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중심’ 획득 프로세스로 혁신기업의 마음을 사로잡다
Innovation with Agile processes
실리콘밸리에 자리잡은 국방혁신단(DIU),
‘미션 중심’ 획득 프로세스로 혁신기업의 마음을 사로잡다
○ A4 5장 분량을 넘지 않을 것
분야를 막론하고 ‘제안서’를 작성한다는 것은 치열하고 어려운 ‘도전’이다. 이 글을 접하는 많은 분들이 너무나 잘 아시겠지만 ‘방위산업’이 대표적이다. 제안요청서(RFP)를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하며, 방대한 양의 제안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규정 및 지침을 준수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검증해야 한다. 만일, 이러한 복잡한 규정과 절차 없이, 오로지 ‘문제해결을 위한 솔루션’만을, A4 5장 분량으로 제출하라고 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는 그러한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런데 미국에서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A4 5장 분량을 넘지 않을 것”, 美 국방부 산하 DIU(Defense Innovation Unit)에 제출하는 과제 제안서에 요구되는 제한사항이다. 제안요청서(RFP)는 존재하지 않는다. 해결이 필요한 문제가 제시될 뿐이다. 실제로 3월 23일 DIU 홈페이지에 올라온 과제 공모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DIU는 ICBM 발사대의 폐쇄 도어를 여닫는데 사용하는 장비에 대한 솔루션을 모집 중이다. 현재 유압장치(Hydraulic Pusher Set) 등을 사용 중이나, 110톤 규모의 폐쇄 도어를 열고 닫는 속도가 목표치에 미달한다. 유지보수에도 25시간 이상이 소요되며, 이동 및 운반에도 어려움이 존재한다. 이에 국방부는 개폐 장치를 열고 닫을 수 있는 완전한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이동도 가능한 솔루션의 프로토타입을 찾고 있다. 솔루션은 개폐 장치를 여닫는 시간을 목표치 이하로, 유지보수의 부담도 줄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정부는 솔루션 제안사 간의 협력구도를 조성을 추진할 수 있으며, 자체 팀 구성을 제안하는 것도 환영한다. 팀 구성시, 메인 업체 및 파트너가 수행할 작업을 설명해야 한다 ...
참여를 원하는 전세계의 기업은 제한 분량에 맞춰 솔루션 개요를 업로드하고 회사 정보를 포함한 설문조사에 응하면 된다. DIU는 30일 이내에 피드백을 하고 후속 프로세스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 “상용 기술의 도입을 10배 이상으로 늘려라”, DIU에게 주어진 숙제
미국은 민간분야의 첨단 기술들이 국방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2015년 국방혁신실험단(DIUx, Defense Innovation Unit Experimental)을 발족한다. 이후 2018년 8월 DIU는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국방부 정식 산하기관으로 출범하게 된다. 현재 DIU는 직면한 위협에 활용 가능한 상용 기술을 발굴하고, 신속하게 군사용으로 전환하여, 국방 역량 혁신에 기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는 도전 과제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상용 기술 채택을 가속화하는데 초점을 맞춘 국방부의 유일한 조직입니다.
DIU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채택한 최초의 국방부 산하 조직이다. 자체 산출물에 집중하기 보다 민간 부분에서 효율적인 제품과 기술을 찾겠다는 것이다. '국방에 필요한 핵심기술의 대부분은 더이상 정부 투자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통찰의 결과다. DIU는 상용 기술 의 도입을 기존의 10배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1년 이상 소요되는 획득절차를 60-90일 이내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非 방산 회사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DIU는 프로세스를 단순화 했다. 도입부에 소개한 입찰 방식이 그 '단순화'의 일환이다. 기존의 복잡한 절차는 스타트업 등 소규모 민간 회사에게는 높은 장벽이다. DIU와 계약을 체결한 회사의 4분의 3이 소규모 기업이라는 것은 프로세스 단순화가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보여준다. DIU 이사대행 Mike Madsen은 "우리는 쉽게, 저렴하게 만든다. 우리의 모든 것은 방산 경험이 없는 회사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고안되었다." 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세스 개선만으로 기업의 참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는 없다. 기업에 있어 '수익성' 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를 간과할 수 없는 탓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수익 창출’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 DIU는 이러한 생리를 잘 이해하고 있다.
수익 성장과 예측 가능성은 민수 기업의 핵심입니다. 투자자와 기업가는 프로토타입 개발이 실질적인 생산 계약으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투자자들은 국방부가 민간 업체를 유치하고 상용기술을 도입하는데 진지한지를 판단하는 척도로 ‘생산 계약’의 달성 여부를 봅니다.
- DIU 2022 ANNUAL REPORT 中 -
국내 방산업계에서 체계개발 및 양산사업은 수익성 개선의 모멘텀이다. 미국도 유사하다. DIU는 프로토타입 계약이 후속 양산 등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구체적인 성과를 공개하고 있다.
