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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롤 Sep 22. 2021

연결하는 글쓰기 '제텔카스텐'

글럼프에서 빠져나오게된 이유

 '글쓰기'에 대해 코르페니쿠스적 전환을 하게 해준 책이 있다. 숀케 아렌스의 <How To Take Smart Notes(제텔카스텐)>.  이 책을 읽고 글쓰기에 대한 새로운 길을 찾았다. 글쓰기에 보통 생각하는 '주제를 잡고 개요를 짠 후 글을 써나간다.'의 방법만 있는게 아니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읽고, 보고, 듣고 경험한 것에 대한 기록의 방식이 달라졌다. 세상의 무언가를 받아들이고(input), 생각을 글이나 말로 풀어내는(output)방식이 제텔카스텐 전후로 완전히 바뀌었다.




글을 쓰고 싶지만 머리를 쥐어짜도 진도가 안나갔다

혼자 보는 메모나 기록에서 나아가 세상과 공유하는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글쓰기의 내공이 쌓이지 않은 사람에게는 한 편의 글을 써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머리를 쥐어짜도 글의 진도는 생각보다 매우 더뎠다. 30분동안 문장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한두문장 쓸까말까 하기도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심리적 저항감 때문인지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하게되었다.  글을 쓰는 일은 분명 내가 하고싶은 일인데. 마음 만큼 잘 되지않았다. 의지나 열정의 문제가 아니었다.


제텔카스텐 전에는 기록 따로 글쓰기 따로

전에도 메모를 하고 정보를 정리하는 것(이하 기록)은 좋아했고 인문,경영·경제, 커리어, 건강 등 분류하여 정리해오고 있었다. 기록은 기억에 도움을 주었지만 기존의 기록을 활용하는 것보다는 넘쳐나는 새로운 책, 아티클, 영상을 접하는 것에 더 집중했었다.


제텔카스텐을 알고나서는 지금까지 기록을 저장만 했지 막상 활용을 하지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재의 기록방식은 저장에는 용이하지만 생산성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깨달았다.

 

예를 들어 "창의력"에 대해 글을 쓴다고 해보자. 글을 쓰려다 보니 지난번 경영학 서적에서 받았던 인사이트, 일 하면서 했던 생각, 제목은 기억안나는 어떤 아티클의 이야기 등을 쓰고 싶다. 관련 자료를 찾기 시작한다. 경로를 알거나 기록이 검색이 되어 찾으면 다행이다. 하지만 시간이 소요되고, 키워드가 기억이 안나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나마 이렇게 소스가 생각나면 찾아볼 수 있지, 창의력에 대한 인사이트를 주었지만 제대로 기록하고 연결하지 않아 그냥 지나쳤던 일이 더 많지 않았을까?      


제텔카스텐을 만나다 

우연히 제텔카스텐이라는 개념을 접하고 관련 글과 손케 아렌스의 저서 <How to take smart Notes 제텔카스텐>을 읽은 후, 글쓰기에 대한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제텔카스텐은 독일의 사회과학자 니콜라스 루만의 메모법으로 그는 매일 6개의 메모로 600여편의 논문과 50여권 이상의 책을 저술하였다.  책 <제텔카스텐>은 니콜라스 루만의 메모법을 분석하여 독자가 적용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 놓았다.


제텔카스텐은 복잡한 메모법이 아니다.  간단히 말하면 경험 또는 책,영상을 통한 인사이트를 아이디어 별(하나의 메모에 하나의 아이디어)로 기록한다.  이 메모들을 태그, 링크를 활용하여 관련성, 활용도를 생각하여 연결 한다. *이때 주제를 분류하는 용도가 아니라, 실제로 해당 아이디어가 쓰일 상황을 고려하여 연결해 놓는다면 활용도가 높아진다. 예를 들어 한 메모의 큰 주제가 '기획'이라고 할 때 이를 큰 개념인 '기획' 대신 '창의력을 높이는 방법', '업무 역량 높이기', '퍼스널 브랜딩 하는 법' 등 이 메모가 향후 실제로 활용될 수 있을 상황을 생각하여 연결시킨다. 맥락의 연결이 많아질수록 해당 메모의 실제 쓰임도 커진다.

* 숀 존슨 교수의 제텔카스텐 적용 메모법 관련 트윗글


보통 우리는 글을 쓰고자 할 때 주제를 먼저 정한다. 그 다음 개요를 짜고, 글을 쓰는  탑다운 방식이다. 백지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니콜라스 루만은 평소에 메모를 명확히 하고, 이 메모간에 연결하는 작업을 한다. 연결되는 메모를 보다가, 개요를 짜보고, 필요한 부분은 더 읽고 메모하고 보완 후, 주제를 확정하여 초안을 쓴다.  글쓰기의 순서를 '주제잡기 ->개요짜기 -> 세부 내용 쓰기' 에서 어떻게 보면 '세부 내용 쓰기 -> 개요짜기 -> 주제결정'  으로 바꾼것이다. 바텀업 방식이며, 발상의 전환이다.


