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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모자 Jan 07. 2022

큰 도시 안에 작은 사람 하나.

관계의 분산화 - 가깝고 친밀한 사람의 중요성

연말이 되었고, 곧 새해가 찾아왔다. 연말에는 주위의 소중한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라는 의미에서 일찍 퇴근하곤 한다. 나 또한 조금 일찍 회사에서 나오게 되었다. 운전하며 시내에 진입하니, 도시 전경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내 주변을 지나가는 차들, 주위의 건물들,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한 도시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게 살아간다. 각자에게는 각자의 우주가 존재한다. 그 우주에는 가족도 있을 것이고, 친구도 있을 것이다. 모두들 각자만의 우주에서 사회와 구분된, 독립적인 삶을 살아간다. 나도 집이라는 나만의 우주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차에 탄 채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은 점점 관계 네트워크의 범위가 좁아지고 있다. 기술의 발달에 의해 다른 도시, 다른 나라에 사는 사람과도 소통할 수 있다고 하지만, 거리가 먼 만큼 활발한 소통을 하기는 어렵다. 아무리 세상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은 자신의 주변을 챙기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아무리 인맥이 넓고, 다양한 사람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소중한 인연은 두자릿수를 넘기기가 힘들다.


가깝고 소중한 인연의 가치가 점점 올라갈수록 또다른 누군가는 관계가 점점 빈곤해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자신의 옆에 가족이 없는 사람, 사랑하는 연인이 없는 사람, 친한 친구가 없는 사람은 인간관계가 개인을 중심으로 분산화되어가는 요즘에는 외로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다지 친하지 않은, 또는 적당히 친한 사람과 중요한 휴일을 함께 보내고 싶어도 자신이 낄 자리가 없곤 한다. 평소에는 괜찮아도 중요한 날이 되면 더더욱 외로워지게 되는 것이다.


소중한 사람을 곁에 두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가족과 화목하게 지내는 일은 간단한 것 같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마음을 쉽게 나눌 수 있는 친한 친구를 두는 일은 시간과 정성을 오래 들여야 가능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인연이 닿으면서 타이밍이 맞아야 이루어진다. 적당한 거리를 두는 건 쉬울지라도, 거리를 가깝게 좁히는 것은 상대적으로 힘들다.


소수의 깊은 관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사회의 흐름은 흘러가고 있고,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연말이나 연휴에 시간을 같이 보낼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내 주변에 소중한 사람이 없구나, 인생을 헛살았다'라는 후회로 이어질까봐 두렵다. 도시 안에서 나 혼자 덩그러니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을 느낄 것 같아 무섭기도 하다. 나는 친한 친구나 사랑하는 연인이 없지만 그래도 가족은 있는데, 가족조차 없는 사람은 얼마나 외로울까.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것이다.


차 안에서 덩그러니 생각에 잠겼다. 이 큰 도시 안에 내가 있다. 도시가 분모이고, 내 주변 인간관계가 분자인 분수가 있다고 생각해봤다. 이 분수의 값은 나 자신을 나타낸다. 도시가 클수록 분수가 작아지고, 내 주변에 소중한 사람이 많을수록 분수는 커지게 된다. 연고도 없는 대도시에 혼자 사는 사람이 자기 자신을 아주 작은 사람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관계가 분산화되어가는 사회 속에서는 내 주변을 잘 챙겨야한다.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누군가가 주변에 있어야 한다. 고독을 즐기는 것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외로움을 해소하는 것도 필요하다. 함께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사람을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내에서 지금보다 좀 더 쉽게 구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내가 사는 지역에도 나와 잘 맞는 사람이 충분히 있고, 마음만 먹는다면 친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모두가 공유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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