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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병현 Jan 17. 2023

벌써 20권의 책을 썼구나

뭐야 내 세월 돌려줘요



언제 이렇게 많이 썼지?


밥 먹듯이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책이 스무 권이 쌓였습니다.


2020년 4월부터 2023년 1월까지만 계산해 보자면 33개월간 18권의 책을 집필했네요. 사실 아직 출판사에서 편집 진행 중인 원고가 2권 더 있다 보니, 이 기간 동안 실제로는 20권을 썼습니다.


대략 매월 0.6권 분량의 글을 완성했고, 50일 간격으로 한 권의 책을 완성했네요.


퇴근 이후나 주말에만 글을 쓰고 있으니 이 정도지, 만약 직장을 다니지 않고 전업으로 글만 썼다면 네 배 정도 많은 글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만 해 봅니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새로운 스킬도 익히고, 처음 보는 사람들도 만나고, 고생도 하고 성취감도 느껴 보는 과정에서 소재라는 것이 생기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마 골방에 앉아 글만 썼으면 작품활동을 금방 그만뒀을지도 모릅니다. 


여튼, 다행히도 저는 아직까지도 글을 쓰는 것이 즐겁습니다. 술을 먹고 게임을 하는 것 보다 글을 쓰는게 즐거워요. 20권의 책을, 아니 편집 중인 원고까지 포함해 22권의 책을 집필했음에도 글은 제게 있어서 업이 아니라 해소의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복 받았습니다. 


어쩌면 번식의 욕구를 해소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의 DNA를 복제하여 세상에 남기는 행위라는 점에서, 집필은 야스와 다르지 않거든요. 


이쯤 되니 내가 구현할 수 있는 작품과 할 수 없는 작품을 구분하는 눈도 생긴 것 같습니다. 내가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는 영역도 조금은 알 것 같고요. 남들을 따라잡지 못 할 분야는 확실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머릿속에 하고 싶은 말이 가득 차올랐다면, 양동이를 쏟아버리듯 이를 활자의 형태로 쉽게 옮겨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 재능인 것 같습니다. 다만 한계도 명확합니다. 별로 할 말이 없으면 진도를 못 나갑니다.


예를 들어 1년에 한 번 떠오를까 말까 한 개꿀잼 글감이 떠올랐다 칩시다. 이 토픽을 회사에서 신나게 떠들고 퇴근하면, 그 주제로 글을 써야겠다는 욕구가 전혀 생기지 않습니다. 이미 회사에서 충분히 대화의 욕구가 충족되어 버린 탓입니다.  이계 제 한계입니다.


전업 작가였다면 생계가 달려있으니 꾸역꾸역 글을 뱉어냈을지도 모릅니다. 기교를 부리며 분량을 늘려보려 애썼을수도 있고요. 혹은 몇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한 개의 문장을 빚어냈을수도 있고요. 위대한 작가들은 아마 다들 이런 경험이 있겠죠?


근데 저는 이게 안 됩니다. 게임을 할 때에도 조금만 난관을 만나면 바로 종료하고 삭제해버리는 스타일인지라, 머릿속에서 글을 구상하던 중 쉽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면 바로 그만둡니다. 만약 뛰어난 작가로 발돋움하고 싶다면 반드시 넘어야 할 벽입니다만, 취미로 글을 즐기는 입장에서 굳이 노력해서 극복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딱 아마추어 취미 예술가 수준이 제게는 맞는 것 같습니다. 왜, 퇴근 후에 한 두 시간 정도 기타를 연습하다가 헤어지는 직장인 동호회 있잖아요. 일년에 한 번 정도 지인들 불러 놓고 작은 공연도 하는. 딱 그 정도면 수준을 목표로 하면 계속 즐겁게 글을 써 나갈 수 있을 것 같네요.


다행인 점은 워낙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끊임없이 뭔가 문장을 조합하고 글을 만들어내려는 욕구가 한동안은 마르지 않을 것 같기는 합니다. 현실에 말동무가 없으니 종이랑 대화 나누는 거에요. 딱 그 정도입니다.


여튼, 20권이라는 숫자를 채우면 무언가 대단한 변화가 생기고 심적으로 크게 달라질거라 생각했는데 별로 그런 느낌은 없네요.


해가 바뀌면서 눈에 띄는 변화도 있는데요, 매 년 기획출간의 비율이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그 와중에도 하고 싶은 말은 꼭 해야 하는 성격이라 꿋꿋하게 몇 권 팔리지도 않을 POD 출간을 고집하는 것이 어쩌면 제가 되고싶은 작가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해요.


돈을 벌고 싶으면 남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준비하는 것이 맞습니다만, 저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는 독백이 더 즐겁거든요.








12살에 처음 쓴 책. 방학숙제로 제출했다가 돌려받아 왔다.


법대로 합시다 (2016, 지식과감성#)
실전 민사소송법 (2017, 해피로라) (2020, 부크크)
코딩하는 공익 (2020, 세창미디어)


공학자의 지혜묵상 (2020, 부크크)


나는 아직 잊힐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2020, 부크크)
공학자의 오경묵상 (2020, 부크크)


6개월 치 업무를 하루 만에 끝내는 업무 자동화 (2020, 생능북스)


수학, 통계를 몰라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딥러닝 (2021, 생능북스)
내 자산 자동으로 관리하기 (2021, 생능북스)


비전공자가 업무에서 자주 물어보는 101가지 컴퓨터 활용팁 (2021, 생능북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2021, 부크크)


코딩만 따라해도 웹페이지가 만들어지는 HTML, CSS, 자바스크립트 (2022, 생능북스)


AI, 빅데이터 활용이 쉬워지는 142가지 데이터셋 (2022, 생능북스)


돈이 복사되는 가상자산 수업 (2022, 생능북스)


별처럼 찬란히 빛나는 꿈으로 (2022, 부크크)


비전공이지만 개발자로 먹고삽니다 (2022, 생능북스)


포토샵 마스터 클래스 (2023, 생능북스)
짧고 깊게 설명하는 ChatGPT (2023, 부크크)


AI족집게 수능영단어 (2023, 생능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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