루만은 학계에서 놀랄말한 방대한 양을 저술하였는데도 본인은 평소에 애씀없이 기록을 했다고 말했다. 고민이 되거나 막히면 중단하고 다른 메모를 했다고 한다. 탑다운 방식에서는 막혀서 멈추면 글 자체가 중단되는 거지만, 바텀업 방식에서는 모든 메모가 글을 발전시킨다.  기존의 정해진 것 처럼 보이던 글쓰기 방식의 메트릭스가 깨진 기분이었다.


제텔카스텐으로 연결하는 글쓰기를 하게 되다


글쓰기에 대한 접근이 달라졌다. 제텔카스텐으로 글쓰기가 백지에서부터 써나가는 것에서, 평소의 메모를 조합하고 보완하고 수정하는 일이 되었다. 살아가며 하는 경험과, 책, 영상 등 소비하는 컨텐츠에서 얻는 인사이트를 전에는 주제별로 고이 보관해 놓았다면 지금은  아웃풋으로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활용하게 되었다. 기록시스템이 '저장소'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공장'이 된 것이다.   


제텔카스텐이 물론 글을 뚝딱 뚝딱 완성시키는 요술방망이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하는 모든 기록이 글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모든 기록이 쓸모 있어지는 경험을 한다.

내가 하는 기록마다, 나의 글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제텔카스텐을 활용한 글쓰기 방법

제텔카스텐 책과 여러 관련 아티클, 블로그, 유튜브를 보고 몇번의 수정을 거쳐 지금 활용하고 있는 기록의 방법과 이를 활용한 글쓰기에 대해 공유합니다.


메모 툴로 '롬리서치(Roamresearch)'를 활용하고 있는데, 이 외에도 제텔카스텐을 도입하기 좋은 다양한 메모툴이 있습니다. 메모툴 중 태그기능과 양방향링크 기능이 있는 것을 추천합니다.  


1) 원문 인풋을 기록하는 메모 (Reference Note)

책을 읽으면서, 혹은 영상을 보면서 기억하고 싶은 문장, 내용을 원문 그대로 기록합니다.

중요한 것은 출처와 저자등을 함께 기록해 놓는 것입니다. 향후 원문을 그대로 인용하고 싶을 때 별도로 출처를 다시 찾아보는 수고를 덜 수 있습니다.  

Reference Note 예시


2. 상술메모(Literature Note)

기억하고 싶은 부분을 나의 언어로 다시 상술해봅니다. 하루에도 많은 정보를 글로, 영상으로 접합니다. 읽거나 듣고 그 순간 이해했다고 생각했던 부분들도 막상 나중에 관련하여 이야기하거나 쓰려고 할 때 막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나의 언어로 다시 적어보면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합니다.

 

3. 영구메모(Permanant Note)

인풋에서 얻은 인사이트, 생각 등을 기록합니다. 다른 사람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어떤 글의 하나의 단락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명확하게 기록합니다. 인풋의 출처와, 해당 메모를 활용할 수 있는 다른 메모와 연결해놓습니다.


 여기서 '연결'이 핵심입니다. 더 많은 주제와 연결시킬 수록 해당 메모의 활용도와 생산성이 높아집니다. 마치 주제를 정해놓고 주제에 맞춰 글을 쓰는 방식을 투자에 있어 '단리'라고 한다면 하나의 메모를 다양한 주제와 연결시켜놓는 것은 '복리'와 같습니다. 왜냐하면 기존의 방식에서 하나의 문단은 그 주제를 위해서만 존재하지만, 제텔의 방식에서 하나의 문단은 연결해놓은 만큼 다양한 글에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메이크타임이라는 책을 읽고 '미루던 운동을 바로 시작하게 된 계기'라는 메모를 남겼습니다. 전 같았으면 여기서 끝이었겠지만, 지금은 메모를 활용할 수 있는 다른 메모와 연결해놓습니다. 해당 메모는 '바빠서 산책을 시작하게 되었다.', '행복에 관하여', '동기부여 하는 법' 등 사용될 수 있는 다양한 글감에 연결해 놓았습니다.


4. 글쓰기

하나의 주제에 충분하게 메모가 모였으면 개요를 구성해보고 초안을 만듭니다. 글 흐름상 추가로 구성해야할 부분이 보이기도 하고 기존 메모로 초안이 구성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바빠서 산책을 시작하게 되었다.' 라는 글감에 여러개의 메모가 모였습니다. 메모로 초안이 구성되었습니다. 할 일은 퇴고하는 일입니다. 퇴고도 쉬운일은 아니지만,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이렇게 하여  '바빠서'산책을 시작하게 되었다(발행됨) 를 발행하였습니다.


         


중요한 건 나만의 '기록과 글쓰기(Input&Output) 시스템' 만들기

제텔카스텐을 도입하면서 가장 큰 변화는 글쓰는 방식의 변화 뿐만아니라 저장해놓고 잘 찾아보지는 못했었던 기존의 기록을 지금은 시스템안에서 다양하게 접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마다, 혹은 글의 성격에 따라 기존의 탑다운 방식이 맞기도 혹은 제텔카스텐의 바텀업 방식을 더 선호할 수도 있겠다. 정답은 없다. 하루에도 수 많은 정보를 접한다. 이를 스크랩하고 저장하는 것에 나아가 '활용도'를 생각하여 자신만의 인풋과 아웃풋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게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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