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48,000의 가치가 있을까

by 최혁재

데이터 사이언스 석사 프로그램에 입문한 지 2주가 지났다. 여름학기는 1달밖에 안 되는 짧은 기간이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4시간이 넘게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수강 중인 과목은 Linear ModelsProgramming and Systems for Data Analysis다. 추가로 온라인에서 Business FundamentalsMarketing Analytics도 듣고 있어서, 1달 안에 총 9학점을 듣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과제와 팀 과제가 거의 매일 있어서 꽤나 바쁜 편이다. 그런데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는 느낌은 하나도 들지 않는다.


일단 온라인 수업 중 Business Fundamentals는 학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금융권에서 3년 일했던 내겐 너무 기초 레벨이 수업이었다. 클릭 클릭하다 시험 보고 후딱 끝내버렸다. Marketing Analytics는 새로운 개념들이 꽤 많아서 제대로 배운다면 그래도 재미있지 않을까 싶은데, 온라인 강의의 한계를 너무 생생하게 느끼고 있다. 뭐랄까, 학원 온라인 강의처럼 순수한 실용주의적 방식도 아니고 반대로 너무 전통적인 대학 강의들처럼 이론적이지도 않아서 애매하다. 주는 1.5 학점에 비해서 해야 할 과제는 많고, 실제 강의실에서 배우는 게 아니니 현장감도 긴장감도 없어 효용은 떨어진다. 이수해도 별로 건지는 게 없을 듯하다.


오프라인 수업은 그나마 현장감도 있고, 팀원들과 그룹 프로젝트도 하기 때문에 뭔가를 배우고 있긴 하다. 나름 팀워크 하면서 소소한 재미도 있다. 그런데 계속 드는 생각은 "대학에 이 돈(1년 석사 프로그램에 약 4만 8천 달러) 주고 이런 수업을 여기서 들을 필요가 정말 있을까?" 하는 거다. 애초에 미국 오기 전에도 Dataquest나 Udemy에서 단돈 몇만 원으로 재밌고 유익한 공부를 많이 했던 터라 더욱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역시나 전통적인 방식의 대학 교육은 죽은 것일까? 아니면 그냥 이번에 여름학기 때 듣고 있는 수업들만 좀 아쉬운 퀄리티인 걸까? 사실 학부 때도 장학금 아니고 내 돈 냈다면 아까워서 대학 못 다녔을 거다. 좀 제대로 가르쳐달라고 교수님과 싸우기도 했으니까...


뭐 애초에 이런 생각 안 하고 여기 온 건 아니다. 배우는 컨텐츠 보다도 Data Science 석사 학위 종잇장이 주는 STEM designation이 내겐 훨씬 중요다. 미국에서 STEM으로 분류되는 전공을 석사로 하면 졸업 후에 H1B 취업비자 없이도 3년 간 일을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하는 3년 동안 3회에 걸쳐서 비자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H1B 취업비자를 받을 확률도 3배 커진다. 이걸 아는 미국 기업들도 STEM 학위를 가진 외국인들을 훨씬 선호한다고 한다. 아닌 사람을 뽑았다가 단 한번 주어지는 H1B 신청에 떨어지면 기업도 난감해지기 때문이다. 미국에 취업하고 더 오래 살 수 있는 기회를 $48,000 주고 산다고 생각하면 그래도 괜찮은 딜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지난 2주간 받은 교육의 비용 대비 질은 못내 아쉽다.


그나저나 미국 대학 교육은 정말 왜 이렇게까지 비싸야만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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