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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클테디 Nov 14. 2020

내 신경은 온통 고흐였어


아침이지만 아침이 아닌 듯한 어두컴컴한 오전 7시


 시차 적응은 이미 다된 상태였지만 3박 4일이라는 짧은 일정 때문에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언제나 그랬듯이 여행지에 도착하고 나서 맞이하는 아침은 설렜다.


빠르게 씻은 후 조식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내려갔다. 숙소 후기를 보니까 조식이 잘 나온다면서 조식은 무조건 먹으라고 추천해줬는데 아니나 다를까 호스텔 치고는 꽤 푸짐하게 나와서 몇 번을 더 먹었다.


조식 맛집으로 인정



조식을 먹고 나서 간단히 외출 준비를 한 후 본격적인 여행 시작. 


첫째 날과 같이 페리를 타고 다시 중앙역으로 갔다.



아침이지만 오후 4시 같은 느낌





드디어 꿈에 그리던 그곳, 반 고흐 미술관


중앙역에서부터 반 고흐 미술관까지는 도보로 20분 정도. 살짝 거리가 있었지만 한산한 암스테르담 거리를 걷고 싶었다. 다음날은 근교 도시를 방문하기에 시간이 없을 거 같아 일찍 나온 김에 동네를 구경하고자 했다.


터벅터벅 걸으며 암스테르담의 흔한 길거리를 구경했다. 단지 아쉬운 건 흐린 날씨랄까. 

 



어느새 구글 지도의 내 위치가 반 고흐 미술관 가까이 왔다. 설레기 시작했다. 입구를 찾고 나서 Van gogh Museum을 쓰인 건물을 보자마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드디어 왔구나.



미리 한국에서 티켓 하고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 예약해서 빠르게 입장. 1층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밑으로 내려가 짐과 옷과 맡기고 난 후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찾고 나서야 본격적인 관람을 시작했다.



내부 촬영은 금지라서 최대한 모든 감각을 열어 반 고흐의 작품을 담아오려 했다. 반 고흐 미술관은 0층부터 쭉 3층까지 되어있었고 지하 1층은 특별전을 위한 곳이라고 하는데 이번엔 장 프랑수아 밀레 특별전을 했다.


0층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미술작품을 구경하기 전 미술관 벽면에 있는 설명부터 읽은 후 그다음 오디오 가이드로 한 번 더 들었다. 


0층Face to Face with Van Gogh,1층1883 - 1889, 2층Van gogh Close-Up, 3층1889 - 1890




포토존


층별로 반 고흐의 생애를 시간별로 나눴는데 모든 작품 하나하나가 좋았다. 반 고흐의 초창기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고 우리가 모르는 반 고흐의 또 다른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다.


반 고흐의 작품들을 통해 느꼈던 건 예술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실험은 반 고흐를 점점 예술가로서 성장시켰고 여러 색감을 가지고 많은 시도를 했으며 마침내 반 고흐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았음을 알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의 후원으로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들을 수 있었다.



반 고흐의 작품들 중 대표 작품들 또한 만날 수 있었는데 해바라기, 아몬드 나무, 자화상, 반 고흐의 방등이 있었고 프랑스 남부 아를과 관련한 작품들도 있었다. 그 외에 너무나 많은 작품들이 있었기에 일일이 기억할 수는 없지만 오로지 이 미술관은

반 고흐의 반 고흐에 의한 반 고흐를 위한 공간이었다.



조금 더 진득하게 담고 싶어서 세세하게 보려 노력했다. 붓터치, 질감, 그림자, 바람의 방향, 스케치를 했다면 어떻게 했을지, 시선을 위에서 아래로, 좌우로 그리고 가까이서 멀리서 보았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으로 한번 더.



아직 미술작품을 관람하면서 작품을 보는 방법은 미숙하지만 한 작품을 그냥 처음 봤을 때와 여러 각도에서 봤을 때 그리고 작품의 느낌이 어떠한지 알아가는 게 미술작품을 관람하는 재미였다.



중간중간 폴 고갱에 관한 작품들도 만날 수가 있었는데 폴 고갱은 뭐랄까. 부르주아라 해야 하나. 폴 고갱 작품을 보면 약간 기교를 많이 부린 느낌이고 그에 비해 반 고흐 작품을 보면 때로는 솔직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표현한 게 내겐 더욱 인상적이었다.



귀 잘린 자화상을 봤을 땐 짠한 감정이 들었고 동생 테오와의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많이 의지하고 전반적으로 외롭고 우울한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심리적인 문제로 정신병원에 가게 되었지만 비로소 거기서 명작인 <별이 빛나는 밤에>을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았다. 


반 고흐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저 그가 타고난 예술적인 재능이 있었으며 정신질환으로 인해 그런 요소들이 작품들에 투영되었기에 유명하다는 편견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번 반 고흐 미술관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여러분들이 그 편견이 조금은 깨졌기를 바랄 뿐입니다.



거의 4시간 가까이 반 고흐의 작품들을 관람했다. 사실 이날 계획은 오로지 하나였다. 하루 종일 반 고흐 미술관에 머물기. 


3층까지 반고흐 작품을 모두 관람한 후기념품 샵에서 마그네틱과 책갈피를 즉흥아닌 즉흥으로 구매했다.


그런 다음 장 프랑수아 밀레 특별전을 보러 갔다. 약간 지친 상태라 디테일하게 관람하지 않았고 단지 오디오 가이드에 있는 작품들 위주로 관람했다. 밀레 하면 떠오르는 건 <이삭 줍기>와 <만종>이 아닐까. 밀레 특별전이라 해서 밀레 작품만 있을 줄 알았는데 폴 세잔, 클로드 모네 작품도 있길래 신기해하며 관람했다.




미술관을 나오면서 모든 시간을 반 고흐 미술관에 보낸 것에 대해 매우 만족해하면서 다음 여행지로 반 고흐의 발자취를 따라 프랑스를 가보는 게 어떨까라는 행복 회로를 돌려보았다.







1월 8일 반 고흐, 넌 감동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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