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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 Mar 23. 2023

풍요하리의 바느질 도감 - 49

하리~ 바게트! 펠트 펜슬 케이스

  우리 집 빵순이인 언니 하리는 예전부터 빵집 투어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원래부터 먹을 것을 참 좋아하기도 했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음미하는 것을 행복해했다. 빵은 팔방미인이라 보기에도 예쁘고 향도, 맛도 좋다. 빵을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나 마저 언니가 맛있는 빵을 사 오면 곧 잘 먹곤 했다. 특히 몇 년 전 언니가 사 온 빵 하나가 정말 맛이 좋았다. 겉 표면이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하고 너무 단 것 같다고 느껴지면 부드럽고 고소한 버터가 이내 맛을 달래준다. 이 빵의 이름은 '앙버터'였다. 이름에서도 향기가 날 것 같다. 소보루 빵과 슈크림빵이 전부였던 내게 신세계를 안겨주는 충격적인 맛이었다.


  언니의 빵 사랑은 단순 음미하는 것 외에도 작품을 만드는 데까지 이어졌다. 이전 바느질 도감에서 소개한 것과 같이 제주도를 다녀왔을 때는 식빵 모양의 카드지갑을 만들기도 했다. 빵은 색 구현도 비교적 쉽고 모양도 특징적이라 디자인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이번 작품을 만들기 전부터 언니는 바게트를 닮은 작품을 만들 것이라 선언했다. 길쭉한 모양 형태와 앞에 속살이 살짝 드러나는 칼집 모양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빵 같지만 빵이 아닌 필통이 되는 기분 좋은 상상대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단순하게 빵 모양만으로도 예쁜 디자인이 나오겠지만 언니는 거기에 우리 캐릭터를 합쳤다. 쥐 캐릭터 '하리'를 바게트 위에 배치해 본 것이다. 바게트의 고장 '파리'의 느낌이 날 수 있도록 색배합을 하기도 했다. 머릿속에서는 파리의 느낌이 물씬 나는 디자인이 그려졌지만 막상 실제로 만들어보니 구현이 쉽지 않았다. 언니는 디자인을 재차 수정하면서 보드라운 빵집 주인 하리를 가꾸어나가기 시작했다. 하리의 얼굴 색도 기존 회색이 아닌 아이보리 색으로, 귓 속도 겨자색으로 배치했다. 이목구비는 자수실 한 줄로 마치 그려 넣은 것 같이 수를 놓았고 앞머리도 살짝 수놓아 허전하지 않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이 필통의 하이라이트는 금속 프레임을 사용한 부분이다. 첫 금속 프레임이었는데 프레임의 손잡이 부분이 무려 '쥐' 모양이다. 프레임의 손잡이까지 쥐 모양이라니 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들게 만들어졌다. 빵집 주인장 하리가 레이스 모자를 쓴 것 같은 모습으로 완성이 되었다.




  이 작품은 필통답게 여러 필기구를 수납할 수 있다. 프레임의 입구가 큰 편이라 넣고 빼기가 편리하다. 안쪽은 때가 덜 탈 수 있는 보라색 펠트가 배치됐다. 웜톤 계열의 겉감과 대비되는 쿨톤의 배치가 인상적이다. 쉽게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보색 색조합이다. 하리 바게트 필통을 괜스레 손에 쥐어보면 보드라워서 기분이 좋아지고 한편으로는 빵이 먹고 싶다. 빵을 당기게 만드는 디자인이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하시는 분께는 추천드리지 않는다. 그저 필통으로 즐겨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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