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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 많은 유목민 Feb 26. 2022

02. 유리가면

어떤 위로에 내 마음은 따뜻해지고 02.

02. 유리가면 


외출할 때 마스크를 챙기듯 마음과 얼굴에 씌울 보이지 않는 가면도 챙긴다. 남들은 속마음도 표정도 완벽 차단하는 견고한 가면을 장착했지만, 어쩐 일인지 내 가면은 유리로 만들어졌나 보다. 내 표정, 내 속마음은 고스란히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감추고 싶어도 감추어지지 않는 이 녀석들을 어쩌면 좋은가?      


앞에서는 온갖 비위를 맞추고 웃어주면서, 뒤돌아서면 그 사람에 대해서 또 다른 사람들과 뒷 담화를 하는 이들의 모습에 역겨움을 느끼곤 한다. 연기대상도 받을만한 그들의 연기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나는 언제쯤 그런 비위와 연기력을 갖출 수 있을까? 내 가면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유리재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직장인공감짤   # 사회생활   # 조승우영혼나가는짤

     

이 사진은 ‘사회생활’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많이 떠돌아다니는 사진인데. 최초로 이 사진을 캡쳐한 사람을 알 수 없지만 정말 여기저기 많은 사람들이 퍼다 날랐을 정도로 공감을 많이 얻은 사진이기도 하다.      


이런 자본주의 미소를 나도 장착 좀 해야 할 텐데.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소위 사회생활 만렙을 자랑하는 사람들은 나를 곰 같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그냥 눈 한 번 질끈 감고 입에 발린 거짓말로 비위 한 번 맞춰주면, 몇 달이 아니라 한 해가 편할 것을, 매번 일을 어렵게 한다고 바보 같다고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한 번이 참 어렵다. 매번 마음을 먹지만, 유리가면 겉으로 내 마음이며 표정은 그대로 드러나 버리곤 한다.     


항상 노력한 것 보다 적은 크기의 보상과 성과를 얻게 되는 이런 손해 보는 기분은 정말 속상하다고 친구들에게 털어 놓은 적이 있다. 나의 이런 넋두리에 한 친구의 답변은 “난 그런 네가 좋아. 무슨 생각하는지, 좋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알 수 있는 네가 좋아. 나 같은 사람도 있다는 것 생각하면서 기운 내. 나는 도대체 무슨 생각하는 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싫더라.”였다.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어차피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없는 세상이고,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나라는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존중해 주는 사람들과 어울리면 되는 일이다’라는 의지도 생겼다.       


한편 다른 한 친구의 답변은 이랬다. “그런데 말이야. ‘못 한다’라는 말은 바꿔 말하면 ‘하기 싫다’라고 누군가가 말하더라. 어쩌면 네가 자본주의 미소를 못 짓겠다는 것은 하기 싫다는 무의식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 하기 싫어도 한 번 해 봐. 너 자신을 위해서!”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다. 못 한다는 하기 싫다와 같은 말이라. 동의가 되기도 했다.      


오늘도 나는 유리가면을 쓰고 집을 나선다. 나는 그냥 나로 살기로 했다. 유리 재질을 다른 것으로 바꾸는 것은 이번 생에서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대신 투명도를 조금은 낮춰 줄 썬팅시트 같은 필름이라도 차차 구해 볼까나? 나처럼 유리가면 쓰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힘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 나를 비롯해서, 내가 응원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오늘의 선곡은 

옥상달빛 ‘수고했어, 오늘도’     

https://www.youtube.com/watch?v=fGJP6z98-B0     


세상 사람들 모두 정답을 알긴 할까

힘든 일은 왜 한번에 일어날까     

나에게 실망한 하루

눈물이 보이기 싫어

의미 없이 밤하늘만 바라봐     

작게 열어둔 문틈 사이로

슬픔 보다 더 큰 외로움이 다가와 더 날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빛이 있다고 분명 있다고 믿었던

길마저 흐릿해져 점점 더 날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수고했어 

수고했어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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