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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현승 Nov 09. 2021

하브루타 아빠와 디베이트 아빠가 만났어요.

하브루타 아빠와 디베이트 아빠가 궁리하는 행복한 소통 01

저는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밀알두레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 수업에서 아이들은 자신이 읽은 책 이야기로 친구들과 하브루타 방식으로 서로의 마음과 삶을 나누고 있습니다. 하브루타는 둘씩 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화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소통 방식이에요. 교실에서 아이들은 책을 자유롭게 읽고 질문하고 둘씩 짝을 지어 책 속 사건과 갈등, 인물의 특징을 주고받습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이 듣는 마음으로 친구를 바라보면서 소통하는 습관을 갖도록 돕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에는 디베이트로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도와주는 정진우 선생님이 있습니다. 선생님은 다른 대안학교 선생님들과 연합하여 디베이트 대회를 기획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하면서 우리 사회와 학교에 행복한 디베이트 문화가 확산되고 깊이 있게 뿌리내리도록 애씁니다. 학교에서도 디베이트 수업으로 우리 아이들이 중요한 이슈와 현안, 사회적 문제를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자신감 있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디베이트를 하면 승자와 패자가 생기게 마련이지만 선생님은 승패에 머물지 않고 디베이트에 참여하는 아이들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줍니다. 배움이 지식 차원에 머물지 않고 실제적인 삶으로 이어지길 바라면서 아이들과 함께 사회 참여 프로젝트도 구상하여 펼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희는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하브루타 교사와 디베이트 교사로 만나고 있지만 아무리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최선을 다하더라도 가정에서 부모가 감당해야 하는 영역까지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학교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지 학교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공감한 거죠. 아이들의 가정이 안정되고, 가정에서 먼저 아이들의 성품과 정서가 바르고 따듯하게 자라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저희의 고민은 학교 교육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하브루타와 디베이트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우리 부모님들이 일상에서 아이들과 지속적이고 편하게 소통할 수 있을지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저희가 가르치는 방식인 하브루타와 디베이트가 학교 교실에만 머물지 않고 실제적으로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을지 궁리했습니다. 하브루타와 디베이트 교사는 어느덧 부모의 마음으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저는 13살 딸, 9살 아들의 아빠이고, 정진우 선생님은 4살 딸 아빠이기도 하죠. 평범한 가정에서 우리 엄마 아빠들이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행복하게 소통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품고 저희는 학교에서 만나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하고 퇴근 후에는 줌(zoom)에서 만나 밤을 밝히면서 생각을 정리하였습니다.


저희가 소통한 방식의 특징이 있습니다. 정진우 선생님과 저는 그냥 말로만 대화하지 않고, 글로도 대화를 했습니다. 줌에서 만나면 구글 문서에 번갈아 가며 글을 쓰면서 대화를 했습니다. 기록하면서 대화를 하니 대화 속도는 느렸지만 장점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따로 내용을 정리하지 않아도 괜찮았고, 생각이 잘 정리되었습니다. 저희는 이런 소통 과정을 글 대화라고 불렀습니다. 앞으로 써 내려가는 글들은 저와 정진우 선생님이 글 대화를 통해 공동으로 작업한 결과물입니다.

 

이렇게 같은 학교 교사로서 각각 교실에서 하브루타와 디베이트로 아이들과 호흡하던 우리들, 비슷하면서도 다른 차이가 있는 방식으로 수업살이를 하는 우리들은 별명을 짓자고 했습니다. 학교에서 하브루타 교사, 디베이트 교사로 불리지만 가정에서 13살 딸, 9살 아들의 아빠, 4살 딸 아빠로 살아가고 있기에 하브루타 아빠(이하 하아), 디베이트 아빠(이하 디아)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유치하긴 하지만 발음하기도 좋고 왠지 정감이 갔습니다. 앞으로 하아와 디아가 만나 주고받은 글 대화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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