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azza Mar 05. 2021

부끄러웠던 마지막 인사

갑자기 터져 나온 눈물

 "두 시 반에 503호 회의실로 와 주세요."

  총무인 팀 막내가 단체 쪽지를 보냅니다. 직감했습니다. 작별인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작년 말 이동이 사실상 결정되고서도 갑작스레 인사 이슈가 생겨, 이를 처리하느라 두 달간 이동을 하지 못했어요. 곧 떠날 사람이 자리를 계속 지키는 게 이렇게나 힘들 줄은요.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 온 겁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할 말도 준비 못했는데...'

  열 명이 넘는 팀원이 모이기까지는 십 여분이 더 걸렸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태연하게 중요하지도 않은 업무 이야기, 다른 사람 이야기를 꺼내 놓으려 애를 썼습니다.


  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다음 주에 OO 가 해외사업팀으로 이동합니다. 몇 년 전 사업장에서 본사로 이동하며 한 번 도전을 했고, 올해 적지 않은 나이로 더 큰 도전을 하게 됐습니다. 힘든 결정이었을 텐데, 남아 있는 분들은 많은 응원 해 주시고 이를 선례 삼아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해요. (선물 증정식 진행 후) 자 그럼 OO, 소감 한 마디 부탁합니다."


  항상 논리적이고 자신감 넘치게 이야기하던 제가 머리를 긁적이기 시작합니다.


  "네, 갑작스레 인사를 하게 되었네요. 최근 두 달간 마음이 많이 싱숭했습니다. 여기 더 있으면 떠나고 싶지 않을 것 같아서, 팀장님께 날짜를 확정해 달라 요청드렸고요... 제가 좀 특이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주말에 자료 같은 걸 정리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고요. 여기 계신 분들과는 앞으로도 종종 볼 텐데, 대학 때부터 준비했던 인사라는 업무를 놓으려 하니까... 아무튼 제가 이동해야 팀을 새롭게 꾸리고 빨리 안정화될 것 같아... 더 있는 게 민폐..."


  아... 갑자기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말을 더 잇지 못했어요. 몇몇 팀원은 놀란 눈치였습니다.


 "이제 팀 선배사원으로 더 기여하고 후배들 도와줘야 하는 시기인데, 지금 이동하는 게 도리가 맞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업장을 처음 떠날 때 사람들에게 했던 말이 기억납니다. '살갑고 더 따뜻한 선배, 후배가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라 했는데, 이번에도 제가 좋은 선배, 후배였는지 돌아보면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도 이런 경험을 교훈 삼아 지금 마음 잊지 않고 앞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이동해서도 종종 팀에 놀러 오겠습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힘들게 인사를 마쳤습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아씨 촌스럽게. 근데 그리 변화를 갈구했고 원하던 대로 됐는데, 왜?'


  힘들었나 봅니다. 인사 업무, 그리고 함께 고생했던 동료, 편안하고 안락한 친정을 떠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 오랫동안 쥐고 있던 소중한 것, 놓기 싫었던 것을 내려놓기가 그리도 어려웠나 봅니다. 여기 있으면 안정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데 굳이 사서 고생을. 새로운 도전과 불확실한 미래가 두려웠나 봐요. 용기 내 결정하고도 반신반의했나 봅니다. 인사로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도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제 눈물... 모두 오래 기억하겠죠? 떨리는 목소리도, 서툴게 표현한 마음도요. 반듯하고 빈틈없던 저였기에, 마지막 순간이나마 인간적인, 취약성(Vunerablity)을 드러낸 게 얼마나 다행인지요.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잠시만 안녕.

  

매거진의 이전글 그 사람, 생각보다는 괜찮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