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사이언스 PhD는 어떨까
내 데이터 사이언스 석사과정의 1년 차 가을학기가 드디어 끝났다. 쿼터제인 MBA 과정에 비해 두배나 길어서 매우 길게 느껴졌던 한 학기였다. 바쁜 MBA 1년 차 과정을 고려해 이번 가을 학기에는 데이터 사이언스 석사 관련 수업을 단 1개밖에 수강하지 않았다. 겨우 하나?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엄청난 MBA 1학년 커리큘럼에다 수업 하나를 듣는다는 게 참 쉽지는 않았다. 더구나 이번에 수강한 과목은 Fundamentals of Computer Science라는 수업이었는데, 워낙 이론적 내용(자료구조, 알고리즘, 데이터베이스 설계 등)이 많았고 교수님도 전달력이 떨어지는 분이어서 꽤나 힘들었다.
학기 중에 여러분들이 이메일을 통해서 내가 속한 University of Virginia School of Data Science 석사과정에 대한 문의를 주셨다. 좀 더 데이터가 쌓이면 FAQ를 정리해서 글을 한번 올릴 생각이다. 아무튼 돌아보면 숙제하고 시험 보는 대만 바빴지, 데이터 사이언스 본질에 대한 흥미는 완전히 까먹었다는 생각이 든다. 애초에 너무 흥미로워서 석사를 시작한 건데, 석사 공부와 MBA 취업준비에 치이다 보니 애초에 시작한 흥미를 잃었다는 게 참 모순이다. 아마도 여유가 있고 혼자 공부하게 내버려 둔다면 금방 흥미를 다시 찾을지도 모르겠지만. 돌이켜보면 어떤 배움에 대한 흥미와 열정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 중 하나가 선생님이다. 대학교 때 재무 교수님이 너무 별로라서 금융 전공을 하지 않았었는데 결국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서 일하게 된 걸 보면, 교수가 잘 못 가르쳐서 어떤 주제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하면 안 된다. 그러니 이번 학기 비록 데이터 사이언스 공부가 재미없었지만, 교수는 교수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더 꾸준히 공부하고 관심을 기울여봐야겠다.
UVA School of Data Science는 미국 주요 대학 중 첫 번째 데이터 사이언스 학부다. 지금은 석사과정 밖에 운영되고 있지 않지만, 내년부터는 PhD 프로그램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이름으로 PhD 학위를 수여하는 주요 대학은 New York University와 Indiana University 정도인 것 같다. 데이터 사이언스 자체가 여러 학문을 데이터와 통계, 그리고 컴퓨터로 융합하는 분야기 때문에 '데이터 사이언스' 이름의 학부나 PhD 프로그램이 많지 않은 거다. 다시 말해, '데이터 사이언스 박사'라고 하면 정확히 뭘 연구한 사람인지 콕 집어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상당히 모호하다는 뜻이다. 학부장 Phil Bourne도 "Conferring a PhD in data science will be an experiment"라고 했으니...
앞서 공부하다 보니 정작 데이터 사이언스에 흥미를 잃고 있다는 말을 했지만, 확실한 건 지금 내가 굉장히 흥미로운 시기에 흥미로운 곳에 있다는 사실이다. Data Science Institute에서 School of Data Science로 격상과 동시에 입학한 첫 번째 cohort이고, 7명의 MBA 복수학위 이수자 중 유일한 외국인이다. 적극 고려하고 있진 않지만 내년 MBA 졸업과 함께 PhD프로그램을 시작하면 첫 번째 Data Science PhD cohort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무래도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곳에서 PhD를 받게 되면 교수직까지 무난하게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PhD를 무사히 마친다는 가정하에지만 말이다.
지금으로선 미국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서 열심히 구직 중이긴 하지만, 내가 계속해서 회사를 다닐 체질이 아니라는 건 팩트다. 그래서 PhD를 하는 게 어쩌면 나한테 잘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하고 있다. 아직 너무 깊이 고민할 필요는 없는 것 같고, 여름에 MBA 인턴을 해본 뒤에, 미국에서 회사생활을 하는 게 나와 얼마나 잘 맞을지 경험해보고 나서 고민해도 늦지는 않을 것 같다. 일단 빨리 인턴쉽 취업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