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우선 질문을 하나 해보며 시작하려 합니다.
"요즘 당신의 낙은 무엇인가요?"
곰곰이 생각하지 마세요. 바로 머릿속에 떠오르고 입가에 맴도는 것이 있나요?
생각나는 순서대로 3가지만 이야기해주세요.
이십 대 초반, 대학생 때 적었던 일기에서 나의 30대, 40대가 너무 기대된다는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해보고 싶은 게 이토록 많고, 세상은 재미있는 것으로 가득한데, 지금 내가 돈이 없어서 할 수 없는 게 얼마나 많은지 한탄하더군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돈을 벌면 얼마나 더 신나는 것을 할 수 있을까! 아, 정말 기대가 된다, 설렌다, 이런 얘기들이 종종 적혀있었습니다.
그 후 저 역시 '어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이 녹록하진 않더라고요.
어느 날 가수이자 작가인 오지은 님의 책 <익숙한 새벽 세시>를 읽다가 잠깐 멈춰 선 구절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도 어느새 그 대륙에 도착해버렸다. ‘야 뭐 재미있는 거 없냐’의 세계. 운이 좋다면 속도를 늦출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은 다다르게 된다. 이 회색 대륙에.
이 문장에 꽤 공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밑줄 긋기는 망설여졌어요. 밑줄을 그으면 그토록 인정하기 싫었던 사실을 인정하는 것 같았거든요. 사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회색 대륙에 이미 도착한 건지, 아니면 그 대륙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건지.
회색 대륙에 대해 오지은 님은 우리가 보호막이 생겨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라고 조심스레 추측합니다.
눈을 크게 뜨고 있으면 환한 빛과 먼지가 같이 들어온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눈은 시리기도 하고 세상에는 흉한 것들도 있고 빛도 항상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실눈을 뜨게 되는 게 아닐까
인정하기는 싫지만 회색 대륙은 실재하는 것 같아요.
회색 대륙의 입구가 보여서 이십 대 후반 즈음부터 자주 주변이들의 낙을 물어보고, 붙잡고, 기억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나는 재밌는 게 없는데,
다른 사람들은 뭐가 재밌나, 궁금했거든요.
그 이야기들을 한 번 풀어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