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 고마츠 나나, 오오이즈미 요
이 비가 그치면 괜찮아질까요?
1월 25일 오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오는 2월 7일 개봉을 앞둔 영화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가 선공개됐다.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육상을 포기한 ‘아키라’와 소설가를 꿈꿨던 패밀리 레스토랑 점장 ‘콘도’가 만나 서로의 꿈을 되찾아 가는 힐링 드라마를 다룬 작품이다.
비가 내리는 날은 누구에게나 우울하고 힘든 하루일 것이다. 맑은 날씨라면 좋겠지만 매일 좋은 날씨만 반복될 수는 없다. 해가 뜨는 날이 있으면 비가 오는 날도 있는 것이 피해갈 수 없는 세상의 이치이기 때문. 영화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은 이러한 비 오는 날을 모티브로 하여 누구나의 인생이든 비오는 날도 거쳐가야 할 필수 과정임을 말하면서 비 오는 날 뒤에는 맑은 날이 있을 것임을 드러낸다.
'고마츠 나나'와 '오오이즈미 요'가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얼핏 보면 '고마츠 나나'의 이전 작품 중 하나인 '근거리 연애'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근거리 연애'에서는 여자 학생이 남자 선생님을 좋아하는 스토리에서 출발했다면,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은 여자 학생이 중년의 남자를 좋아한다는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로맨스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로맨스를 내세운 것이 아닌 캐릭터들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아키라(고마츠 나나 분)는 육상부 에이스였지만 아킬레스건 파열이라는 부상으로 인해 달리는 꿈을 잃었다. 꿈을 잃은 '아키라'는 재활훈련 대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그리고 자신이 일하는 레스토랑의 점장 '콘도'의 상냥함에 반하게 된다. 성실하고 열심히 살려는 콘도, 다른 직원들은 점장을 따분하다 말하고 손님들에게 사죄만 하는 모습에 불쌍하고 무능하다 말하지만 아키라는 콘도의 행동에 담긴 배려심을 알고 있었고 콘도를 통해 삶의 즐거움을 된찾는다. 콘도 또한 아키라를 통해 잊고 지냈던 자신의 꿈을 마주 보게 된다.
애교도 없고 무뚝뚝하며 차가워보이는 여자 주인공 아키라는 누군가를 쳐다보기만 해도 째려본다고 오해를 받기 일쑤다. 부상을 당하고 방황하던 아키라는 비 오는 날, 우연히 들른 레스토랑 점장의 작은 호의에 한 줄기 희망을 갖는다. 그리고 알바를 구한다는 얘기를 듣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된다. 달리면 기분이 좋다고 말하는 아키라에게 달리지 못한다는 것은 단순 좌절을 넘어 인생의 방향성을 잃은 것이었을 것이다. 그런 인물에게 누군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크나큰 희망이자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
비 오는 날, 흠뻑 젖은 채로 점장을 찾아온 아키라. 아키라는 자신의 진심을 고백하지만 콘도는 자신을 꿈도 희망도 없는 텅 빈 45세 중년남자라고 표현한다. 아키라는 여러 번 콘도에게 돌직구 고백을 날리지만 콘도는 아키라의 마음을 받아줄 수 있었을까?
그 순간에 열심히 했다면 나중에 돌아봤을 때 소중한 추억이 되겠지만, 단순히 포기했다면 시간은 멈춰버린 그대로 평생 흘러가 버릴 수도 있어
콘도는 아키라에게서 큰 가능성을 봤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아 자신만의 삶을 되찾기를 바랐다. 연애든, 즐거움이든, 뭐든, 그 시절만의 감정들을 경험하고 소중히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무긍무진한 가능성이 있었을테니.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이 캐릭터들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작품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 아키라의 성장이 아닌 콘도의 성장 스토리도 드러나기 때문인데, 학창시절 소설가를 꿈꿨던 콘도는 꿈을 좇으려다 가정을 돌보지 못해 이혼을 하게 됐고, 성공한 절친 소설가 친구에게 열등감을 느껴 연락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서 꿈을 접고 레스토랑 점장이 되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분명히 지우지 못한 과거의 꿈이 남아 있었을 것이다.
여고생이 중년 남성을 좋아한다는 내용은 일부 사람들에게 분명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은 이러한 스토리를 하나의 괜찮은 성장 스토리로 탄생시켰다. 또한 웃음 요소들을 되게 적절히 잘 배치하여 각본의 힘을 느끼게 한다. 소소한 미소와 중간중간 빵 터지는 웃음이 마음 한 켠을 따뜻하게 한다. '고마츠 나나'와 '오오이즈미 요'라니, 영화를 보기 전에는 정말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나름 괜찮았던 조합이었다. '고마츠 나나'는 여고생 역할을 매번 저렇게 잘 소화해내다니 감탄을 자아내는데, 개인적인 팬으로서 이번에도 역시 '고마츠 나나'에게 '갓'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