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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 구름 기린 Apr 09. 2020

7.로켓맨

부유하는 삶

And I'm gonna be high as a kite by then

I miss the earth so much I miss my wife


It's lonely out in space

On such a timeless flight


37년의 비행끝에 그가 다다른 곳은 까만우주.


비행의 연료가 언제떨어질지 

추락이 시작되기전에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쫓기면서 고민했던 십대와 이십대를 그는 하늘에 머물렀었다.


돌아보면 그래도 방향이 정해진 활주로와 비슷한 동지들이 있는 덜 고독했던 시간

어느 지독히도 불안했던 이십대의 끝무렵 날, 그는 대기권을 뚫는 것 같이 불안하게 흔들리다 

옅어진 공기를 느꼈다.


그리고는 필사적으로 떨어지지 않기위해 버티던 푸른하늘을 넘어 흑단보다 더 까만 하늘로 접어들었다.


새롭게 펼쳐진 별이 빛나던 우주.

처음보는 아주작은 다이아몬드가 박힌 끝도없는

광경을 경이롭게 쳐다보던 사회초년생.


한해. 두해. 꽤 긴 시간이 지나고나서

까만하늘 속 남자는 깨달았다.


역동적으로 하늘을 뚫던 자신의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있으며,

곧 나는것이 아니라 그저 떠 가는 부유물이 될 것이라고.


빛나던 별은 영원히 손 끝에 닿지않을 것이며

대부분 내 의지대로 갈 수 없는 곳이자

가끔 부지불식간에 길이 어딘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게되어 공포에 사로잡힐 무시무시한 곳이라는 걸.


그 후로 꽤 많은 시간을 불안에 떨다

술과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그래 다들 그렇겠지 하는

위안에 젖어가는데 그는 익숙해졌다


줄어가는 속도와 산소가 언제 끊어지게 될지 희미하게 걱정하며 

큰 자극과 놀라움 없이, 즐거움 따위 잊은채 그냥 아주 느리게 먼지같이 부유하며 떠가는 우주같은 삶

 빛마저도 다 빨아버리는 그 광활한 공간의 공포에 가끔씩 떨다, 

또 가끔은 그 무의미함에 멎어가는 뇌를 느끼는 삶.


그는 지운다. 하루를 쓱쓱.

그에게 남은 취향이란 그래서

떨어지지 않기위해 파닥거렸던 그때의 것들을 탐하는 일들.

그제서야 자신의 부모, 윗 세대들이

왜 그리 레트로와 올드팝에 심취했던가,

그리고 그 자신이 왜 그것들안에서 편안해지는가를 이해하게 되었다.


파란 하늘 밑에서 날던 기억을 안정제 삼아

까만 하늘 안에 있는 지금을 잠시 잊는 그거.

https://youtu.be/DtVBCG6Th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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