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쯤, 친한 오빠에게서
2천만원을 빌렸어.
그 오빠도 사업하느라 그렇게
넉넉하지만은 않았을텐데 선뜻 빌려줬었다?
그 돈으로 홍대의 투룸짜리 빌라 보증금을 했어.
보증금 3천에 월세 50이었던 집을
사정사정해서 2천에 40으로 깎고,
현관 문고리도 없던 그 집에 입주했지.
그 집의 삼각형 작은 방에는
누가 쓰고 버린 장롱을 넣었어.
아저씨 한 분 부르고,
돈 빌려준 오빠한테 부탁해서
같이 나르러 와줬는데.
이런 힘은 안 써본 사람이라 잘 못든다고 아저씨한테 쿠사리를 먹었어. ㅋㅋㅋ
내 방에 매트리스가 있었던가 없었던가.
여튼 그 집에서 5년 넘게 잘 살았어.
큰 방에는 누가 쓰고 남은 책상들을 넣고, (책상 몇개 넣으니 책상 위로 걸어다녀야 할 정도로 완전히 꽉 차더라 ㅋㅋㅋ)
거기서 브랜딩 회사를 시작했어.
회사를 다녀본적도 없는 내가
얼떨결에 친구와 창업을 하고
첫 해 올린 매출이 2천만원이 안됐었어.
얼마전에, 강남키즈인 친구가
"이제서야 고백하건데
그런 집 처음 가봐서
네가 그런데 산다는게 솔직히 나는
너무 충격이었다"고 해서
엄청 웃었어. ㅎㅎㅎ
그때 내가 그 집에
얼마나 들어가고 싶어했는데!
그리고 들어가서 살 수 있어서
얼마나 기뻤다고.
그 집이 후지다는 생각을
살면서 단 한 번도 해본적이 없었다구.
하지만 사업 초짜는 첫 몇 해동안
매일이 눈물.
돈을 잘 못벌어서 쓸 돈도 넉넉치 않았어.
그렇다보니 2천만원 갚는데도
굉장히 오래 걸렸고,
그 기간동안 한번도 갚으라는 얘길 안했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내가 갈길을 몰라 갈팡질팡 할 때,
언제나 내 편에서 현실적인 조언을
해줬고(절반이상 나는 말을 안들었지만
지나고보니 대부분 오빠 말이 맞았던 ㅋㅋㅋ) 정서적으로 지지해줬던 고마운 사람.
나한테는 오빠가 말그대로 최고의 귀인이야.
든든한 내 편. 이분이 바로, 앞 글에서 만났던
그 IT회사 대표님이야 ㅋㅋㅋㅋㅋㅋ
지금은 나와 의남매가 되었지 ㅎㅎ
부모님이 나에게
자산을 물려주시진 못했지만
많이 기도해주셔서 그런지
난 정말 인복이 넘치도록 많아.
인생에서 여러 귀인들을 만났고
덕분에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늘 빚진 마음으로 살고 있고
갚고싶다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 요즘은 내가 도움 받았던
그 나이대의 어린 친구들을 돕고 있어 ㅎ
그 얘긴 차차 풀어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