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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 NOTE Nov 07. 2024

V1_NO.7 용병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진화할 뿐

21st mercenary, Private Military Company



21st mercenary, Private Military Company(PMC)

용병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진화할 뿐이다.



○ 21세기의 용병, ‘민간군사기업(PMC, Private Military Company)’ 그들은 누구인가


러·우 전쟁은 용병을 전쟁 전면에 내세운 최초의 현대전으로 기록될 것이다. 러시아는 정규군의 징집 및 사기진작에 어려움을 겪자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대규모 병력을 전장에 투입했고, 이 용병회사의 직원수는 무려 5만명에 이른다.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모집한 의용군의 수도 2만명에 육박한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사실상 용병들의 대리전이 치러지고 있는 양상이다. 



용병은 냉전시대가 막을 내린 뒤 미국을 비롯한 주요 나라들이 병력 규모를 줄여나가면서 반대로 몸집을 키웠다. 군비 축소에 군인 출신 실업자들이 대거 양산되고 각종 재래식 무기가 남아돌았다. 이때 자연스럽게 용병 업체로 사람과 무기가 밀려들었다. 냉전은 종식되었어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유혈분쟁이 지속됐다. 21세기의 용병, 즉 민간군사기업(PMC)은 오래 전부터 있어온 직업적인 용병(mercenary)이 이러한 흐름을 타고 기업 형태로 진화한 것이다. 특히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자국 군인의 희생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용병을 대거 고용하며 그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아웃소싱이다. 전 세계 민간군사기업의 규모나 숫자에 대한 전체적인 통계는 없지만, 대테러국제용병협회(IMACT)는 170여개의 업체에 30만명 정도의 직원이 있다고 추정한다.



○ 전쟁을 아웃소싱 하는 시대, 용병이 늘어나는 까닭은 

 

각국이 이들 PMC와 계약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경제적·정치적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정규군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용병 고용이 저렴하고, 또 용병의 군사활동은 정규군의 것과는 별도로 여겨지기 때문에 자국내의 반전여론을 억제하기 쉽다. PMC와 계약한 용병에게는 훈련비와 퇴직금, 연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전투 중에 군인이 희생되면 정부가 비난을 받는데, PMC를 이용하면 이런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설 군사기업의 원조 미국의 경우, PMC가 철저하게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돼 있으면서 미국의 군사적 공백을 대신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를 예로 들면, 해외에 파견 미군 병력의 수를 제한했지만, 대신 민간에 전쟁을 물려주는 방법을 택했다. 안보전문가인 숀 맥페이트 조지타운대 교수는 “2009년 이후 전쟁 지역에서 PMC 계약자 대 군대의 비율은 이전 1대1에서 3대1로 증가했다.”며, “이들 PMC는 외국에서 용병을 모집하고 정보 분석을 수행하는 등 한때 정부의 몫으로 여겨졌던 일들을 했다.”고 말한다. 미국의 PMC는 2015년 이후만 놓고 봐도 예멘, 나이지리아, 우크라이나, 시리아, 이라크에서 활동하며, 미군의 역할을 대신 수행했다.


반면 PMC는 이익 추구라는 업의 본질, 그리고 국제법과 시민사회의 통제에서 자유로운 위치로 인해 사회에 커다란 해악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인권을 유린하는 불법적인 행위들을 벌이거나, 계약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종전보다는 갈등을 연장하여 더 많은 분쟁을 야기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더욱이 이번 전쟁에서 바그너그룹은 푸틴으로부터 사면권을 받아 수감 중인 죄수들 5,000명을 지원병으로 투입, 참전 후 사면한다는 것으로 알려져 PMC의 비도덕성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 프리고진의 사망이 전 세계 독재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 


최근 발생한 '바그너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의 반란과 의문의 사망사건은 전 세계의 독재자들에게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용병 기업이 군사적·정치적 힘을 키우면 그 칼끝은 최고 권력을 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용병업체 바그너그룹은 지난 2014년 당시 우크라이나가 관리하던 크림반도를 러시아가 점령할 때, 러시아군의 크림반도 병합에 기여하면서 이름을 떨쳤다. 거기다 이번 전쟁에서 바그너그룹은 러시아군과 협력하여 소속 용병들을 최전선에 투입, 격전지였던 바흐무트 점령을 선언하여 국민적 지지도 얻었다. 하지만 지난 6월 24일, 러시아 군부와의 갈등이 극에 달한 프리고진은 총구를 돌려 모스크바로 진격하였다. 결국 이 반란은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1일 만에 중단되었으며, 수장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망명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2달도 채 되지 않아 프리고진은 의문의 항공기 추락사고로 숨졌다. 당국은 사고의 원인을 밝히지 않고 있어, 사건의 진상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사건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기자단의 질문에 “러시아에서 푸틴이 배후에 있지 않은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 새로운 아웃소싱의 양상이 나타난 러·우 전쟁


