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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혜인 Jan 07. 2020

지갑을 열게 하는 힘

'가치로움'의 선명도


 “보내주신 청구서 잘 받았는데요. 가격 너무 비싼 것 아닌가요?”


 열 명 중 두 명 정도 컴플레인을 하는 사람이 있다. 비용 안에 뭐가 들어가는지 물어본다. 그럴 때면 상담 및 학생에게 가장 알맞은 프로그램을 찾아주는 비용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내심 마음이 편하지 않다. 내가 하는 일은 굉장히 간단한 일이고, 대표님이 하는 일은 어느 정도의 노력 값이 들어가는지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만 생각해보면, 이 금액은 내가 봐도 많은 것 같다. 강력하게 “그게 아니에요. 어머니. 이러이러한 부분과 저러저러한 부분을 생각해보면 그 정도 비용은 당연한 거예요.”라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항상 청구서를 날릴 때마다 묘하게 죄책감이 든다. 청구서에 적힌 금액은 내가 하는 일보다 대표님이 하는 일의 비율이 훨씬 더 높다. 그런 컴플레인에 좀 더 잘 대처하려면 다른 유학원들은 어떤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지, 무슨 서비스를 해주고 있는지, 그래서 얼마를 청구하는지 등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한다. 아니면 임기응변으로라도 현란한 말로 상대를 홀려야 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서, 이 금액을 고객에게 지급하게 할 만큼의 가치로움을 내가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모든 과정이 다 뻥 튀겨진 거짓말같이 느껴진다. 그런 걸 생각해보면 나는 영업 쪽과는 정말 적성이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하면서 정말 ‘모르면 다친다’라는 것만 느껴가는 중이다. 뭘 하든 많은 돈이 나가는 건 그만큼 몰라서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나는 이 일이 많은 돈을 지급하게 해야 하는 가치로움이 있는 일인지 그저 모르겠을 뿐이다. 내 시간과 노력을 더 많이 쏟게 되면 모를까. 그리고 내게 지급되는 비용도 더 많아져야 할 테다. 그러려면 좀 더 큰 비용을 지불받고 정말 완전히 이 일에 뛰어들어 파고들거나, 아니면 적은 연봉을 받더라도 이 일에 완전히 파고들어 능력을 검증해준 뒤 연봉 협상을 다시 해야 할 테다. 직원으로서 일을 향한 동기 부여와 자기 일을 향해 느끼는 가치로움은 지불받는 돈의 액수와 비례하니까.




 돈이 안 되는데도 가치를 느끼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무한정 많은 돈을 받아야 한다는 건 아니다. 그래도 내가 그간 들인 노력과 비례하고 그 노력이 욕되지 않을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일정한 관문을 지날 때마다 자꾸 내 노력의 가치를 0으로 리셋하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일정 부분 이해되는 지점은 있다. 시키는 일만 잘했다. 돈 버는 머리와 공부하는 머리는 정말 확실히 다르다. 돈을 많이 벌려면 주어진 일을 잘하는 능력이 아니라 회사로 돈을 많이 끌어들여 오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건 회사가 시킬 수 없는 일이다. 가시적인 업무가 아닌, 회사를 이끌어가는 직원의 역량적인 부분이다. 그건 영업력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이미 포화 상태의 비즈니스라면 말이다.


 영업이 싫다면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다. 특정 분야에서 내가 내 이름으로 엄청 유명해지거나, 아니면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포화 비즈니스들 사이에서 틈새를 발견하거나.


 어제 단순히 곡 쓰는 법을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소리를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는 학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3기를 모집할 차롄데 1기 때 시중의 수많은 유명 작곡가들이 그 수업을 들었다고 한다. 그래, 그거다. 꼭 필요하지만, 아직 이 사회에 잘 구축돼 있지 않은 분야. 그러나 그 필요성은 누구나 말하면 아는 분야. 1기 때 유명인들을 수강하게 한 건 정말 좋은 전략이었다. 이후부터 정말 유용하게 쓰일 마케팅 방법이다.


 어느 분야에서건 내가 무슨 일을 하건 영업력은 정말 필요하다. 영업력을 키우려면 내 아이템이 근본적으로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상대방에게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될지, 비슷한 아이템을 지닌 다른 이들과는 또 어떻게 다른지 그런 것들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분야에 정말로 관심이 있어야 한다. 그저 그럴듯한 말로 사람을 현혹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정말 영업력은 내가 본질을 어느 정도 깊게 알고 있느냐에 따라 생기는 것 같다. 또 이 아이템이 정말 좋은 아이템이라는 깊은 확신도 필요하다.


 고객은 결국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아닌 내 일에 대해 내가 진실로 빛난다고 믿는 가치로움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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