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책을 만들어야 할 때

진심으로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주변인들에게 글을 써보시라고 권한다. 그리고 책도 만들어보자고 한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들은 대다수 사람들은 책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자만이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거기에 덧붙여 자신은 글을 못 쓰는 사람이라고 손을 내젓는다. 나는 사람들이 글을 쓰지 못 하는 이유를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신입사원이 회사에 근속하면서 이내 업무에 적응하듯이 글쓰기 또한 익숙해지고 숙련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 내가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는 인생의 변곡점이 하향하기 시작할 때였다. 평범하고 안온한 하루가 행복한 것임을 알지 못하고 매일의 의미를 찾아다니던 시기였다. 이유 없이 우울했고 무의미하다고 느껴지는 날들이 지속됐다. 이 시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지만, 내 마음이 가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자연스레 주변인들에게 입을 닫았고 그 말들이 차곡차곡 쌓여 내 안에 가득 차기 시작했다.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것 같은 나날이 지속되다 보니 어딘가 내 이야기를 터놓을 곳이 필요해졌다. 그때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 같다.

  자주는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일기를 써왔다. 학교 생활이 힘들 때, 시험 보기 전날, 집 안 분위기가 안 좋을 때 일기장에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며 위안을 얻었다. 유년시절부터 ‘어차피 다른 사람들도 힘들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말하고 위로를 받는 것보다 글로 써서 가시화하고 마음을 알아차리면 불안이 수그러드는 것이 느껴졌다. 성인이 된 후 글쓰기를 시작한 계기 또한 다르지 않았다. 탈출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일기로 쓴 글이 바로 책이 될 수는 없었다. 일기는 감정 호소에만 치중되었기 때문에 누군가가 들춰볼까 봐 무서웠다. 다만, 한두 줄의 짧은 일기 글들이 점차 꼬리가 길어졌고 이내 어엿한 문장으로 완성되어 갔다. 점진적으로 문장의 길이를 늘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지만 짧은 한 문장 정도의 글만 끄적이던 수준에서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두서없이 적어 내려 가는 내 감정의 부산물이었던 내 첫 일기가 조금씩 글을 쓰는 힘을 길러준 것이다.

  그 뒤 직장생활을 정리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직업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림 그리는 것 또한 글쓰기만큼 좋아했기 때문에 글과 그림이 함께하는 장르인 그림책에 빠져들었다. 글 쓰기와 그림 그리기가 숙련되면서 온전히 내가 만든 그림책 두 권, 에세이 한 권을 독립출판하게 되었다.

나는 책을 혼자 만들지 못할 거라는 생각

  그 안에는 내가 쓴 글이 누구 하나 궁금해하지 않을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내 안에 갇힌 글쓰기라는 비판과 평가를 받게 될 거라는 마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랬기 때문에 그 마음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고 책을 만든다는 것은 세상 어딘가에 나라는 존재를 내보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반짝거리는 별이 되진 못할지라도 어딘가에서 나를 발견할 만큼의 빛을 내는 별이 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그 때다. 그럴 때 글을 쓰고 책을 만들면 된다. 나도 당신도 할 수 있다.(이럴 때 본명 말고 작가명을 쓰면 익명성이 보장된다. 아무도 모른다.)

당신이 책을 만들어야 할 때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런 마음이 든다면 바로 그때가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