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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황돼지 Jul 13. 2024

뉴진스 하니의 푸른 산호초와 일본 음악 방송의 딜레마

- TXT 휴닝 카이

뉴진스 하니의 푸른 산호초

 푸른 산호초는 일본의 전설적인 아이돌로 불리는 마츠다 세이코의 대표곡 중 하나로 1980년 7월에 발매된 두 번째 싱글이다. 뉴진스의 하니가 도쿄돔 팬미팅에서 푸른 산호초 커버를 선보였는데 일본에서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일본인들의 반응 중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다.


"일본의 아이돌이 했었어야 할 무대를 KPOP 아이돌이 완벽하게 재현하다니,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 하니 뉴스, 혜인의 플라스틱 러브, 유튜버 넥스트라 일본 방송 화면 캡처, 민지의 오도리코


 하니의 푸른 산호초 커버는 연일 화제가 되었고 일본의 최대 음악 축제 중 하나로 꼽히는 <더 뮤직 데이>에 편성되기에 이른다. 이 편성이 사후인지 사전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일본 방속국이 하니의 푸른 산호초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사실이다. <더 뮤직 데이>는 수십 개의 팀이 참여하여 6시간 이상을 생방송으로 꾸미는 특이한 프로그램인데, 편성을 살펴보면 뉴진스를 중심으로 KPOP 아이돌을 분산시켜 놓았다. 누가 보아도 시청률을 잡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 방송국은 딜레마에 빠진다.


 일본 방송국이 KPOP 아이돌을 섭외하는 만큼 자국 아티스트의 노출은 떨어진다. 적절한 비유가 아닐지 모르겠지만 스크린쿼터제나 FTA 등을 둘러싼 논쟁과 유사해 보인다. 소녀시대와 카라가 일본에서 인기 있던 시절에도 그랬다. 한류가 일본 연예인의 밥그릇을 빼앗고 있다는 발언이 끊이지 않았다. 마침 이명박의 독도 방문이 혐한 시위까지 이어졌고 일본 방송국은 한류 퇴치에 동참했다. 하지만 요즘 상황은 달라 보인다. 한류에 노출된 일본인 연령층이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있고 넷우익을 비롯한 혐한 세력은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일 간의 정치적 문제를 한류와 엮는 힘이 약해지고 있다. 일본의 음악 방송은 젊은 층의 지지와 기성세대의 압박을 동시에 받는 딜레마에 빠졌다.



TXT 휴닝 카이의 베텔기우스

 일본 방송국이 KPOP 아이돌을 시청률 도구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일부 한국 팬들은 "우리가 일본 방송국에게 이용당하는 것 아니냐."라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뉴진스의 일본곡 커버는 푸른 산호초뿐만이 아니었다. 민지는 Vaundy의 오도리코, 혜인은 타케우치 마리야의 플라스틱 러브를 불렀다. JPOP에도 좋은 곡들이 많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고 급기야 다음과 같은 워딩이 등장했다.


"한국에서 일본 음악이 대유행하고 있다!"


 위와 같은 해석은 KPOP에 불만이던 일본 여론을 다독이기 좋았다. 윈윈이라고 받아들인 듯했다. 그런데 TXT 휴닝 카이와 스노망(Snow Man) 와타나베 쇼타의 베텔기우스(ベテルギウス) 듀엣 이후의 여론은 절망적이었다. 한국 아이돌과 일본 아이돌의 실력차이가 드러난 '공개처형'이라는 기사가 야후 재팬에 크게 보도된 것이다. 일본에도 라이브를 잘하는 아이돌이 있으며 푸른 산호초 이외에도 훌륭한 곡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전략이 정반대의 결과를 내버렸다. "일본어로 불러도 밀리면 어쩌자는 거냐."라는 댓글에서 일본인의 심정을 읽을 수 있었다.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화제다.


 내가 걱정하는 부분은 일본의 반격이다. 대중의 판정과는 별개로 자국의 아티스트가 조롱당하는 현실은 뼈아픈 법이다. 일본 연예계가 각성하여 환골탈태한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일부는 극단적인 공격과 질투심을 뿜어낼 것이다. 벌써부터 휴닝 카이의 분량에만 AR을 넣었다든지 KPOP 아티스트에게만 보정이 후하다든지 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그들의 주장이 근거 없는 모함이라면 걱정할 것이 없겠지만 어느 정도는 사실인 부분도 있다. KPOP 아이돌의 인기가 워낙 높기 때문에 일본 음악 방송은 갑보다는 을인 경우가 많다. 시청률과 돈을 위한 일본 방송국의 선택은 일본인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유지되겠지만 균형이 기울어지기 시작하면 일본 방송국의 스탠스는 급격히 변할 것이 뻔하다. 한국은 라이브 AR이나 아이돌 시스템 문제를 보완하여 반격에 대비해야 한다. 언제가 KPOP이 몰락하게 된다면 일본의 지분이 상당할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NZMMeocxmec

휴닝 카이 와타나베 쇼타의 베텔기우스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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