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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zza Mar 09. 2021

사업관리는 아무나 할 수 있나?

그래도 욕먹는 이유가 있겠지.

'무슨 일이야?', '정말 쇼킹이네...', '헉... 이런 ㅋㅋ’
'평생 인사할 것 같았는데 갑자기 왜 해외사업을?’
'인사에서 주욱 크면 될 텐데, 큰 결심 했네...'
'네가 인사팀에 없으면 누구를 믿고 의지하나?'

해외사업팀 발령 공지가 떴습니다. 10년 넘게 여러 사업장에서 인사업무를 하다 보니, 나름 회사에서는 유명인이었나 봐요. 메신저가 한동안 불이 나고 시끄럽습니다.

아쉬움도 많았지만 놀랍다는 반응이 지배적입니다. 인사담당자는 부서를 옮기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죠. 교육, 총무 같은 유관부서나, 조금 변화를 준다면 경영진단, 혁신, 혹은 사업 지원 부서로 가는 일은 있지만, 소위 돈 버는 직접 부서로 이동하는 것은 낯선 광경이기는 합니다. 더구나 입사 후 인사업무만 해 온 사람인지라 더욱이요.


  제일 재미있었던 반응은 입사 동기로부터 나왔습니다. '야... 너 혹시 잘못한 거 있냐?'

  그만큼 제가 인사장이 이미지가 강하고, 인사업무를 (적어도 회사 시각에서는) 성실히 해 왔다고도 볼 수 있을까요. 굳이 이동할 이유가 보이지 않는데, 인사를 떠나는 진의가 다들 궁금했을 거예요. 그래도 불쑥 이동하는 게 아니라 주재원으로 선발되었음을 언급한 후에야, 좋은 기회라고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지지와 응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지 다음날 블라인드에 글이 떴습니다.

 

사업관리는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건가,
아니면 인사는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건가.


  최근 새로운 평가제도 도입으로 인사팀 전체가 집중포화를 받고 있던 차에, 제 이동은 거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죠. '대체 뭘 할 줄 안다고 거기 발령 내는 거지?', '다시 인사로 올 거야. 경력 쌓으러 가는 거.' 등 부정적 댓글도 있었지요. 감사하게도 큰 용기를 내 이동하는 것을 응원하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근로시간 단축법 대응 업무를 하며 블라인드에서 시달렸던 경험이 있어, 상처를 받거나 전전긍긍하지는 않았어요. 다만 향후 경력을 보장받고 가는 것도 아니고 안전지대를 벗어나 힘들게 고생할 것이 뻔히 보이는 곳에 가는데...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음이  싱숭해 졌습니다. 물론 인사부서가 회사  공공의 적이고 제가 인사담당자라는 이유만으로 이에 엮여 비난받을  있는 대상이라는 것은 인지하고 있었지만요.


  이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라고 믿었습니다. 입증하기.(To make haters wrong.) 열정, 겸손, 가시적 성과를 보여준다면 그들도 알게 될 것이라...


  그러다 문득 생각했습니다. '인사담당자라 서가 아니라, 내가 실제로 욕먹을 언행을 한 적은 없을까? 부지불식 간에 누구에게 피해를, 불쾌감을, 아니면 상처를 주지 않았을까? 나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 중 나에게 실망한 사람이 있을까?'


  힘겹게 몇 명을 떠올렸습니다. 제게 서운했을, 기분 나빴을 일들을 기어코 찾아냈습니다. 바로 안부와 티 나지 않는 사과 메시지를 보냈어요. 물론, 그 사람들이 그들이 아닐 수 있지만요.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제 진심이 전해졌길 빕니다. 또 다짐합니다. ‘어딜 가든 누구와 만나든 타인을 존중하자. 쉽게 평가하고 비난하지 말자. 겸손하자.' 그리고 잘못한 게 있다면, 불편한 마음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먼저 사과하자.'


  혹자는 말합니다. 욕을 먹지 않고 적을 만들지 않는 사람은 가식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사람이라고.

틀린 아니지만,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욕먹는 데는 어쩌면  이유가 있을지 모릅니다.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최대한 욕을  먹어야죠. 물론 욕먹기 싫어 비겁해지면  되겠지만요. 그리고 욕먹을 언행을 했다면, 반드시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합니다. 인사담당자는  점을 명심해야 해요.

(‘Why we hate HR?' 글에 이미 언급했습니다.)


  타의로 공개 선언을  느낌입니다. 어쨌든  성향을 감안했을  관심 대상이 된다는 것은 유쾌한 경험은 아니지만,  하나의 성장과 반성 계기가   같습니다. 그리고 선택이 결코 가볍지 않았음을... 지켜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끼면서,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사  많은 사람들에게, 인사 후배들에게 좋은 선례를 보여주고 싶네요.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갈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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