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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운 May 24. 2024

RAW 파일을 왜? 사용하는 거죠?

RAW  Data의 Latitude

지난 포스팅에 이어서 RAW파일을 왜? 사용해야 하는지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다시 말하면, 카메라에 현상과 인화를 맡기지 않고, 불편하지만 자가현상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앞선 포스팅을 살펴보셨다면, RAW파일을 왜? 사용하는 거죠?라는 질문은 개념적으로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카메라에 필름을 사용하는 건 당연하니까 말이죠.^^

편리함을 이길순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은 내가 원하는 만큼 후반작업을 완성도 있게 진행해 주는 카메라 현상소가 없다 보니, 현상프로그램과 편집프로그램을 사용하더라도 자가현상을 아직은 할 수밖에 없긴 합니다. 자가현상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점점 사용편의성이 좋아지고 있어요. 어도비 프로그램은 하루가 다르게 편리해지고 있죠. AI가 점점 똑똑하게 개입하고 있어서 작업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완성도 또한 좋아지고 있죠.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일상사진들은 굳이 자가현상을 하지 않아도 충분할 정도죠. RAW데이터를 이용한 자가현상은 자유도 확보를 위해 아직은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저처럼 고객의 의도를 반영해야 하는 상업사진 공급자에겐 질 좋은 RAW데이터 활용은 필수죠!

집에 있는 앨범 속 옛날 사진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오래되어 색도 바래고, 잡티보정도 하고 싶고, 좀 더 큰 사이즈로 출력을 하고 싶어서 사진을 꺼내서 사진관에 가지고 갔다고 상상해 보세요. 종이사진을 사진관 사장님께 보여주면서 색감도 살려주시고, 잡티보정과 확대인화를 요청한다면, 사진관 사장님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이렇게 다시 물어볼 확률이 높아요. "혹시 종이사진 말고 필름 가지고 계신가요?" 필름이 있다면 다시 암실에 들어가서 요청사항을 반영하는데 훨씬 수월할 테니까 말이죠.

그럼, 디지털 이미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사진관에서 원본파일이라고 받아둔 JPG 이미지가 있어요. 근데 창밖의 풍경은 보이지 않아서 아쉽고, 전체적인 색감도 인위적이라 최대한 자연스러운 톤으로 보정하고 싶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역시 사진관 사장님께 JPG파일을 전달하면서 이런 부분을 수정해 줄 것을 요청해요. 그럼 사진관 사장님께서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혹시, RAW파일 가지고 계신가요?"라고 되물어볼 수 있어요. 색감을 조정하는 건 덧칠을 해서라도 어떻게든 맞추어볼 수 있다고 해도, 보이지 않는 창밖의 풍경은 RAW데이터가 없다면 살려낼 방법이 없으니까요. RAW데이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어요. 이걸 RAW데이터의 관용도라고 하고요. 이젠 AI의 도움을 받으면 창밖의 풍경을 가상으로 만들어 넣을 순 있지만, 그때 그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하려면 RAW데이터가 필요한 건 어쩔 수 없네요.

생각보다 DR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기술발전은 더딘 것 같아요. 아마도 물리적인 센서의 발전속도가 소프트웨어의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가상의 디지털 데이터를 가공하고 처리하는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지만, 아날로그 세상을 디지털 세상으로 진입시키는 접점역할을 하는 기계장치를 발전시키는 건 상대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긴 합니다. 개인적으론 지금의 기술도 너무너무 충분히 신기하긴합니다. 물리적인 카메라 센서의 발전보다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소프트웨어의 기술발전으로 사진 이미지는 좋아지고 있어요. 메타버스 세상이 쉽게 열리지 않는 이유도 사실 디지털 세상으로 진입하기 위한 아날로그 기계장치의 완성도 때문이죠.

앞선 포스팅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차이에 대해서 질문을 남겨놓았어요. 우리는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물리적인 공간에 발을 딛고 사는 아날로그 세상이 우리 삶의 기반이죠. 물론 이곳이 시뮬레이션 세상일 확률이 더 높다고 하지만, 그걸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어쩌면 핵심이죠. 그냥 이곳에 던져진 존재로서 살아갈 뿐이죠. 나를 중심으로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은 내가 인지하는 영역 안에서 가상일 수도 있죠. 생각하는 범위까지 세상은 펼쳐지고, 나와 관계한 모든 사물과 사람들은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게임 속에서 렌더링 되고 있는 가상의 존재들일 수도 있죠. 심지어 나의 가족조차도 말이죠. 픽셀로 그려낸 디지털 사진은 현실 이상의 현실을 제공하지만 확대해서 들여다보면 픽셀로 이루어진 가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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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서 언급한 히스토그램, HDR, 화이트밸런스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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