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비효과>에서 주인공은 일기장을 통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통로를 발견한다. 그리고 과거를 바꾸어 나간다. 이는 전혀 다른 현재를 만들어낸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변화가 태풍과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
영화처럼 현재에서 과거로 돌아가진 못해도 과거를 현재로 가져올 수 있다.
나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물 마실 틈도 없이 바쁠 때가 있다.
마치 굴렁쇠를 10개는 굴려야 하고 어떻게든 잘 굴려보려 하지만 굴려야만 하는 새로운 굴렁쇠가 막 떨어지는 것 같은 상황. 눈 앞에 일을 해치우는데 급급하여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생각할 수도 없는 상황. 파도처럼 밀려드는 업무 속에서는 길을 잃어버리기 쉽다.
2주를 연속 야근하던 날, 번아웃이 올 것 같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그때부터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에 관련된 책, 아티클, 영상 콘텐츠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면서 나에게 효과 있는 방법을 발견해 나갔다.
과거를 현재로 가져오는 일
그때쯤이었다. 한 유튜브 영상을 접한 뒤, 30분 단위로 했던 일을 기록하는 시간 가계부를 쓰기 시작한 것은. 시간 기록을 살피면서 자연스레 하루의 마지막에 지나간 시간을 곱씹어 보게 되었다.
'과거'를 '현재'로 가져오는 일. 바로 '회고'다.
내가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나의 시간을 어떤 일로 채웠는지, 정신없이 보냈던 장면을 소환하여 붙잡고 들여다본다. 그냥 흘러가버렸을 순간이 다시 살아났다.
회고하면 무엇이 좋은데?
일에 대한 회고의 시작은 업무 시간을 좀 더 효과적으로 쓰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제는 회고가 훨씬 그 이상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을 회고해 나간다는 것은 파도에 휩쓸려 가지 않도록 방향키를 잡고 나아가는 것과 같았다.
1. 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같은 일이라도 들여다보며, 나만의 언어로 해석하고 의미를 발견하면 전혀 다른 일로 다가왔다.
예를 들어 업무 관련 정기적인 모임을 주관한다고 해보자. 이를 단순히 모임을 만들어 이끄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바쁜 업무 속에서 리드하는 역할은 귀찮게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이 일은 모임을 기획하고 매니징 하는 것이다. 전문성을 쌓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 그 일을 대하는 마음과 태도는 전과 같지 않다.
2. 레퍼런스가 생긴다.
업무를 하다 보면 실수를 하기도 한다. 처음 하는 일은 헤매기도 한다.
실수를 반복하거나 전에 헤맸던 일을 시간 지나 또 헤매게 될 때 나를 탓하게 됐었다.
이런 순간을 돌아본다. 어느 부분을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같은 지점에서 헤매진 않게 된다.
미래의 나에게, 그리고 동료에게도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
3. '나'의 일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진행했던 일은 기획안과 결과보고서, 업무 일지로만 남아있었다.
회고는 일에 대한 '나'의 경험을 정리하는 기회가 된다. 기획과 결과, 그리고 그 사이에 수많은 점들이 있다. 일을 어떤 방식으로 수행했는지, 어떤 과제가 있었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이 일로 '나'의 어떤 역량을 키울 수 있었는지 정리할 수 있다. 일에 대한 생각을 확장하여 일의 서사를 그려가며 나아갈 수 있다.
일의 처음과 과정과 끝이 맥락을 그리며 '나'의 일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회고를 시작하면서 습관이 생겼다.
노트의 새 페이지를 쓸 때마다 중간 칸이 가장 넓도록 세로로 줄을 2개를 긋는다. 중간 칸에 주요 기록을 한다. 왼쪽 칸은 기록 일시와 기록하는 내용의 주제를 적는다. 왼쪽 칸만 보아도 어떤 내용인지 한눈에 들어온다. 가장 오른쪽 칸은 회고를 위해 비워놓는다. 본격적인 회고는 타자를 치며 하게 되지만 회고의 단서를 메모할 수 있다.
거센 파도에도 휩쓸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방향키를 손에 쥔 것 같다.
과거를 현재로 가져오는 작은 날갯짓으로
'나'의 일이 의미 있는 점으로 채워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