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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듀로잉 Oct 03. 2020

언더그라운드 네트워킹

나무와 버섯의 공생


집에서 화분을 키우는 사람들 중에는 아마 습한 여름철에 갑자기 화분에 나타난 하얗고 노란 버섯을 만난 적이 있을 것이다.

균류의 포자로 이루어져 있는 버섯은, 슈퍼마켓 신선코너에서 만났을 땐 맛난 식자재로써 군침 돌게 하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나면 어쩐지 살짝 두렵기도 하고 대체 어떻게 이 곳에(화분) 갑자기 나타난 건지 놀라게 된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화분의 식물에게 해가 될 것만 같아서 버섯이 자라난 자리의 흙까지 넉넉히 제거해주기도 했고, 지인은 통째로 분갈이를 해주기도 했다. (사실 화분 속 버섯은 대부분 무해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나무와 균류(버섯)가 서로 공생관계라는 재미있고 놀라운 기사를 보게 되었다.

나무에 붙어있는 버섯의 모습을 보면, 꼭 버섯이 나무에 붙어사는 기생식물일 것만 같은데 공생관계라니.

일명 언더그라운드 네트워킹.

나무는 흙에서 땅 속의 뿌리로 영양분을 흡수하는데, 균류의 도움이 있어야 한단다. 버섯은 나무에게서 탄소를 공급받고, 대신 흙에서부터 얻은 질소, 인, 칼륨 등을 나무에게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이 둘의 관계가 나무의 건강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된 동시에, 오늘날 유럽의 나무들이 영양실조에 걸린 이유 역시 이 균근 성 버섯과 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토양이 오염으로 건강하지 못하자 버섯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나무에게 충분한 영양분을 제공해주지 못한 것이 큰 이유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숲을 다시 건강하게 만들려면 결과적으로 토양이 오염되지 않도록 해서 다시 그들의 공생관계, 그들만의 시스템이 회복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무의 영양실조와 버섯의 연관성은 아직 연구단계에 있는 주장이지만, 어쨌든 버섯과 나무가 서로 의지하고 더불어 사는 존재라는 것은 확실하다. 이 의외의 조합을 보면서 지구 위 그 어떤 생명체도 이유 없이 존재하지는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원헬스, 사람-자연-동물-모든 생명체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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