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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같은 앱과 세상을 바꾸는 일

Stupid Apps and Changing the World

by HAE

오늘 비즈니스 위크에 실리콘밸리와 오만함에 관한 기사가 나왔다. 꽤 괜찮은 글이었다. 다만 거기에 한 가지를 더 덧붙이고 싶다.


사람들은 종종 실리콘밸리 사람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매달린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기도 하다. 하지만 아주 중요한 것들도 처음에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겉보기에 하찮아 보인다고 해서 전부 무시해버리는 건 정말 큰 실수다.


문제는, 어떤 사람들이 아직 겉보기엔 장난감 같아 보이는 것을 만들고 있으면서도, "우리가 세상을 바꿀거다"라고 떠드는 데서 생긴다. 그건 사람들을 괜히 짜증나게 할 뿐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레딧, 인터넷 자체, 아이폰... 이런 것들이 처음 나왔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소소하거나 시시한 것이라고 치부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내 나름의 생각이 있다. 네트워크의 가치는 노드(사용자)의 수의 제곱에 비례해 커진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게다가 이런 서비스나 제품들은 대개 몇 개월 마다 사용자 수가 두 배씩 늘어나는데, 서비스 가치가 커질수록 그 주기도 점점 짧아진다. 즉, 서비스의 가치와 중요성이 초지수적으로 커진다는 얘기다.


그런데 내 경험상, 초지수적 성장이라는 걸 직관적으로 잘 이해하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사실 우리 대부분은 단순한 지수 성장조차도 제대로 감을 잡기 힘들다. 어떤 것이 짧은 시간 안에 가치가 수백만 배로 커지면서 온갖 예상치 못한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만약 네가 만드는 것에

1. 일부 사용자들이 정말 열광하고,

2. 그 서비스나 제품을 일상의 중요한 일부로 사용하며,

3. 성장할수록 계속해서 흥미로운 새로운 사용 방식이 생겨난다면,

그 일을 계속해나가길 권한다.


여담이지만, 시장 예측 같은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역사상 가장 형편없는 비즈니스 예측들이 결국 가장 비싼 대가를 치렀다. (예컨대 "세상엔 컴퓨터가 5대면 충분하다"거나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은 90만대 수준일 것" 같은 예측 말이다.)


기술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검증된 두 가지 전략이 있다.

1. 소수의 사람들이 열렬히 사랑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장난감이라 여기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다.

2. 아주 큰 야망을 품고 전기차 회사나 로켓 회사를 차리는 것이다.

그 사이 어정쩡한 단계에 있는 회사들은, 자세한 설명은 따로 긴 글이 필요하겠지만, 대체로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하고 떠난다.


마지막으로, 세상을 움직이는 이른바 '건방진 놈들' 에게 2가지 조언을 하고 싶다.


첫째, 세상을 바꿨다고 말하고 싶다면, 일단 진짜로 세상을 바꿔놓고 나서 이야기하라.

둘째, 남들이 뭐라든 무시하고 네가 흥미를 느끼는 일을 하라. 네가 하고 있는 일이 별거 아니라고 떠느는 인터넷 댓글러나 기자들은, 정작 본인들은 아무것도 만들고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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