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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봉 Dec 05. 2021

#당신의아름다운손 13

"올해 못만나면 내년에 살아있으리란 보장을 할수가 없잖아요 이북에 있는 누님도 마찬가지고요 꼭 좀 만날수 있게 해달라고 아침부터 와서 탄원서를 쓰고 있어요"


-함경남도 북청군이 고향인 전주을(당시 85세) 할아버지


2015년 8월 대한적십자사 이산가족민원실에서 몇시간에 걸쳐서 북측 이산가족찾기 실무자에게 보내는 탄원서를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런데 며칠 전 이산가족 상봉 추첨에 탈락해 망연자실하던 모습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던 전주을 할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대한적십자 관계자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2018년 남북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명단에도 없었음)


1950년 12월 동네 어른들께서 "곧 원자폭탄이 이곳에 떨어질지도 모르니 남쪽으로 피난보내야 한다"는 말에 아들만이라도 살리려고 주먹밥을 싸서 자신을 떠나보내던 어머니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고 하셨던 전 할아버지


1951년 1월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에 의하면 "어머니는  61세 고령의나이에 엄동설한에도 불구하고 신북청역 대합실에 매일같이 나와 아들 이름을 부르며 울기를 며칠씩 하다가 지쳐서 동사했다"고 한다


하늘나라에서는 어머니와 가족들을 꼭 만나고 고향을 떠나던 그 모습 그대로 어머니 품에 안겨서 영원히 헤어지지 않으시길 바라본다


<기록>

*전주을 할아버지 상봉 희망 북 가족


-셋째누나 전춘철(2015년 기준 89세, 현재 살아계신다면 95세, 시집은 토성리지만 남편 이종익은 6.25전쟁인민군에 징집되어 친정집- 함경남도 북청군 신북청면 에 거주하고 있었음)


-사촌동생 전주학(2015년 기준 74세정도 추정, 살아계신다면 80세/9살때 신북청면 양천리 995번지에 거주하였음)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2018년 8월을 끝으로 멈춘 가운데 통일부에 따르면 이산가족정보 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 3천342명이 세상을 떠남


현재 생존해 있는 신청자는 4만9천154명(2021년2월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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