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놓친 '개츠비'의 조각들
소설 속 데이지가 딸을 낳았을 때 했다는 그 유명한 대사 기억하시나요?
"이 아이가 바보였으면 좋겠어. 세상에서 여자아이가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건, 예쁘고 귀여운 바보(beautiful little fool)가 되는 것이니까."
사실 이 대사는 피츠제럴드의 순수 창작이 아닙니다. [외전]에서 다뤘던 아내 젤다 피츠제럴드가 실제로 딸 '스코티'를 낳았을 때 마취에서 깨어나며 뱉었던 말을 피츠제럴드가 몰래 받아 적어 소설에 그대로 쓴 것입니다.
독자들은 이 대사를 데이지의 허영심으로 읽기도 하지만, 젤다의 실제 삶을 알고 다시 보면 "재능 있는 여성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 수 없었던 시대에 대한 지독한 냉소와 절망"으로 읽힙니다.
이 소설은 여러 번 영화화되었는데, 두 버전의 결말 해석이 완전히 다릅니다.
1974년작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 개츠비를 비교적 '희망의 인물'로 그립니다. 개츠비는 수영장에서 데이지의 전화(라고 착각한)를 받으러 나오다가 죽음을 맞이합니다. 끝까지 희망을 품고 간 낭만적 영웅으로 묘사되죠.
2013년작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 훨씬 더 '비참하고 처절한 인물'입니다. 영화는 그가 죽는 순간, 데이지가 전화를 걸지 않았다는(거부당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며 죽음을 맞게 합니다,. 바즈 루어만 감독은 화려한 파티 장면을 힙합 음악과 과잉된 연출로 채웠는데, 이는 당시의 '광란'과 그 뒤에 남은 '공허함'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많은 관객이 2013년작에서 톰 뷰캐넌 역을 맡은 조엘 에저튼의 연기를 최고로 꼽는다는 것입니다. 그가 보여준 압도적인 위압감과 오만함이 "디카프리오의 개츠비를 완전히 찍어 눌렀다"는 평을 받으며, 소설 속 '탐욕스럽고 잔인한 톰'을 가장 잘 형상화했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로써 '탐욕'이라는 감정을 테마로 한 『위대한 개츠비』 다시 읽기 여정을 마칩니다.
화려한 파티의 불빛 뒤에 숨겨진 씁쓸한 뒷맛까지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다음 감정 수업으로 넘어갈 준비가 되셨나요?
다음 편에서는 또 다른 인간의 본성, '잔혹함'이나 '대담함' 혹은 '희망'과 같은 주제로 새로운 작품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혹시 특별히 다루고 싶은 감정이나 작가가 있으신가요? 추천해주시면 다음 시리즈 기획에 반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