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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제영 Oct 20. 2021

손빨래와 소크라테스

생활 속 마음언어

이사한 지 약 4개월이 다 되어간다.

새 집의 구조는 예전 집에 비해 여러모로 편리하다.

그중 하나가 손빨래이다.

손빨래를 할 때 예전보다 훨씬 힘이 덜 든다.

예전에는 쭈그리고 앉아서 손빨래를 했어야 했다.

특히 바닥을 걸레로 닦고 다시 손으로 일일이 빨아야 하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근데 새 집으로 오면서 손빨래를 서서 할 수 있게 되어 훨씬 힘이 적게 든다.

예전엔 다리도 저리고 허리도 아팠는데, 구조가 바뀌니 훨씬 힘이 덜 들게 된 것이다.

몸에 맞는 구조를 통해 효율적으로 몸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누군지 모르지만 이런 구조를 설계해 준 이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런데 이것은 손빨래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인간 자신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가령 자신의 가치관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면 삶은 힘들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하루 종일 판단하고 선택한다.

그리고 이는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주로’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그 판단과 선택이 종종 일시적 감정이나 욕구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가령 ‘무리하지 말자’라는 가치관을 지니고 있지만, 술에 취해 혹은 화가 나서 또는 사기꾼의 말에 속아서 잘못된 판단과 선택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감정 및 욕구 조절 능력이 떨어지면 가치관에 따른 판단과 선택보다 더 좋지 않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렇다면 문제가 있는 가치관의 구조,  부족한 감정과 욕구 조절 능력 등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그 해답은 소크라테스의 격언으로 알려진 ‘너 자신을 알라’에 있다.


자신의 가치관을 좀 더 나은 구조로 바꾸려면 먼저 자신이 자신의 가치관 구조를 알아야 한다.

일시적 감정과 욕구에 쉽게 흔들린다면 먼저 자신의 감정과 욕구 조절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스스로 알아야 한다.

어느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그런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가치관의 구조, 감정과 욕구 조절 능력은 내면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눈에는 그 내면이 잘 보이지 않는다.

오직 마음의 눈에만 보인다.

만약 평생을 외부 세계만 쳐다보고 살아왔다면 더더욱 내면은 잘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는 마치 평생을 캄캄한 동굴에서 살면 시력을 잃어버리는 것과 비슷하다.

스스로 내면을 관찰하지 않으면 자신이 지녔던 마음의 눈은 시력을 상실하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내면을 보기가 쉽지 않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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