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파티를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벌써 어느덧 2주가 지났다. 1월 6일 월요일 오전 11시. 새벽까지 학교 수강 바구니를 담느라 늦잠을 잤다. 막 학기 대학생이라 좀 여유롭지만 그래도 수강 바구니는 본 게임인 수강신청 전 준비단계로 중요하기에.
침대에서 밍기적거리다가 배꼽시계에 맞춰 일어나 가볍게 배를 채웠다. 폴란드에서 1월 6일은 주현절로서 공휴일이라 안나도 쉬기 때문에 마침 시간이 맞아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공휴일인 만큼 문을 연 곳은 많지 않았지만 다행히 안나가 아는 맛집 중에 피자집이 영업 중이었다.
*참고로 주현절은 가톨릭에서 의미 있는 날
집을 나오기 전 안나와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점심을 먹은 후 이가와 함께 카페에서 만나서 한국어 공부를 할 예정이라고 하길래 겸사겸사 같이 만나기로 했다.
안나와 이가가 한국어 공부를 할 때 자주 가는 카페로 갔다. 공휴일임에도 영업 중이었다. 다른 카페와 달리 진동벨이 있어서 마치 한국의 흔한 카페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커피 한잔과 빵 하나를 주문한 후 각자 할 일들을 했다. 역시 카페에서 무언가를 할 때 집보다 집중이 잘되는 느낌.
반나절을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나서 저녁 먹기 전에 헤어졌다. 헤어지기 전에 안나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양말을 주면서 네덜란드 갈 때 꼭 신고 가라고 했다. 양말을 자세히 보니 반 고흐가 그려져 있었다. 평소에 반 고흐를 좋아한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그걸 기억했으려나. 안나의 센스 있는 선물과 함께 곧 짧은 여행을 떠난다는 게 실감이 났다.
저녁을 먹고 주섬주섬 여행에 필요한 물품들을 챙겼다. 3박 4일이라 캐리어가 아닌 백팩 하나 챙겨갈 예정이라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를 했다. 유럽여행을 이토록 부담 없이 간편하게 갈 일이 인생에서 또 있을까.
언제나 유럽 여행은 뭔가 스케일이 큰 느낌이었고 늘 준비를 단디하고 가도 막막함과 긴장이 앞섰다. 하지만 이번 짧은 여정은 유럽에서 유럽으로 가는 거라 마치 서울에서 제주도 여행을 가는 것 마냥 편했다. 단지 나라만 바뀔 뿐.
짐을 다 싸고 나서 백팩의 무게를 가늠해보니 딱 적당했다. 챙길걸 다 챙기고도 공간이 남아 기념품을 넣을 공간도 충분해 보였다. 유럽 여행 준비가 이렇게 쉬운 거면 얼마나 좋을까.
브로츠와프 공항을 가는 게 처음이라 다음 날을 위해 일찍 잠에 들었다.
반 고흐의 작품들을 만날 생각에 들뜬 채로.
1월 6일 여행 준비 어때요, 참 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