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draising Mistakes Founders - 샘 올트먼
투자 유치를 위해 해야 할 일에 대한 글은 많지만, 창업가들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적게 다뤄져 왔습니다. 제가 자주 목격하는 실수들을 아래에 정리해 봅니다.
많은 창업가들이 투자 유치를 위해 각종 '기교'를 부리려 합니다. 하지만 사실 투자 유치는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좋은 회사를 만들면 대체로 투자는 따라오게 돼 있습니다. 투자 유치의 '기술'을 연마하기보다는 회사를 더 좋게 만드는 데 에너지를 쓰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투자 유치의 기본 절차는 이렇습니다.
- 만나고 싶은 투자자들에게 소개받고, 동시에 여러 명에게 연락하세요. (이게 중요합니다.)
- 왜 당신의 회사가 큰 수익을 안겨줄 것인지 설명하세요. 이 설명에는 회사의 미션, 제품, 현재 실적, 미래 비전, 시장 상황, 경쟁 구도, 당신이 승리할 이유, 장기적인 경쟁우위, 수익모델, 팀 구성이 보통 포함됩니다.
- 경쟁 구도를 만드세요. 여러 투자자들이 당신 회사에 투자하고 싶어 서로 경쟁할 때, 가장 좋은 조건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게 투자 유치 '게임'에서 정말 중요한 규칙인데, 뒤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습니다.
어떤 창업가들은 뉴스 기사의 타이밍을 맞춰 공개하거나, A 투자자에게 "B 투자자랑 저녁 먹는다"고 흘리거나, "스케줄이 꽉 찼는데 딱 한 시간만 비어 있다"는 식의 술수를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회사를 잘 만들기만 하면 이런 꼼수는 애초에 필요하지 않습니다.
또, 많은 사소한 것들은 사실 큰 의미가 없습니다. 예컨대 초기 투자자가 다음 라운드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시그널' 같은 건, 회사가 잘 나가고 있으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런 게 없어도 투자받기 힘듭니다.
이런 '게임 플레이'를 완벽히 하지 못하면, 오히려 대부분의 좋은 투자자들에게 역효과가 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은 어떤 상황에서도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투자자들은 신뢰가 가지 않는 창업가를 절대 지원하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은 거의 합격/불합격 과목과 비슷합니다. 성공하거나, 아니면 실패하거나죠. 실패하더라도 '인수 후 고용' 될 가능성이 있지만, 요즘은 그마저도 점점 줄고 있고, 사실상 그냥 취직하는 것과 별 차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좋은 투자자, 깔끔한 조건, 그리고 투자 유치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지 않는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높은 기업가치를 쫓는 데서 옵니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YC에서는 창업가들에게 '적정한 벨류에이션'을 받으라고 권합니다. 밸류에이션은 창업가들이 스스로 평가할 수 있는 수치이기도 하고, 높은 값을 주겠다는 투자자도 많다 보니, 창업가들이 그 이야기를 잘 안 듣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말합니다: 무리하게 높은 밸류에이션을 추구하는 것은 실수입니다.
물론 당신이 분명히 우위에 있는 상황이라면, 높은 밸류에이션을 요구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을 너무 질질 끌지 말고,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세요. 복잡하게 조건을 흥정하기보다는, 당신의 요구를 명확히 밝히고 단순하게 협상하는 게 좋습니다. 또한 너무 높은 밸류에이션은 좋은 투자자들을 밀어내는 결과가 되기도 하니 주의하세요.
그리고 투자 전략의 가장 중요한 원칙을 잊지 마세요:
절대로 다운 라운드를 하지 않도록 하라.
다운 라운드(지난 라운드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투자받는 것)가 가져올 부정적인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사실 그게 바로, 너무 높은 밸류에이션을 제안받았을 때 덥석 물지 말아야 할 가장 큰 이유입니다. 너무 비싼 값으로 투자받으면, 다음 라운드에서 밸류에이션을 올리려면 모든 것이 완벽하게 풀려야만 합니다.