인류 역사상 용병은 가장 오래된 직업군이다. 용병의 한계와 위협을 목격했음에도 징집에 대한 권력을 상실한 국가기관은 각종 분쟁에 꾸준히 용병을 활용할 것이다. 용병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환경에 적응하고 빠르게 그 형태를 바꿀 뿐이다. 현대의 PMC는 크게 세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고객에게 실제 전투행위를 비롯한 전술적 군사지원을 하는 ’민간보안회사‘ ▲퇴역장교들로 하여금 전략자문과 군사훈련을 담당하게 하는 ’군사자문회사‘ ▲군부대에 병참·정보·시설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군사지원기업‘이 그것이다. 분쟁 환경에서 계약자의 니즈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 L Note 6편에서도 언급했듯이, 미국 기업들은 정부가 손쓸 수 없었던 전쟁 초기부터 사실상 모든 전투의 양상을 지배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빅테크’를 기반으로 전쟁을 원격지원함으로써, 이른바 ‘군사지원기업’의 역할을 한 셈이다. 성능에서 전세계를 압도한 스타링크는 기반시설이 파괴된 우크라이나에 생명줄과도 같은 통신 네트워크를 제공했다. 심지어 일론 머스크는 이미 기업인의 한계를 초월해, 스타링크를 두고 직접 종전 협정을 제안하는 등 국제 정치를 주도하는 자리에 올랐다. 스타링크 뿐만 아니라 전장에서 다양한 빅테크 기업들의 활약을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느냐는 사실 의문이다. 군사위성보다 압도적인 양과 품질을 가지고 러시아군의 동향을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한 맥사테크놀러지, 우크라이나의 군수와 물류를 통제한 우버, 사이버전을 대신 치른 마이크로소프트 등 실시간으로 변하는 전쟁의 양상에 대응하는데 의회의 동의라는 공식적인 절차는 필요 없게 된다.




○ 인간용병 보다 효과적인 무인 플랫폼 PMC 


우크라이나는 새로운 무기를 사용하거나 만드는 데 혁신적임을 보여주었다. ‘SkyLab’은 전쟁 발발 이후 등장한 우크라이나의 스타트업 중 하나다. 이 업체는 드론을 포함해 폭발물이나 보급품을 운반할 수 있는 무인 플랫폼을 만드는데, 이 플랫폼들은 이미 러시아군을 향해 사용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는 이런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이들이 허가와 자금지원을 받도록 돕는 디지털 변혁부는 비슷한 성격의 프로젝트를 300개 이상 진행하고 있다. 궁핍이 혁신을 만든다고 했던가. 이러한 소형플랫폼의 파급력은 상상 그 이상이다. 전쟁에서는 최근 호주에서 상업용 목적으로 만들어진 일명 ‘골판지 드론’이 방공망을 뚫고 수백억원을 호가하는 러시아 전투기를 파괴했다. 종이로 만들어진 탓에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아 방공망을 쉽게 돌파할 수 있다. 상황과 환경에 최적인 무인플랫폼에 화력 체계를 빠르게 연동할 수 있다면 전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PMC를 상상한다 


어쩌면 미래에는 ‘무기 종합상사형 기업’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PMC가 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이 회사는 전 세계의 다양한 소형·무인 플랫폼들을 소싱하는 한편, 계약 국가가 보유한 화력체계들을 연동하여 그들을 필요로 하는 무기를 공급하는 일에 주력한다. 전쟁을 목격한 전 세계의 테크 기업들은 이제 앞다퉈 다양한 무인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국가기관은 용병 고용에 있어 ‘사람’ 이라는 리스크를 소거하면서도 점령에 필요한 전력자원을 분쟁 현장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고민할 것이다. PMC는 전장과 전술, 그리고 국가기관의 니즈를 가장 많이 이해하고 있는 조직이다. 테크기업들과 국가기관 사이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노려볼 만 하다. 조금은 엉뚱한 상상의 비즈니스 속에 우리가 활약할 지점은 어디인지, 앞으로 계속될 L NOTE를 통해 구체화 해 볼 예정이다.





L NOTE


[Vol.1] ISSUE NO.7
21st mercenary, Private Military Company(PMC)
용병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진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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