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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행성 Sep 20. 2024

인생에  찾아오는 작은 기회들

인생 속에 스치듯 찾아오는
작은기회 들이 있어.
내일이 없게 느껴져도 말이야.

특히 난 인복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
결국 남는 건 사람이더라.

나는 한국에 돌아와서 열심히
이 알바, 저 알바하면서 지냈어.

그러던중 하루는, 아는 분께서
무슨 회사 창립파티를 하신다면서
나랑 친구 둘이 와서 그 파티장에 걸린
그림들을 소개해주는 알바를 해달라고 하셨어.
하루 일당이 나쁘지 않아서 좋다고 했지.

회사 소개가 끝나고 파티가 무르익어
원형 테이블에 십여명씩 앉게 되었는데
보니 손님들 나이가 최소 30대 중후반은
되어보이시더라고.
다들 그 자리에서 첨 만났고
잘 모르지만 다 똑똑하고
자기분야에서
잘 나가는 분들 같았어.

24살의 나랑 친구도 거기 섞여서
어른들의 얘길 재밌게 듣고 있었어.

근데 거기 계신 분들 중에 한 분이
IT회사를 하신대.
거의 그 테이블의 분위기는
그 분이 주도하고 계셨지.

근데 거기에 정말 예뻐서,
약간 성스러운 느낌마저 드는 언니가 있었다?


흔하게, 화려하게 예쁜 느낌이 아니고.
큰 키에 하얀 얼굴, 무쌍이었어.
숏 컷이 그렇게 잘 어울리다니!
목이 가늘고 길어서 그랬던 것 같아.

동글동글한 코에, 웃을 때 살짝 보이는 덧니
여자인 내가 봐도 정말 매력적이더라.
하얀 피부에 검고 윤기나는 머리,
얇은 올리브색 니트가 기막히게 어울렸어.
그런식으로 예쁜 사람은 처음 봤는데
'귀티'가 난다는게 저런건가 싶었지.

그 언니는 포토그래퍼래.
하는 일까지 멋지더라고.
그 언니의 멋짐에 압도된 건
나뿐만은 아니었겠지?

그래서 그런지 우리 테이블은 더 화기애애했다.
ㅋㅋㅋㅋ
우리 테이블엔
유명 인테리어 디자이너,
영화감독과 제작자,
IT 회사 대표,
맥킨지의 컨설턴트,
청담동에서 레스토랑하시는 대표님
등이 계셨지.

내 인생에서 첨으로
명함을 주고 받으면서(난 명함도 없었지 ㅋ)
네트워킹 하는 걸 본거지.

정작 우리를 고용했던 회사는
무슨 회사였는지 기억도 안나 ㅋㅋ


그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자기 일 잘 하는 멋진 인생 선배들의
스마트한 농담과 이야기들을
듣는 것만으로도 나는
책 몇 권은 읽은 느낌이었어.
머리 속이 시원해지더라.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IT회사 대표님께서
우리 테이블 사람들 너무 합이 잘 맞는다면서
꼭 한 번 밖에서 다시 모이자고
하시더라고.

다들 바쁜 사람들이니
그 자리에서 일정도 잡아버렸어 ㅎㅎ
그래서 그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은
다같이 친해졌고,
내 인생의 첫번째 멘토들이 되었어.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있었지 ㅋㅋㅋㅋㅋㅋ
그 IT회사 대표님은 다른 꿍꿍이가 있었어.
아까 그 포토그래퍼 언니한테
첫눈에 반해서 어떻게든
다시 만날 핑계를 대려고
우릴 그렇게 엮었던 거였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휴
사람 보는 눈 똑같지?

그런데 두번째 모임에서, 그 언니가
젊은 나이에 이미 결혼을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IT 대표님의 깜찍한 계획은
무산되었지만 덕분에
우린 다 엄청 친해졌어.


이게 벌써 20년이 넘은 얘기인데,
이 날의 이 작은 우연이
내 인생을 많이 바꿔놨어.
이 중 몇 분은 아직도 친하게 지내고 있지.

특히 그 IT회사 대표님은
지금 나와 의남매가 되었어 ㅋㅋㅋ
그래서 내가 여기까지 살아오는데
곁에서 많은 조언과 가르침을 주셨지.

작은 우연들, 사소한 만남들을
소중하게 생각해봐.

지나보니 결국 다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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