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입니다
첫 줄을 읽고 있는데 눈은 다음 줄을 따라가고 머리는 그다음 줄로 옮겨 갔다
조급함은 보이지 않는 결론을 찾아 헤매고 있다.
분명 제목과 목차에서 시작했지만 목차도 기억하지 못하고 걸음을 옮기고 있다.
왜 그러는 걸까? 왜 앞서가려고 하는 것이며, 웨이팅 번호를 손에 들고 조급증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당신의 손에 든 웨이팅 번호의 인생은 재료가 소진되어 영업을 종료하오니 다음 생에 다시 방문해 주십시오
할까 봐서 그런 것일까? 같은 시간 속을 지나고 있어도 그때와 지금은 왜 다른 것일까?
한때는 예약된 인생인 줄 알았습니다.
예약했으므로 주어지는 권리는 단순한 약속을 넘어선 구속력과 미리 약속함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래에 발생할 일에 대하여 준비를 서두르는 것으로 특정시간이나 정보를 선점하는 것이 예약입니다.
예약은 법적으로 계약의 일종이며 미래에 본 계약을 체결할 것을 사전에 약속하는 행위입니다.
상대방에게 예약자의 권리를 주장할 때 예약자의 책임은 별건으로 생각하는 착각을 할 때도 물론 있습니다.
내 인생에 대한 오만한 예약자의 권리는 어떻게 발현됐을까 싶습니다.
예약된 인생은 느낌으로 이런 것입니다.
당당한 옷차림을 하고 거울을 마주하는 기분처럼, 어깨 펴고 반짝이는 구두코를 내려다보는 시선처럼 모든
예약자의 권리처럼 단단해 보입니다.
예약자의 권리는 아직 값을 지불하지 않았거나 지불할 예정인 금액이 손에 만져지지 않아도 당당했습니다.
다음에 벌어질 문제는 다음이었습니다. 알면서도 뻔뻔한 태도는 아망스럽기도 합니다.
우리의 인생은 예약된 인생처럼 보일뿐 예약자의 권리를 질문하면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스스로에게 만족일 뿐 손에 든 웨이팅 번호를 말하지 못하는 것은 무지에 가까운 행동이지 싶습니다.
그래도 나의 인생은 오로지 나의 것이라는 자신감은 그를 인생의 주인공처럼 보이게 할 뿐 든든함을 더하지는 못했습니다.
삶은 내게 유일한 위로 일 때가 있었습니다
인생을 이 회 차로 살고 있지는 않지만 내일도 오늘처럼 풍성할 것 같은 위로가 나를 밀어 올리고, 오늘만 견디면 내일은 오늘을 리셋해서 새로운 오늘이 될 것임을 확신했으니까요
내일은 내일의 예약이 유효한 권리처럼 생각했습니다. 확신에 차 유효할 것 같은 예약은 때로 다음 페이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저를 앞서게 했습니다. 앞서는 것도 예약자의 권리 같았으니까요
우리의 시간을 예약된 권리로 당연시했다면 예약된 권리에 의무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예약자의 권리는 인생 전반을 가득 채운 시간을 관리하고 사용하고 버리는 것까지 거기에 속한 일이었습니다
내게 주어진 예약된 인생은 생각보다 할 일이 많았습니다.
예약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때로는 없었던 일처럼 진행할 때도 다반사였습니다.
권리는 유효기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약된 권리라 하여도 같을 것입니다.
지금도 손에 든 웨이팅 번호가 우리 인생에 유효한가는 생각해 볼 일입니다.
당당한 권리를 아직도 믿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