삼시세끼 먹고 다는 메뉴를 같이 요리해서 먹고, 점심 이후에는 다 같이 2시간 가까이 낮잠도 자고, 저녁에는 올림픽도 보며 쉬었다. 둘째가 수족구에 옮지 않기 위해 여전히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지만, 둘 다 컨디션이 회복되어 월요일부터 2박 3일 아프지 않고 여행을 다녀왔다. 다녀와서도 둘째가 좀 힘들어해서도 며칠 푹 쉬었다.
휴가가 아닌 평상시에 두 아이가 모두 아프고, 수족구마저 걸려 유치원에 갈 수 없었다면... 상상만 해도 큰일이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곳으로 나다니고 바다에 들어가는 화려한 휴가는 아니었지만, 남편과 내가 모두 여유 있을 때 아파서 다행이다. 아파도,, 다행이다.
휴가 마지막날, 남편과 이야기했다. 집에서 애들이랑 쉬니깐 회복이 되는 여름휴가였다고. 우리가 맞벌이가 아니었다면, 평상시 이런 상황에서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 더 행복했을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서 이야 해 본다. 그래도 이렇게 살기로 한 이상, 둘 다 회사에 가정에 최선을 다해보기로 파이팅을 외치며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