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과 이별하는 일 D-7
드디어 짐 정리를 시작했다. 이번엔 옷, 신발, 가방 쓰던 화장품 정도만 싸면 되는 정도라 생각보다 짐이 많지는 않을 예정이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는, 작업 스케치북이랑 살림살이 때문에 짐이 꽤 많아서 수화물로 이민가방 2개에, 항공으로 박스 6개 짐을 더 붙였어야 했는데 이번에는 깔끔하게 이민가방 2개 안으로 끝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같이 사는 플랏 메이트가 이제 내가 이사를 나간다고 하니, 한국으로 갈 때 귀국짐을 어떻게 보내는지 물어봤다. 본인도 곧 귀국할 때, 스케치북이나 작업물을 한국으로 보내야 하는데 위탁 수화물로 들고 가기엔 무겁고 규모가 커서 고민이라고. 한 번도 항공으로 이민 짐을 보내본 적 없는 것 같길래 런던 내에 있는 회사를 가르쳐주고 어떻게 보내는 지도 얘기해줬다. 나도 아무것도 몰라서 여기저기 수소문해봤을 때가 있었는데. 플랏 메이트와 짐 얘기를 하다 보니, 브런치에도 영국에서 이사하거나 귀국하는 분들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오늘은 간단히 짐 옮기는 법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영국에서 이사하는 법
영국에서 이사만 혼자 6번을 다니다 보니 집 보는 눈도 좋아졌지만, 이사를 쉽게 다니는 법도 깨닫게 됐다. 일단, 본인이 운전을 할 줄 알고, 영국 내에서 운전 가능한 라이선스가 있다면 벤(Van) 하이어링이 가장 속 편한 방법일 것이다. 벤만 빌려서 시간 내에 짐 옮기고 벤만 반납하면 되고, 다른 사람 눈치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처럼, 장롱면허 소지자 거나 혼자서 벤에 짐을 모두 실었다가 내렸다가 하기에는 체력이 달리는 분들은 애디슨 리(Addison Lee)를 이용하면 된다. 갑자기 웬 택시 회사?라는 생각이 들 텐데, 애디슨 리에는 승객 6명, 큰 가방 4개까지 실을 수 있는 Select +라는 택시가 있는데, 이 택시를 이용하면 훨씬 이사를 수월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짐 개수에 따라서 Select+ 가 아니라 한 단계 작은 사이즈인 Select를 부를 수도 있다. 애디슨 리가 이삿짐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집에서부터 짐을 같이 내려다 주는 서비스는 물론 없지만 이사할 때, 0층으로 짐을 미리 내려다 놓으면 기사분들이 차에 실어주시고, 내릴 때도 바로 집 앞에서 짐을 내려주신다. 결국, 혼자 고생하는 여정은 짐을 엘리베이터에 싣거나, 계단을 가지고 올라가는 것 정도다. 이 정도 고생도 너무 고생스럽다면 물론 사람을 부르는 게 더 났다. 그러나 여러 사람 불러서 일 복잡하게 만들기 싫고, 짐이 이민가방 2-3개 내외라면 큰 택시를 불러서 한 번에 짐을 옮기는 게 경제적이기도 하고, 일손도 줄일 수 있다. 무거운 이삿 짐을 싣는 건, 원래 애디슨 리 기사님들의 업무가 아니니 기사님이 친절하게 도와주셨다면 나중에 팁을 묻는 문자가 왔을 때 팁을 주는 정도의 친절은 베푸는 게 물론 좋다.
영국에서 귀국짐 옮기는 법
영국에서 위탁 수화물을 미리 예약해 할인받아 가져 가는 게 가장 저렴한 방법이겠지만, 위탁 수화물 의외에도 국내로 보낼 귀국짐이 있다면 런던 한진 택배나, 우체국 택배를 이용하면 된다. 항공/선박으로 보내는 두 가지 방법이 있고 가격은 Kg 수에 따라 상이하니 공식 홈페이지들을 참고하면 된다. 이때, 귀국짐은 규격이 까다로운 편이니 잘 체크해서 보내는 게 좋다. 첫 귀국 시, 싱글 박스는 파손이 잘된다는 얘기를 듣고 아마존에서 더블 박스를 사서 한진 택배로 보냈었는데 약간 모서리 부분에 찍힘은 있긴 했지만 내용물은 안전하게 한국에 잘 도착했다. 귀국짐을 영국에서 보내고, 한국에 짐보다 먼저 도착하면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있어 대부분 한국에 도착하기 전 1주 전도 전에 보내는 편이다. 너무 일찍 보내면 내가 이미 쓰던 물건에 대해 관세를 내야 할 수도 있고, 너무 늦게 보내면 도착해서 짐을 계속 풀어야 하니까 본인 귀국 스케줄에 맞춰서 귀국짐을 보내면 된다. 짐을 보낼 때, 무료 픽업 지역의 경우 픽업을 신청할 수도 있고, 아니면 드롭센터로 직접 가서 짐을 드롭하는 방법도 있다. 한국에 도착해서는 택배사에서 전화나 이메일로 필요한 증빙 서류 같은 것들을 친절하게 알려주니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일단은 영국에서 각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서류들을 회사 이메일로 보내고 -> 짐을 보내고-> 한국에 도착하면 -> 택배회사/관세사가 전화해서 필요한 서류들을 알려준다 -> 서류 제출 -> 얼마 후 짐 수령의 과정을 거치면 끝.
이사나 귀국짐이나 준비 과정에서는 큰 스트레스로 다가오지만 막상 닥치면 사실 하루면 끝나는 일들이다. 만약 옆에 도와줄 수 있는 친구나 가족이 있다면 무엇보다 좋겠지만, 여건이 안될 경우는 자기 멘탈을 잘 붙잡고, 한 단계 한 단계 해나가는 방법뿐. 나 역시 짐 싸고, 짐 푸는 게 정신없고 체력적으로 지치지만, 정신력은 같이 휩쓸려가지 않게 잘 계획해서 귀국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