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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국인 Jan 10. 2018

보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영화

#002. 1987


재밌는 영화, 의미있는 영화. 재밌으면서도 의미있는 영화 1987

영화가 재밌다는건 무엇일까?

영화의 내용, 출현한 배우, 그들의 연기, 영상미, 음악 등 많은 요소가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가 의미있다는건 무엇일까?

대부분의 경우 소재가 주는 메세지에 주목한다.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사회문제를 담은 영화가 주를 이룬다.

이런 영화들은 대부분 소재를 중심으로 전개되다 보니 관객에게는 재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온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얘기하곤 하는데 사실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관객들에게 재밌게 전달해야 영화가 나온 의미를 관객이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곤 했다.

그런 점에서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부터 6월항쟁까지를 다룬 '영화 1987'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화는 하나의 사건이 아닌 1987년을 하나의 흐름으로 삼으며 중심에 '박종철 고문치사사건'과

'6월항쟁'을 놓고 그 과정을 그려낸다. 



단일 사건이 아닌 그 사건을 중심으로 흘러간 시간들을 복기한다는 것. 

하나의 사건을 서사적으로 풀어가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될수도 있다. 자칫 잘못했다간 흐름 속에서 중요하게 작용한 세부적인 디테일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당시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 많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 서사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영화가 개봉하기 이전부터 감독에 대한 기대를 많이 가졌다. 충무로에서 단 한편의 영화로 천재로 불리고 있는 장준환 감독이 이번 영화를 맡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끊임없이 화자되고 있는 지구를 지켜라에서 보여준 신선하고 자유분방한 연출감각이 이번 영화에는 어떻게 나타났을지, 이 거대한 서사를 그는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하였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1987은 거대한 서사 속에 관객을 밀어넣었다. 그 시대를 전혀 경험하지 못한 나는 학창시절에 역사시간에 듣기만 했었고 제작년 촛불혁명 당시에도 87년 6월항쟁이 많이 언급되었지만 사실 나에겐 꽤 거리감이 느껴지는 사건이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87년에서 함께 호흡하고 있는 는 것만 같았다. 박종철과 이한열이라는 두 청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큰 흐름으로 가져가면서도 요소요소의 디테일을 짚어주는 점은 앞서 이야기했던 거대한 서사를 그리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우려를 말끔히 씻어준다. 


그 유명한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가 나온다


역사 속 개인의 삶을 조명한다

역사라는 흐름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다소 먼 거리감을 수많은 개인을 조명함으로 가깝게 만들어준다. 이런 역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김태리가 연기한 '연희'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 연희는 우리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라디오를 들으며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는걸 즐기며, 시위하러 다니는 선배를 향해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냐며 가족들 생각은 안하냐고 묻는 모습은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 하다. 연희가 역사의 사건들과 만나는 지점도 어떤 대단한 의식과 사명을 가지고 하는게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적인 이유임을 보여주는건 수많은 평범한 개인을 보여주는게 아닐까 싶다. 좋아하던 선배가 이한열이었으며 그가 최류탄에 맞아 쓰러졌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광장으로 달려가는 것은 마치 역사의 중요한 사명을 대하는 자세가 너무 가볍게 느끼게 만드는것이라고 얘기 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런 아주 개인적인 요소도 사명을 만들어내는 큰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촛불혁명에 동참하고 지지를 보내는 것도 전적으로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만 가득한게 아닌 내 주변사람들에 대한 사랑으로부터 출발하기도 하지 않은가. 


우리를 대변하는 듯한 '연희(김태리)'


영화 1987은 내용만큼이나 화제되었던게 바로 강동원이 연기한 이한열 열사다. 영화 예고편 속에서도 등장하지 않던 강동원이 등장하자 영화관에서 감탄사가 곳곳에서 나왔다. 나는 SNS에서 강동원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이미 보아서 다른 사람들처럼 놀라진 않았지만 그가 연기한 배역이 이한열 열사라는 점이 밝혀졌을 땐 꽤 놀랐다. 이한열 열사의 남은 타이거 운동화로 로맨스를 그려낸 것도 약간은 전형적인 한국영화의 모습을 답습하는 듯해 약간 억지스러운거 아닌가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그도 20대 젊은 청춘이었기 때문에 누구나 겪는 풋풋한 로맨스에 대한 감정을 충분히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든다.  오히려 그런 평범한 일상을 꿈꾸었지만 그때 멈춰버린 그의 시간은 광장에 달려가는 연희의 모습과 함께 마음을 시리게 만든다. 


배우의 이미지를 보이지 않음으로 배역에 집중하게 만든다

쟁쟁한 배우들이 영화에 많이 참가했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그 배우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장면들이 나왔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관객이 쉽게 떠올리는 그 행동을 배우가 하지 않는다. 가령 하정우의 먹방을 볼 수 있을뻔 했던 장면이 몇차례 나오는데 여기서 단 한번도 먹는 보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또한 유해진 특유의 익살스러운 연기를 기대하기도 했는데 영화에서는 익살스러움보단 많이 톤을 낮춘 연기를 보여준다. 이것은 배우의 팬 입장으로는 아쉬움을 남기기는 하지만 영화의 캐릭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어 영화의 서사에 계속 몰입하게 만든다.



영화 1987의 아쉬운점

물론 이번 영화에서 아쉬운 점을 꼽자면 디테일을 가져가려고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놓친 많은 요소가 있다는 점이나 박종철과 이한열 두 청년의 이야기가 완벽하게 이어지는 서사가 아니다보니 느껴지는 단절이다. 1987년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다보니 87년 이전 계속 이어지던 흐름에 대한 언급이 없기에 어느정도 그 당시 흐름을 알아야 이해하기 편하다는 점은 어쩔 수 없긴 하지만 가질 수 밖에 없는 아쉬움이다. 또한 영화에서 언급하고 있는 사람들 이외에도 그당시 많은 역할을 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언급하는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영화가 '모두가 뜨거웠던 1987년이 이야기'라며 연희를 통해 그리고자 한 소시민이 누구나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좀 더 집중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판단하지만 그럼에도 다소 아쉬움은 남는다. 


마치며

몇몇 아쉬움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이 영화는 현대사를 다룬 많은 영화 중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영화이다. 그 당시를 보낸 중년층에게도 그 당시를 경험하지 못한 젊은층에게도 모두 재밌으면서도 의미있게 다가오는 영화가 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야기했지만 영화가 촛불혁명 당시에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승리의 기념비 같은 의미로 바라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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