여기가 제가 정말 중요하다고 믿는 부분입니다. 투자 유치(혹은 어떤 큰 계약에서도 마찬가지)에서 좋은 결과를 내려면 경쟁 구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첫 번째 제안(offer)을 받는 것입니다. 일단 첫 제안이 들어오면 당신이 주도권을 쥡니다. 다른 투자자들은 더 이상 미루기 어렵습니다.
왜냐면 당신은 이미 가져갈 수 있는 제안을 손에 쥐고 있고, 다른 투자자들은 좋은 기회를 놓치거나, 혹은 파트너들 앞에서 체면을 구길 위험을 떠안게 되거든요. 첫 제안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투자자들은 끝없이 미룰 수 있습니다. 참 신기할 정도로 첫 제안이 들어오기까지 오래 걸리는데, 막상 하나 들어오면 그다음 열 개가 순식간에 쏟아져 나옵니다.
그래서 가끔은 첫 제안을 얻어내기 위해 살짝 프로세스를 해킹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당신의 일을 정말 좋아하고 즉시 행동할 준비가 된 투자자를 찾는 겁니다. 물론 그 제안을 다른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며 레버리지로 삼는 건 괜찮습니다. 하지만 처음 움직여준 투자자에게는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그들의 젠을 우선순위에 두거나, 다른 투자자가 리드하더라도 그들을 라운드 안에 참여시킬 방법을 찾는 식으로 말이죠.
이 외에도 다양한 전술이 있는데, 언젠가 별도의 글로 정리해 볼 생각입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아직 아무런 제안도 없는데 "우리 라운드 곧 마감될 거에요" 같은 말을 하면, 거의 반드시 역효과가 납니다. 투자자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곧 뻥이 탄로 납니다.
좋은 경쟁 구도만 잘 만들얻 주도권은 당신에게 옵니다. 그때부터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3주 뒤에나 미팅 가능하다고 하던 투자사들이, 갑자기 일요일에 풀 파트너 미팅을 잡겠다고 연락해 옵니다. 그리고 여러 투자자들이 정말로 당신 회사에 투자하고 싶어질 때 원래는 "협상 불가"라고 하던 조건들 - 예컨대 20% 지분 요구나 이사회 자리 요구 - 이 다 사라져 버립니다.
어쩐지 투자자들은 오만하고 삐딱한 창업가를 좋아한다는 이상한 신화가 퍼져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내성적인 창업가들이 괜히 그런 척을 하기도 하는데, 절대 그러지 마세요.
투자자들에게 예의를 갖추세요. 예의란, 예컨대 첫 미팅 끝나자마자 결정을 재촉하지 않는 것도 포함됩니다. (정말 라운드를 당장 마감하려는 상황이 아니라면요.) 투자자들도 결국 사람입니다. 그들도 자기가 환영받고 있다고 느끼고 싶어 합니다.
저도 처음 투자 유치를 할 때는, 제가 관심 있는 투자자들에게 "정말 같이 일하고 싶다"는 말을 하면 협상력이 떨어질까봐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경험상, 마음에 드는 투자자에게 '특히 같이 일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협상력이 깎이는 게 아니라, 그 투자자들이 더 호의적으로 돌아서더군요.
투자자들은 옵션 가치를 완전히 주이고 싶어 하진 않습니다. 창업가들은 기본적으로 낙관적인 사람딉니다. 이 두가지가 만나면, 투자자들은 아주 부드러운 방식으로 '노'를 말하고, 창업가들은 그걸 "몇 번만 더 얘기하면 예스가 될 수 있겠다"고 오해합니다.
정리하자면, 텀시트(Term sheet)가 아닌 모든 대답은 노(NO) 입니다. 이유가 뭐든 중요하지 않아요. 빨리 잊고, 다른 투자자와 대화하세요.
