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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사우스포 Sep 03. 2020

후회가 꿈을 대신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늙기 시작한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결코 오지 않는다 

 아 한때 우리를 고통에 빠트렸던 것들이 세월이 흐른 뒤에는
얼마나 하찮아 보이는지.    

 

프랑스 소설가 파트릭 모디아노는 소설 『지평』에서 이렇게 한탄한다. 모디아노는 201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인데, 그에게도 힘겨운 순간이 있었던 것 같다. 사실 힘든 순간을 겪어 봐야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영국 소설가 조지 엘리엇도 비슷한 말을 했고, 시인 롱펠로우도 시 「결코 늦지 않았다」(Never Too Late)에서 비슷한 말을 했다. 어쩌면 여러분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대학교 2학년 때까지 10년간 쓴 일기를 시간을 내어 읽은 적이 있다. 소소한 일상부터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까지, 때론 휘갈겨 쓴 필적이 그때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일기 속 나는 두려움과 실망으로 잔뜩 움츠려 있었는데, 그때 누군가가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아”라고 말해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늦었을 때 늦었다고 인식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은 아니다. 하지만 늦었다고 포기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결코 늦은 것이 아니라는 걸 여러번 겪으면서 깨닫게 된 것이 있다. 늦은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늦었다고 포기하는 것이 진짜 부끄러운 일이라는 걸. 엘리엇이 "당신이 되고 싶었던 어떤 존재가 되기에는 지금도 결코 늦지 않았다"고 말해준 것이 위로가 된다. 그녀는 남성 사회인 19세기 영국에서 작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소신을 굽혀야 할 때가 있다. 인간은 타락할, 타협할, 포기할 마음을 지니고 산다. 그걸 날마다 지켜주는 것이 소신이다. 소신은 신념을 습관적으로 추구하고 고수하는 것을 뜻한다. 유혹은 언제나 판단의 기준이 모호할 때 찾아온다. 고전했으나 결국 성공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그 행보는 작은 결단과 실천으로 점철된다.      


소신대로 살려면 자신이 믿는 바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 그 첫걸음은 자신과 싸우는 일일 것이다. 링컨의 이력서는 우리를 놀라게 한다. 52세에 대통령이 되었으나, 그 이전엔 22세에 시작한 첫 사업 실패를 시작으로 다섯 번의 선거와 두 번의 입후보 모두 좌절을 겪었다. 그런데도 그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삶은 링컨으로 끝나지 않는다.   



앙리 루소란 화가가 있다. 그의 그림 「잠자는 집시」를 어디선가 보았을 것이다. 사막에 집시가 누워 자는데, 엉뚱하게도 사자가 뒤에 떡 버티고 서 있는, 촌스럽지만 신비스러운 그림말이다. 그도 49세란 늦은 나이에 세관원이란 직장을 그만두고 그림을 시작할 때, 두렵고 떨렸을 것이다. 생활고도 겪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그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목표가 아니라 꿈이었기 때문이다.      


만델라는 27년을 감옥에서 보낸 뒤 73세 때 석방되었다. 73세란 나이는 뭔가 시작하기엔 늦은 나이지만 그를 보라. 만델라는 용서와 대화를 통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새 역사를 만들어 내었다. 화가 모네가 있다. 그가 연작 「수련」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76세 때이다. 그가 수련을 250여 점이나 그린 것은 빛에 대한 그의 갈망이 어느 정도였는지 보여준다. 사실주의가 득세하던 시절, 모네는 외면의 재현보다 내면의 재현에 주목했다.     

 

연이은 사업 실패와 선거 패배로 고생했을 때, 링컨을 일으켜 세워준 것은 무엇이었을까? 27년 수감 후 73세에 출옥했을 때, 만델라를 다시 세워준 것은 무엇일까? 안정된 생활과 노후를 포기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림을 그리겠다고 나선 앙리 루소가 붙들었던 것은 무엇일까? 사실주의가 득세할 때 거기에 편승하지 않고 정반대의 노선을 택한 모네의 배짱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들은 모두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했고, 자신이 하는 일에 확신이 있었다. 여러분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타인의 평가에 주눅이 들어선 안 된다. 우리는 현상 너머의 본질을 꿰뚫어 보아야 한다. 제대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자민 프랭클린은 이렇게 말했다. “어떤 사람들은 25세에 이미 죽었는데 장례식은 75세에 치른다.” 사람은 꿈을 잃을 때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진정한 성공을 꿈꾼다면 목표가 아니라 꿈을 붙들고 가야 한다. 꿈이 있다면 인생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뭐가 문제인지 모를 땐 사는 게 별로 힘들지 않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인가를 알게 되는 순간, 문제는 삶에 도전을 준다. 지속 가능한 꿈을 꾸려면 자신의 인생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기억하라, 후회가 꿈을 대신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늙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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