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we hate HR
"왜 사람들은 인사부서를 싫어하는가?"
2008년 Fast Company에서 도발적 글을 발표합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인용, 회자되고 있어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일단, 대부분 사실에 근거해 기술했어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별로 없고요.
찬찬히 내용을 살펴볼게요.
첫째, 인사담당자는 무능하다. 사업 이해도가 부족하다. '핵심 고객과 경쟁자가 누구인지, 우리는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등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못한다. 구성원과 함께 일하고 돕는 것을 즐기는 고결한 동기를 가진 사람일 뿐이다.
둘째, 가치 창출이 아닌 효율에 치중한다. 평가 프로세스 운영, 급여 적기 지급 등이 중요하고, 구성원, 고객, 그리고 주주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였는지에는 무관심하다. 회사 성과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보다 인사관리를 위한 활동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려 한다.
셋째, 표준화, 획일화를 추구한다. 편하고 쉬운 길을 가기 위해, 인사 기능 업무 및 제도를 지키기 위해 제도에 예외를 두려 하지 않는다.
넷째, 경영진은 인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구성원이 핵심 자산이고 인사가 만사다."라는 것을 말로만 강조할 뿐이다. 인사부서도 경영진의 지시만 기다릴 뿐, 주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틀린 말이 없어요. 싫어할만 합니다. 다만 일부 변론이 필요해 보입니다.
첫째, 인사담당자는 사업 측면에서 무능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업 유관부서 출신이 아니라면 당연히 사업 지식 및 감각(Business Acumen)이 떨어질 수 있죠. 대다수 기업에서 인사담당자는 부서 이동 없이 채용에서 퇴직까지 다양한 인사 기능 업무를 수행하고, 개별 과업은 사업과 분리돼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요. 조직 내 인사업무는 인사 기능 전문성을 배양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둘째, 구성원 마음과 역량을 최적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인사부서의 가치 창출 활동이에요. 현실적으로 인사는 지원 역할(Supporting roles)을 수행합니다. 가치사슬(Value-chain) 중심부에서 벗어나 있어요. 채용, 인력운영, 성과관리, 보상, 복리후생, 노무관리 등 업무를 통해 구성원 마음과 역량을 관리합니다. 가치 창출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역할이지, 직접 가치 창출을 하는 것은 아니에요. 마음과 역량이 최적화된 구성원은 방향만 틀리지 않다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답니다.
셋째, 맹목적인 표준화, 획일화만이 비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제도와 프로세스의 명확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급적 예외를 두지 않는 것이 바람직해요. 하지만 제도 취지와 목적을 자문하려는 노력, 제도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구성원에게 최대한 혜택이 갈 수 있도록 고민하는 자세는 반드시 필요할 것 같습니다.
넷째, 경영진은 인사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사업도 중요하지만, 상시 발생하는 조직과 사람 이슈에 대해 경영진이 의지할 수 있는 존재는 인사부서일 수밖에 없습니다. 인사부서의 주도성은 경영진과 인사부서와의 관계, 인사부서의 규정된 역할고 권한, 인원수 및 역량 수준이 결정합니다.
인사담당자는 힘들지만 상기 내용을 개선 여지, 가능성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기득권을 내려 놓고 항상 겸손하고 배우는 자세로 일해야 합니다.
사실 사람들이 인사부서를 싫어하는 이유는 인사담당자 역량 부족과 인사제도와 운영이 비합리적인 데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에요. 인사담당자와의 소통 과정에서 마음이 상했거나, 인사 정책 및 제도로 인해 피해를 보았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인사부서는 고객이 구성원이므로, 이들로부터 비난과 증오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의 마음을 관리하는 역할이 있기 때문이에요. 때로 냉정함이 필요하지만, 일상에서는 그들을 진정 고객으로 생각하고 이해하며, 공감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잘못한 것이 있다면, 불편과 상처를 부지불식 간에 준 적이 있다면,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합니다. 구성원의 감정과 감성을 소중히 여겨야 해요.
인사는 전략기획, 해외영업과 더불어 취업준비생이 가장 선호하는 직무 중 하나입니다. (진입장벽이 낮은 이유도 있지만요.) 그리고 채용 주관부서가 어디인가요? 인사부서에서 같이 일할 사람을 뽑는데 들이는 노력은 타 직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예요. 가능한 역량과 태도가 우수한 인원을 뽑고자 최선을 다합니다.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우수한 인원이 입사한다고 볼 수 있어요.
구성원의 마음과 역량을 관리하는 인사는 중요합니다. 인사담당자는 무능하지 않아요. 일부 무능하게 하는 시스템이 근본 이슈입니다. (사람이 아닌 시스템 문제가 우선입니다. 물론 시스템 이슈를 극복하려는 개인 노력이 필요하죠.)
인사담당자는 생각보다는 괜찮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지금 인사업무를 희망하는 여러분은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이에요. 왜냐하면 더 이상 인사는 권력과 명예의 상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공공의 적이 되기도 하고 SNS, 게시판에서 욕을 먹는 것이 일상입니다. 사람과 조직에 대한 애정, 겸손과 인내 없이 인사업무를 하기에는 힘든 시대임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