미 국방부도 DIU의 정책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4월 4일(현지 시간) 미 국방부는 애플의 더그 백(Doug Beck) 부사장을 DIU 국장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5월 1일부터 임무를 시작하는 DIU 국장이 기술혁신 활동 및 전략적 영향 등에 대해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보고' 하도록 역할을 조정한다는 국방부의 발표는 주목할 만하다. 더그 벡 부사장은 팀쿡 최고경영자에게 직접 보고하는 20여명의 고위 임원단에 포함되는 애플의 핵심인물이기도 하다. 애플 고위 임원의 영입 및 국방장관 직속보고 부서로의 역할 변경은 DIU의 과감한 정책들이 더욱 큰 힘을 받는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미션 중심의 개발’.. DIU의 진정한 저력은 '일하는 방식
INSIGHT
다시 서문으로 돌아가서, DIU의 모집 공고에는 복잡한 기술용어와 규정이 가득한, 수십에서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제안요청서(RFP)는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제시, 요구사항, 참고사항 등 설명자료의 총 분량은 불과 6,800자에 불과하다. DIU의 진정한 저력은 여기에 있다. 모든 일은 실질적인 '문제'에서 시작하며,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상용 기술에 의해 불필요해진 현재의 시간 소모적인 요구사항 프로세스를 재개념화 하는 것이 중요" 하며, 핵심은 "요구사항을 개발하는 대신 요구사항을 검증하는 것"임을, DIU의 이사대행 Mike Madsen은 강조한다.
EXPANSION
처음에는 DIU도 이러한 신속 획득 개념을 구축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비전통적인 일부 회사들이 방위 시장에 참여하는 것 만으로도 큰 기회 비용으로 인식했다. 2018년 국방부의 정식 산하 기관으로 지정되기까지, 크고 작은 조직 대내외 갈등을 해결해왔을 것이다. 그 다음 DIU는 각 프로젝트가 양산 등 정식 美국방부 과제로 전환되는데 집중했다. 2022년은 그 노력의 결과를 숫자로 확인한 해였다. 이제 2023년은 또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각 프로젝트가 부서간, 플랫폼 간 광범위하게 확장하고 있는지로 목표를 옮길 계획이다.
SOLUTIONS
DIU는 최종 사용자, 즉 소요군이 겪고 있는 모든 문제를 찾는다. 직접 발굴한 문제들은 '프로젝트 의사 결정 위원회'라고 하는 매우 신중한 프로세스를 거친다. 어떤 문제들이 우선순위로 오르게 될까. 부서간, 플랫폼간 서비스 전반에 걸쳐 확장될 수 있는 문제가 최우선순위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공군 비행 플랫폼의 복잡한 부품을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하는 프로젝트가 있다. 이 프로젝트가 공군에서 시작해 육군 소속의 비행 플랫폼으로, 그리고 지상의 바퀴달린 모든 차량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일이 될 것이다.
○ 체계업체들도 ‘DIU’가 일하는 방식을 벤치마킹할 때
산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방산 골드러시 시대’에 진입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이 한국, 튀르키예 등 글로벌 방산시장을 확대하려는 신흥 무기수출국들에게 다시 오기 어려운 ‘천재일우’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기회의 시기에 우리는 수혜자가 될 수 있을까.
미 국방부가 신무기 기술에 투자하기 위해 전통적 방위산업체가 아닌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국방부가 발주한 사업을 기술 분야 스타트업들이 따내는 사례가 늘어난 것은 빅데이터 전문 기업 '팔란티어'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등이 사업을 수주하면서부터라고 전했다. 그리고 앞선 L Note를 통해 전했듯, 이 기업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활약했다. 기회의 시기가 필요로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일례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군·산·학·연을 아우르는 다양한 협력을 경험해온 전통적인 업체들에게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제 전통적인 사영 영역을 무너뜨리며, 새로운 기술과 솔루션을 개척해온 DIU의 업무 방식을 벤치마킹할 때다. 협력회사들에게 방산 정책 트렌드를 공유하고, 변화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 새로운 솔루션을 보유한 혁신기업들을 발굴하고, 전략적 협력의 확대도 서둘러야 한다. 기술기업들에게 국방사업에 함께 참여할 ‘가교’ 역할을 제안하는 한편, 우리가 민수 분야로 나아가는 ‘디딤돌’로서 협력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1991년 걸프전은 네트워크 중심전(Network-Centric Warfare)이 전장 패러다임을 주도하기 시작한 사건이기도 했다. 30여년이 지난 오늘날,뉴노멀(New Normal) 시대가 도래하며, 다시 한번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제 DIU의 도전을 교훈삼아, 혁신 기업들과 뉴 디펜스(New Defence) 시대를 향한 새로운 동맹(Alliance)을 구성할 때다.
[Vol.1] ISSUE NO.3
‘미션 중심’ 획득 프로세스로 혁신기업의 마음을 사로잡다
실리콘밸리에 자리잡은 국방혁신단, DI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