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류사진작가 루스 버나드 Ruth Bernhard
1962년 "in the box"
1962년 "in the box"
Ruth Bernhard (1905.10.14~2006.11.18)저는 흑백필름으로 사진을 시작했고, 자연스레 흑백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여류사진작가 중에 누드사진으로 유명한 루스 버나드 (Ruth Bernhard)를 알게 된 것도 흑백사진을 한창 공부할 때였습니다. 우연히 보게 된 흑백 누드사진 한 장 때문에 그녀에게 관심이 생겼고, '인간의 몸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 감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많지만, 저는 아래 사진을 제일 좋아합니다. 이 사진("in the box")으로 루스 버나드 (Ruth Bernhard)를 알게 되었으니까요. 소개합니다.
1962년 "in the box"이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누드'란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그냥 멋지다. 아름답다. 사실,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그냥 아~~. 하는 '울림'이 쿵하고 심장을 때렸어요. 사진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는 '누드 사진'이라고 하면, "월간 00"과 같은 잡지에 나오는 '계곡이나 바위에서 벌거벗은 여자 모델 사진' 쯤으로 기억하고 있었죠. 아무리 스카프를 휘날리고, 태양을 피하는 것처럼 연출된 연기를 멋지게 해도 내 눈엔 그냥 벌거벗은 여자로 밖에 보이지 않았었죠. 잡지를 보다가도 그 페이지는 빨리 넘겨야 할 것 같은 조금 민망한 사진이었어요. 하지만 Ruth Bernhard의 'in the box'에는 벌거벗은 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감상해도 민망한 느낌이 없습니다. 신기했어요. '아하~ 이런 게 작품 사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외설인지 예술인지는 그냥 보면 알 수 있는 거였어요.
풍경사진의 대가인 안셀 아담스(Ansel Adams)가 "가장 위대한 누드 사진작가"라고 그녀를 극찬했고, 그녀는 '사진 예술의 인식을 바꾼 사진작가'로 유명한 즉물사진(straight photography)의 거장 에드워드 웨스턴 (Edward Weston)과 교류하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하지만 그들 만큼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진 못한 것 같아요.
F/64 그룹
루스 버나드는 F/64 그룹(Group f/64)에서 활동했어요. 이 그룹은 1930년대에 캘리포니아에서 결성된 사진가 모임으로, '회화주의 사진'이 주류였던 시기에 "스트레이트 포토그라피(Straight Photography)"를 표방하는 전위적인 그룹이었습니다. 그룹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흐릿한 회화적 사진과는 상대적으로 세부묘사가 매우 사실적인 심도 깊은 사진을 주로 촬영한 그룹이에요.
명칭: 그룹의 이름인 "f/64"는 카메라의 조리개 값을 말해요. 작은 조리개를 사용해 사진의 전체적인 선명도를 높이는 기법을 상징합니다. 이는 그룹의 사진 철학인 고해상도와 세부 묘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숫자가 커질수록 조리개 구멍은 작아지고, 초점 맞은 영역이 넓어져서 심도 깊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어요. 전체가 모두 선명한 팬포커스 Pan focus 사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상대적인 개념으로 선택초점 Selective focus과 아웃포커스 Out of focus 사진이 있죠.
철학과 스타일: 이 그룹은 사진을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예술 형태로 간주하고, 연출이나 조작 없이 피사체의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극도로 명확한 이미지와 뛰어난 디테일, 자연광을 사용한 촬영 등을 특징으로 합니다. *회화와 달리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묘사되는 사진 이미지는 감상자들이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들어 작품을 감상하기에 적절하다고 보지 않았죠. 그래서 초기에 사진은 예술로 인정받기 어려웠고, 사진가들은 사진을 예술의 반열에 끌어올리기 위해, 현실의 기록보다는 주제의 아름다움, 색조, 구성에 중점을 둔 사진 촬영 접근법을 구사하는 '회화주의' (Pictorialism)를 표방하게 됩니다. '회화적 사진' pictorial photograph이라고 하죠. 사실적으로 표현되지 않도록 연초점을 사용하거나, 단순히 흑백사진이 아니라 따뜻한 갈색톤에서 블루톤까지 하나 이상의 색조로 인화하기도 하고, 필름 표면을 조작하는 등 사진자체보다는 예술 작품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서 사진술에 접근했습니다.
주요 멤버: 안셀 애덤스(Ansel Adams): 자연경관 사진으로 유명하며, 그룹의 창립 멤버 중 한 명입니다. 에드워드 웨스턴(Edward Weston): 인체, 정물, 풍경 등을 촬영하며, 사실주의 사진의 대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윌러드 반 다이크(Willard Van Dyke): 그룹의 조직자로, 다양한 주제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모젠 커닝햄(Imogen Cunningham): 식물, 인체, 인물 사진으로 유명합니다. 존 폴 에드워즈(John Paul Edwards), 소냐 노스코비악(Sonya Noskowiak) 등도 주요 멤버입니다. *f/64그룹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루스버나드가 멤버 구성원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