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新 ‘국방전략’이 글로벌 방산 업체에 던지는 메시지
More Missiles, Less Ground Vehicles!
‘원거리 억제 전력을 확보하라’
호주의 新 ‘국방전략’이 글로벌 방산 업체에 던지는 메시지
○ 세계가 주목한 AUKUS의 7번째 핵잠수함 추진 계획 발표
세계 7번째 핵잠수함 보유국이 결정됐다. 최근 유래 없는 국방력 증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호주가 그 주인공이다.
4월 13일, 미국-영국-호주로 구성된 군사동맹 오커스(AUKUS)는 결성 1년 반 만에 호주에 대한 핵 추진 잠수함의 조기 공급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미국의 버지니아급 핵잠 최대 5척을 2023년대 초까지 인도한다는 것이 요지다. 이와 동시에 오커스 동맹은 호주에 핵잠수함 건조기술을 전수하기로 결정했다. 영국의 설계에 미국의 전투체계를 탑재하는 '오커스급 잠수함'을 호주의 조선소에서 건조한다는 계획이다. 오커스급 잠수함이 2042년부터 2050년대 후반까지 2년마다 1척씩 건조돼 총 8척이 호주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추정되는 예산은 최대 3,680억 호주달러, 한화로 약 318조원에 이르는 규모다. 호주의 연간 국방비 39조 7000억원(2021년 기준)의 8배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이다. 이 계획이 완성되는 2060년대에 이르면 호주는 최대 13척의 핵 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게 된다.
핵잠수함 획득 결정과 그에 따른 막대한 자금의 투입 계획은 호주 국방획득 전략의 새로운 변곡점이 됐다. 핵잠수함의 획득이 국방 전략의 핵심이 됨과 동시에, 호주 국방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요인이 된 탓이다. 잠수함의 자금 수요는 향후 수십년 동안 호주 정부의 국고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요소다. 호주 국방전략 검토서가 발표되고 2주일 후, 호주 연방정부의 '2023/2024' 회계연도 예산안이 발표되었다. 예상한 대로 호주 국방 예산은 역사상 처음으로 500억 호주달러(약 44조 7,650억원)를 넘어서 책정되었다.
○ 장거리 타격능력을 先 확보하라 - 엇갈리는 ‘희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오커스(AUKUS)의 핵잠수함 추진 계획과는 달리, 지난 4월 24일 호주의 '국방전략 검토 보고서'의 발표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 110페이지 분량의 문서는 앞으로 일어날 인도- 태평양 지역의 큰 변화와 일부 국가의 방위 산업에 일어날 혜택에 대해 예고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보고서를 통해 역대급의 국방비 지출을 예고하며, 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과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 자국 내 생산/기술 인프라를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이는 막대한 경제력을 앞세워 호주의 앞마당인 태평양 도서국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의 위협 때문이다.
호주는 먼저 '미사일 시대'의 도래와 이로 인한 변화의 필요성을 보고서에 적시하고 있다. 장거리 정밀 타격무기의 확산으로 거대한 바다를 보호막으로 삼고 있던 호주의 지리적 이점이 근본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원거리의 적을 제지해야 한다는 결론은 호주의 방어 태세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균형잡힌 힘' 보다는 '더 집중된 힘'으로 이동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일부 획득(곡사포나 전투차량)은 취소하거나 줄이고, 다른 획득(지대함 미사일 및 상륙정)에 자금을 할당토록 했다. 이러한 전략의 선회에 방산업계의 희비도 엇갈렸다. 호주가 보병전투 장갑차(IFC) 도입 대수를 450대에서 129대로 축소하면서 최종후보군에 올랐던 국내 업체와 독일의 라인메탈도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깔린 것이다.
○ ‘균형잡힌 힘’ 보다 ‘더 집중된 힘’으로... 글로벌 방위산업에 일어날 변화는
호주가 ‘더 집중된 힘’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수행하는 동안 분명한 것은 새로운 시스템의 개발과 획득에 동맹국과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보고서에서 호주는 자체 군사력 보강과 국내 방위 생산 능력 확보를 위해 호주 내에서 장거리 타격 미사일과 탄약/폭발 물의 제조가 가속화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호주는 심각한 방산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 전체 방위산업 종사자 2만 5천명 가운데 약 절반을 외국계 자회사가 고용하고 있을 정도로 방위산업 인프라도 성숙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고서는 호주 국내 업체로부터의 조달은 합리적인 이유가 뒷받침되는 선에서 고려되어야 한다고도 덧붙인다. 이에 현지 방산 업계에서는 외국계 방산 업체 들에 유리한 방향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결국 호주는 자국의 산업이 속도를 낼 때까지 글로벌 방산 업체의 호주 진출이 가속화 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한편 국방전략 보고서는 ‘파괴적인 신기술을 자체 역량으로 신속하게 변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존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최적의 대안을 검토하고 절차를 준수했던 방식이 국방 역량을 강화하는 속도를 늦춰왔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략적 상황에 따라 필요한 품목에 대해서는 필수 역량을 갖추었다면 획득 절차를 간소화해 빠르게 획득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ASCA(Advanced Strategic Capabilities Accelerator)라는 새로운 정부의 프로그램이 수립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18개월 이내에 개발과 테스트, 개선이 이뤄지는 신속 획득 유형이며, 호주 정부는 여기에 향후 34억 호주달러(약 2조 9,7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 프로그램으로 전환되는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Ghost Shark 프로그램이며, 이를 성사시킨 회사가, 잠수함을 한번도 만들어 본 적 없이 일정을 3개월 앞당겨 첫 시제품을 납품한 안두릴(Anduril)이다.
