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반, 옆에서 리나가 꿈틀거린다. 30개월짜리 우리 딸이 꿈나라에서 돌아온 것이다. 몸을 일으켜 암막 커튼을 걷어 올리고 기지개를 켠다. 솔직히 그렇게 개운하진 않다. 새벽에 리나가 여러 번 울며 깼기 때문이다. 한두 번은 귀엽지만 대여섯 번이 넘어가면 부모도 인간인지라 짜증이 나기도 한다. 잠고문에 머리도 아프다. 요맘때 애들이 많이들 그렇다는데, 자다가 놀란 듯이 일어나서 울곤 한다. 덕분에 나와 아내도 통잠을 몇 주째 못 자고 있다. 아무튼 일어난다. 아침 먹고 출근해야 하니까.
아침 메뉴는 주로 빵이나 계란이다. 얼마 전 새 집으로 이사 온 직후에는 아내가 인스타 갬성(?)의 화려한 브런치를 차려주곤 했지만, 2주를 넘기지 못했다. 지금은 그냥 뭐라도 차려주면 감사하고, 아니면 그냥 내가 식빵을 굽고 계란 프라이를 준비한다. 실은 요즘 리나가 입맛이 없어서 밥을 대강 준비하는 면이 있다. 근사하게 잘 차려줘 봤자 쪼끔 맛만 보거나 안 먹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유치원에서 간식도 잘 챙겨주니까 괜찮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출근은 리나가 먼저 한다. 지난달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딸은 보통 8시에서 9시 사이에 집을 나선다. 유치원차 같은 건 없기 때문에 내가 앞장선다. 시간이 딱 정해져 있지 않은 건 아이의 유치원 등하원 시간에 유연하기 때문이다. 아침 7시 반에서 저녁 6시 반 사이라면 아무 때라도 오갈 수 있는 시스템이라 일찍 일어나면 일찍, 늦게 일어나면 늦게 등원시킨다. 이에 발맞춰 하원 시간도 나와 아내가 의논해 유동적으로 조정한다. 아이가 컨디션이 안 좋으면 오후 3시 반, 좋으면 5시 정도에 데려오는 편이다.
아침에 아이를 등원시키고 나면 아내와 나는 헬스장으로 향한다. 아파트 헬스장인데 시설이 나쁘지 않다. 보통 9시 반에 시작해 10시 반 정도까지 한 시간 가량 함께 운동한다. 리나가 태어나고 나서 둘 다 운동을 손 놓은 지 오래라 아직 한 시간 이상은 무리다. 더 강도 높게 운동하려면 적응시간이 더 필요하다. 아니나 다를까 아내는 어제 한 근력 운동 때문에 하루 종일 옆에서 골골대는 중이다. 선천적으로 운동을 즐기는 스타일이 아닌 우리는 이렇게 반 강제로 아침마다 운동을 다닌다. 아이 유치원 등원이 아니었다면 우리 운동도 없었을 게 분명하다. 역시 운동과 다이어트는 시스템과 습관이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마치면 딱 11시. 아디다스 반바지를 대강 챙겨 입고 무거운 어깨를 한 가장으로서 출근길에 나선다. 발걸음이 무겁다. 아내에게 "돈 많이 벌어 올게"라고 말하는 것도 절대 잊지 않는다. 이 한 마디가 입에서 떨어질 즈음이면 나는 이미 회사에 도착해 있다. 주방과 문 하나로 분리돼 있는 그곳, 바로 내 사무실이다. 이렇게 매일 내가 출퇴근에 쓰는 시간은 대략 10초 정도. 나는 오전 11시에 내 방으로 출근하는 재택근무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