많은 창업가들이 수십 명의 투자자들로 파티 라운드를 꾸립니다. 그리고 아무 투자자도 자신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며 스스로를 뿌듯해합니다. 하지만 사실 잘 나가는 회사들은 애초에 투자자들이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진짜 문제는, 회사의 성공에 깊이 몰입한 투자자가 한 명도 없다는 점입니다.
사실 매달 만나서 회사 상황을 보고할 수 있는 한 명의 투자자가 있는 것이 매우 가치 있습니다. 이런 '강제 체크인'은 회사 안에 좋은 리듬을 만들어내고, 전체적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 저는 파티 라운드로 투자받은 회사들이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를 훨씬 자주 목격해왔습니다.
많은 창업가들이 완벽한 발표 템플릿을 따르느라, 경쟁사 이야기, 시장의 역사를 길게 설명하곤 합니다. 본인도 지겨워하는 게 티가 납니다. 잘 피치한 방법은 간단합니다. 당신이 회사에서 정말로 흥미롭게 느끼는 부분에 집중해서 이야기하세요. 그게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투자자들도 거기에 빠져듭니다.
사업에 대한 당신의 열정은, 말하는 내용만큼이나 중요하며, 억지로 흉내 내기 어렵습니다. 내성적인 사람이라도, 정말로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할 때는 그 에너지가 전해집니다. 그러니 가장 자신 있는 부분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세요.
또, 투자자들은 결국 좋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합니다. 왜 이 아이템을 하기로 했는지, 이 일이 왜 중요한지, 공동창업자들은 어떻게 만났는지 -- 이런 이야기를 빼먹지 말고 피치에 담으세요.
그리고 똑똑한 투자자들은 정말 큰 성공 가능성이 있는 회사를 찾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드 라운드 피치에서 "이 회사를 누가 인수할 수 있을지" 같은 이야기를 꺼내지 마세요. 그건 당시니 큰 회사를 만들 생각이 없다는 신호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좋은 투자자는 엄청난 가치를 더해줄 수 있지만, 나쁜 투자자는 창업자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앞으로 10년 가까이 함께 일하게 될 상대를 결정하기 전에, 그 투자자와 함께 일해본 창업가들에게 꼭 전화를 걸어보세요. 그 한두 시간이 당신의 미래를 지켜줍니다.
당신이 별다른 신념이나 확신이 없어 보이거나 투자자가 하는 모든 제안에 다 "네, 맞아요"라고 수긍만 한다면, 명확한 비전이 없는 사람처럼 보일 위험이 큽니다. 물론 똑똑한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것은 늘 중요합니다. 하지마 진심으로 믿는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단호해야 합니다.
비전이 명확한 창업가는 자기가 하는 일과 그 이유를 단 몇 마디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비전 속에는 대체로 적어도 한 가지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들어 있습니다. 익숙한 문제를 다루더라도, 투자자가 처음 드는 새로운 시각이나 통찰이 하나쯤은 담겨 있어야 합니다.
물론 큰 미지수들이 남아 있어도 괜찮습니다.
모든 답을 다 갖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명확한 가설이나 방향성은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제가 초기 단계 투자에서 특히 중요하게 보는 질문 두 가지가 있습니다:
1) 이 팀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는가?
2) 그리고 그걸 실제로 해낼 수 있는가?
첫 번째 질문은 앞서 말한 명확한 비전과 관련 있고,
두 번째는 팀이 얼마나 운영의 퀄리티에 신경 쓰는지 보여줍니다.
제 경험상, 실행력이 좋은 팀은 늘 자신의 수치를 꿰고 있습니다.
혹은 R&D 단계라면 현재 상황이 어디쯤인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이건 실행력을 예측하는 가장 좋은 신호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꽤 많은 창업가들이 이런 숫자도 모른 채 투자자 앞에서 서서 피치를 한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