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을 받을 수 있는 신체가 되라
먼저, 자극을 받기 위해서는 역할과 자극 간에 뚜렷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관계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대본을 이해하는 일”이다. 대본은 배우에게 다양한 정보들을 제공한다. 이야기에 대해, 역할에 대해.
간혹, 배우들은 대본이 주는 귀한 정보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거나 습득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추측하건대, 배우가 본인의 편견을 갖고 대본을 이해하려 했거나, 배우 본인의 생각을 대본에 주입하려고 했을 것이다.
대본이 주는 정보들을 어떠한 오해나 편견 없이 정확히 얻어야 올바른 자극을 받을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대본이 주는 정보들을 정확히 얻을 수 있을까.
우선 배우들은 “대본이 명시하고 있는 내용 그대로” 읽어야 한다. 배우 본인들의 생각을 대본에 적용하려 하거나 배우 본인들의 생각대로 대본을 이해하려고 해선 안 된다.
올바른 대본 읽기를 위한 간단한 훈련들을 해보자.
3번의 대본 완독 훈련
1. 대본과의 첫 만남이다. 본인의 생각이나 편견을 배제한 채, 대본이 쓰여있는 그대로에 집중해서 읽어보자. 대본을 완전히 다 읽은 후, 대본을 덮고, 머리 속에 남은 이야기들은 차근차근이 작성해보자.
2. 적당한 시간을 두고, 두 번째 대본 읽기를 해보자. 이 때, 처음 대본을 읽었을 당시에 내용들을 신경 쓰지 않도록 노력하자. 그리고, 대본을 처음 읽는 것처럼 주의 깊게 읽도록 하자. 두 번째 대본 완독 후, 대본을 덮고 머리 속에 남은 이야기들을 천천히 작성해 보도록 하자.
3. 적당한 시간을 두고, 세 번째 대본 읽기를 해보자. 이 때도 역시 마찬가지로 전에 읽었던 대본의 내용에 대해 무게를 두지 말고, 새로운 마음으로 대본을 읽어보자. 그리고, 머리 속에 남은 이야기들을 천천히 작성해보자.
4. 같은 내용들, 다른 내용들, 추가적인 내용들로 구성된 3편의 대본 요약본이 완성되었을 것이다. 이제 이것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종합해보자. 물론 객관적인 시각은 대본에서 나와야 할 것이다. 이 과정이 처음엔 지루할 수 있지만, 연기를 하는 배우라면 숙명인 작업이다.
대본 읽기 작업이 항상 3번으로 끝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처음 대본을 읽는 배우들에게 여러 번의 대본 완독이 다소 어려울 수 있기에 “3번의 대본 완독 훈련”을 제안한 것이다. 사실 배우가 대본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좋다. 이유는, 이 전의 여러 번 완독 과정에서 얻지 못 했던 무언가를 이번 대본 완독을 통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가 살아야 할 역할의 접근 방법
필자는 배우가 대본을 기반으로 누구도 할 수 없는, 배우 본인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창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배우는 그 역할의 삶을 살아야 한다. 지금부터 역할의 삶을 살기 위해 배우가 해야 할 준비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배우는 “3번의 대본 완독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대본의 흐름과 역할들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본인의 스타일대로 정리를 했을 것이다.
이제는 본인들이 살게 될 역할에 대해 대본에 근거하여 조사해야 한다.
1. 역할의 어린 시절, 가족 역사, 교육 수준, 직업 경험, 인간 관계 등에 대해 배우는 극도로 세밀하게 조사해야 한다.
2. 배우는 대본에서 주어진 환경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야 하고 본인이 생활해야 할 환경에 대해서는 육하원칙을 기반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
3. 그 환경 안에서 “본인이 누구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뚜렷하게 해두어야 한다.
공기반, 소리반
어떤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유명 프로듀서가 했던 말이다. 이 문구가 그 당시에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궜던 게 생각난다. 필자가 이 문구를 이번 칼럼에 적용해 풀이해보려 한다.
올바른 호흡을 통해 대사를 전달하는 기술(충동 없는 정보 전달) = 소리반
자극에 의해 발생된 배우의 진실된 욕구에 기반을 둔 극적인 해소 = 공기반
역할의 삶을 살고 있는 배우가 명확한 환경에 적응하여 상대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본인의 자극, 충동, 욕구, 해소 과정과 함께 배우들이 갖고 있는 본인들의 특별한 목소리를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한다면, 배우들은 상대방에게 보다 진실되고 효과적인 의사 전달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필자가 원하는 완벽한 “공기반, 소리반”의 표본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이 의사 전달에 관한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앞으로 이야기하게 될 의사 전달에 관한 심층적 부분을 위한 튼튼한 주춧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