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과 이별하는 일 D-8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고, 취미는 전시 보러 다니기와 독서다. 소설책도 좋아하고, 자기 계발서도 좋아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좋아하는 건 아트 앤 디자인 서적이다. 좋아서 전공을 했고, 전공을 했기에 업으로 삼으려면 계속 배워 나가야 하는 숙명인 것. 영국에는 아트북 및 매거진만을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북샵들이 있어, 대형 서점 지하에 밀려 나있는 아트&디자인 서적 칸을 굳이 전전하지 않더라도 엄청난 아트북 셀렉션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오늘은 그곳들 중, 내가 좋아하는 곳들을 추천해보려 한다.
런던 디자인계의 전체 동향을 알아보고 싶다면, Magma Shop
마그마는 디자인 서적 및 디자인 상품 편집샵이다. 런던에는 Clerkenwell Road와 Covent Garden에 지점이 있고, Manchester 에도 분점이 하나 있다. 마그마에 파는 서적들은 패션, 그래픽 디자인, 프로덕트 디자인, 가구 디자인, 아트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져 있고, 스크린 프린터들의 프린트도 상시 판매한다. 나는 클라큰웰 로드에 있는 브랜치만 방문해왔는데, 디자이너들이 만든 게임부터,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들, 인디 출판 계에서 핫하다는 잡지들과 아티스트 서적 등을 구경할 수 있었다. 그래서 늘 마그마에 가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구경하다가 결국에는 뭔가 하나씩 손에 들고 나오는 곳이었다. 마그마는 본인들만의 차별화된 프로덕트 리스트를 만들고 싶어 하기 신예 브랜드, 아티스트들과 직접 계약을 한다고 하는데, 런던의 대표 디자인 편집샵이어서 그런지 마이너계의 메이저라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그래도, 런던 디자인계의 동향을 알아보고 싶다면 마그마는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아트북 중 내 취향이 뭔지 궁금하다면, Artwords Bookshop
마치 A-Z까지의 알파벳을 다 모아놓은 듯한 특이한 간판과 그 간판을 따서 만든 캔버스 백으로 한창 인기를 끌었던 아트 워즈. 서점 사이즈 자체는 소규모지만 다양한 셀렉션의 아트북, 포토그래피 북, 매거진으로 아트북 독자들의 발걸음을 끌여들였다. Whitechaeple Bookshop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었던 아트 워즈의 창립자 Bill Hillwood-Harris는 프린트, 비디오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쇼디치에 Rivington St. 에 첫 샵을 열었다. 그 후 몇 년 뒤에 아트 워즈는 해크니의 중심에 있는 Brodway Market에 두 번째 샵을 열었고, 그곳 토요 마켓에서 유명세를 얻었다. Harris는 책 판매와 출판 분야에서 각각 몇 년간의 경험을 가진 열정적인 팀을 고용했고, 그 결과 단순히 유명한 책 방이 아니라 실속 있는 아트 책방으로 런더너들 사이에서 자리 잡았다. 아트북을 읽어보고 싶은데 어떤 걸 읽을지, 어떤 장르에 관심 있을지 잘 모르겠다면 그냥 일단 가서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영감 거리가 가득한 곳이 아트 워즈다. 레어 북부터, 건축, 사진, 크리티컬 이론, 컬트 메거진 등등 수많은 아트 워즈의 셀렉션들을 들여다보면서 본인의 취향을 찾을 수 있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사진과 사진 이론에 관심이 많다면, Photographers' Gallery book shop
포토그래퍼즈 갤러리는 친구가 북샵이 좋다고 추천해줘서 처음 가게 됐는데, 정말 좋은 기억을 안고 돌아온 곳이다. 갤러리 이름에 걸맞게 대부분의 책이 사진집, 사진 이론에 집중돼있지만, 종종 크리티컬 이론이나 컨템퍼러리 아트와 관련된 책들도 보인다. 사진집들은 역시나 인쇄 비용 때문에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꼭 구매하지 않더라도 소호 지역에 갔을 때 둘러보면서 구경하기에 너무 훌륭하다. 작은 Zine, 매거진, 전시 작가 작품집이나 사진 비평가들의 비평집 등이 구비돼있기에 사진을 좋아한다면 포토그래퍼즈 갤러리 북샵은 반드시 방문해야 되는 곳이다. 수십 가지의 필름도 북샵에서 판매하고 있어, 필름 카메라 유저들에게도 좋은 놀이터가 되어줄 수 있다.
예술, 디자인, 건축 모두 즐기며, 할인받아 구매하고 싶다면 Terrace Shop at Tate
가끔은 뻔한 장소가 제격일 때가 있는데, Tate의 Terrace Shop이 그렇다. 신 건물인 Blavatnik 빌딩의 1층에 위치한 테라스 샵은 갤러리 안에 있는 기념품 샵이 아니라 북샵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꽤 많은 양의 아트, 디자인, 건축 서적 재고를 자랑한다. Tate에서 전시를 하고 있거나, 했던 역대 아티스트들의 도록을 구매할 수도 있고, 예술 이론이나 예술사와 관련된 책들도 판매한다. 건축 관련 책과 디자인 책도 다수 가지고 있지만, 건축에 비해 디자인은 구색을 맞추는데 그친 수준이라 아쉽기는 하다. Terrace Shop의 가장 큰 장점은, 16-25살 사이의 관람객들에게 Tate가 제공하는 Tate Collective를 가입하기만 하면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Tate Collective는 무료로 Tate 홈페이지에서 가입할 수 있으며, 가입 시 특별 전시를 5파운드에 볼 수 있는 할인 혜택 또한 제공한다. (UK residents일 필요 없으며 나이 조건만 맞으면 가능). 전문 아트 북샵 못지않게 좋은 셀렉션들을 가지고 있고, 할인 혜택까지 있기에 전시 보기 전 시간이 남는다면 혹은 보고 나서 한 번 Terrace Shop을 둘러보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