○ 5년차 신생기업 ‘안두릴’, 호주 국방혁신의 ‘아이콘’으로 비상
‘VR 헤드셋 오큘러스의 개발자’로 잘 알려진 팔머 럭키가 AI·빅데이터 전문기업 ‘팔란티어’ 등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2017년 설립한 美 안두릴은 AI 기반 센서, 감시체계, 드론 등을 개발하는 회사이다.
안두릴은 2022년 3월 호주에 현지법인 ‘Anduril Australia’를 설립하며 야심찬 ‘비전’을 내놓는다. AI에 기반한 자율 무인 시스템과 이를 뒷받침할 소프트웨어 중심 개발 프로세스로 호주군의 혁신에 기여하겠다는 것, 또한 현지에서 주요 제품의 설계, 개발, 제조 및 판매를 수행한다고 선언한다. 자체 산업 인프라 강화가 시급한 호주의 ‘니즈’를 이해하고, 동반자를 자처한 것이다.
성과는 눈부시다. 무인잠수정 관련해 별다른 실적이 없는 5년차 신생기업 ‘안두릴’은 ‘22년 5월 호주 해군과 3년간 3기의 XL-AUV(Extra Large Autonomous Undersea Vehicles) 프로토타입을 납품하기 위한 1억 달러 규모의 상업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발표한다. 이후 ’22년 12월, 계획보다 3개월 앞서 첫 번째 프로토타입을 납품하는데 성공한다. ‘Ghost Shark’로 명명된 5.8m 길이의 무인수상정의 본체는 3D 프린팅으로 제작됐으며, 최대 6,000m 해저에서 10일간 감시정찰, 표적조사, 지형탐색 등의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Ghost Shark’가 보잉사의 ‘로열 윙맨’처럼, 유인잠수정과 공격을 포함한 공동 임무 수행이 가능한 형태로 진화해 나갈 것으로 예측한다.
팔머 럭키는 “자율성, 에지 컴퓨팅, 센서 융합, 추진 및 로봇 공학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호주 해군에 첨단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이야기한다. 나아가, Anduril Australia가 호주 방위산업이 최첨단 자율 기능을 수출하는 선도 국가가 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美 방산 유니콘이자 5년차 신생기업 ‘안두릴’이 호주군과 함께 글로벌 강자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 핵잠수함을 보유한 국가의 향후 국방 획득 전략은... 태평양을 넘어 열린 기회
한국과 호주 정상은 지난 5월 19일, G7 정상회의가 열린 일본 히로시마에서 만나 국방.방산 분야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호주의 앨버니지 총리는 양국이 함께 참여하는 역내 군사훈련 횟수를 늘려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호주 국방부 장관이 방한하여 우리 나라 국방부와 고위급 국방회담을 갖을 예정이며, 이 회담을 통해 한-호주 방위산업 협력 방안을 구체화 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협력을 위한 양국의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다.
향후 최대 13척의 핵 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게 된 호주. 호주의 함대는 기존 디젤 엔진 함대보다 더 멀리, 그리고 더 빠르게 작전이 가능해질 것이며, 나아가서는 적에 대한 장거리 공격 또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군사 활동에도 큰 제약이 없어, 남중국해와 대만 일대까지 정찰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작전 영역과 임무가 광범위해지는 탓에 다양한 무인해양플랫폼(무인잠수정 등)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핵 추진 잠수함과 장거리 타격체계의 획득으로 감당해야 할 비용과 시간이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그 외의 수많은 전략 자산들은 속도와 효율성을 중시할 것이다. 중저가 유도무기나 무인플랫폼에 탑재될 각종 센서/무장들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호주가 국방전력과 자국의 방위 산업체와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점이다. 무인화·장거리 타격·지상 복합 무기시스템·미사일 방어시스템 중심으로 더욱 빠르고 유연한 개발 역량과 인프라 확보를 우선 과제로 설정할 것이다. 또한 자국 내 생산및 고용이 가능한 무기체계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도 우리는 중동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방위 산업 인프라가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국가에 무기체계를 성공적으로 수출하는 경험을 쌓아왔다. 더불어 자국 내 국방 생산 능력과 기술의 확보를 추구하는 국가와의 수출 모델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단일 업체로는 세계의 어느 누구보다도 작전의 전 영역에 이르는 다양한 무기체계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멀고도 가까운 태평양 국가의 혁신을 주시하며, 변화의 주인공으로 비상할 기회를 모색할 때다.
[Vol.1] ISSUE NO.4
호주의 新 ‘국방전략’이 글로벌 방산 업체에 던지는 메시지
원거리 억제 전력을 확보하라, AUK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